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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수습 나선 靑 "미국 실망은 당연, 동맹 업그레이드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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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소미아 파기]

"美와 협의" 수차례 강조… 목소리 높였던 전날과 달리 몸 낮춰

안보 공백엔 "국방비 증액"… 정보자산 확보 천문학적 돈 들듯

日엔 "우리 자존심 훼손" "외교 결례" 표현 써가며 확전 메시지

청와대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결정 다음 날인 23일 미국이 지소미아 파기에 실망과 불만을 표출하자 "미국이 실망한 것은 당연하다"며 급하게 진화에 나섰다. 한·미 동맹에 이상이 없고 미국도 한국 결정을 이해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전날과 달리 이날은 미국의 이례적 실망 표출에 당황하며 "한·미 동맹을 업그레이드하겠다"고 했다. 다만 일본에는 지소미아 파기의 책임이 있다며 공세를 강화했다.

◇미국에는 "한·미 동맹 업그레이드"

청와대는 미국의 '실망'과 불쾌감 표시에는 직접 반박하지 않았다. 대신 미국과 협의 했다는 점을 수차례 강조했다. 또 한껏 몸을 낮추며 "이번 기회에 한·미 동맹 관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브리핑에서 "정부는 미국과 긴밀히 소통·협의하며 우리 입장을 설명했다"며 "양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간 이 문제로 7~8월에만 총 9번 유선 협의를 했다"고 말했다. 미국과 협의가 부족했다는 지적을 의식한 발언이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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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차장은 "미국 측이 지소미아 연장을 희망해왔던 것은 사실"이라며 "희망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아 미국이 실망하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나 청와대와 정부는 미국의 불만 표출이 한국 여론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세웠다. 일본과의 갈등은 여론이 정부에 우호적이지만, 한·미 갈등으로 번질 경우 여론이 급격히 악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와 정부는 지소미아 종료 이후 안보 공백 우려가 제기되자 대안(代案)으로 '한·미·일 정보공유약정(TISA·티사)'을 제시하며 "문제가 없다"고 했다. "2014년 12월에 체결된 티사를 통해 미국을 매개로 한 3국 간 정보 공유 채널을 적극 활용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일 간 직접 정보 교환과 달리 미국을 매개로 할 경우 정보의 신속성이나 편의성이 현격히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을 반드시 거쳐야 하고, 정보의 질과 양도 모두 떨어진다"고 했다. 이와 함께 일본이 보유한 정찰위성과 이지스함, 공중조기경보기 등에서 획득한 정보를 교류하는 데 제한이 생긴다. 한국이 이런 첨단 정보 자산을 단기간에 확보하려면 천문학적 비용과 시간이 든다. 청와대는 한·미 동맹 업그레이드의 구체적 방법은 언급하지 않은 채 정부의 국방비 증액을 강조했다. 미국 및 일본에 대한 의존성을 줄여 독자적 목소리를 키우겠다는 취지다.

◇일본에는 공세와 확전

반면 청와대는 일본에 대해선 확전(擴戰) 의지를 분명히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외교적 해결을 강조했지만 1주일여 만에 다시 공세로 돌아선 것이다. 외교부는 이날 오후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일본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담은 공문을 전달했다.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전날 밤 남관표 주일 대사를 외무성으로 불러 강력한 유감을 표한 것에 대한 맞대응 성격도 있었다. 나가미네 대사는 취재진의 질문에 굳은 얼굴로 아무 답을 하지 않았다.

김현종 2차장은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내리기까지 우리 정부가 일본에 최대한 노력했지만 일본이 이를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김 차장은 "우리는 외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모든 방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할 용의가 있었고, 이런 입장을 일본 측에 전달했다"며 "그러나 일본의 대응은 단순한 '거부'를 넘어 우리의 '국가적 자존심'까지 훼손할 정도의 무시로 일관했으며 '외교적 결례'를 범했다"고 말했다. '결례' '국가적 자존심 훼손' 같은 말은 모두 외교적으로는 잘 사용하지 않는 단어들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21일 진행된 BBC 인터뷰에서 "한국은 화가 나 있다. 한국 사람들에게는 아직도 부당하다는 감정이 남아 있는데 일본이 아직까지 과거를 제대로 정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도 반일(反日) 공세에 합류했다. 설훈 의원 등 일부 민주당 의원은 오는 31일 독도를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 의원들이 이번에 독도를 방문하면 일본이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정우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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