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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TEN 인터뷰] ‘광대들’ 조진웅 “원 없이 놀아보겠다는 각오로 연기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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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아시아=김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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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에서 광대패 우두머리이자 연출자 덕호 역으로 열연한 배우 조진웅. /사진제공=워너브라더스 코리아


연기를 거저 한다 싶을 정도로 배우 조진웅은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에서 싱크로율 높은 캐릭터를 자랑한다. 그는 “이런 광대놀이 같은 이야기를 사실 너무 좋아한다”며 “해본 적이 없기도 해서 이번에는 더 원 없이 놀아보고 싶었다”며 설렜던 기분을 드러냈다. 그의 말처럼 영화에서 그는 그 동안 쌓인 ‘놀이에 대한 욕심’을 신명나게 풀어놓는다. 이 영화에서 그는 한명회의 지시로 세조의 미담을 만들기 위해 귀신이 하는 듯 기이한 현상을 꾸며내는 덕호 역을 맡았다. 광대들의 재주놀이가 보는 이들을 즐겁게 만들지만 한편으론 ‘민심을 조작해도 되나’라는 걱정도 들게 한다. 광대패들은 그러나 ‘선동하는 이’에서 ‘선봉에 선 이’로 변화하게 되고 권력자들을 위해 부리던 재주를 백성들을 위해 부리게 된다.

10. 지난해 여름에 영화를 찍었다니 무척 더웠을 것 같다.

조진웅: 작년 이걸 찍었던 이맘때 제일 더웠던 것 같다. 그나마 야간 촬영이 많아서 다행이었는데도 습했다. 인조 가죽으로 만든 의상… 깜짝 놀랐다. 의상팀에게 ‘나 뭐 잘못했냐’고 할 정도였다.(웃음) 시간이 지나면 분장도 다 녹아버린다. 그나마 나는 낫다. (손)현주 형은 분장하는 데만 세 시간이 걸렸다. 분장실에 들어가면 항상 먼저 와 계셨다. 관우보다 더 길게 수염을 붙였으니까… 그래도 멋있고 잘 어울렸다.

10.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인 것 같은데 실록에 있는 얘기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조진웅: 정이품송 이야기도 잘 몰랐고 이적(기이한 행적) 현상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도 없었다.

10. 그렇다면 이번 영화의 어떤 점에 매력을 느꼈나?
조진웅: 그 때나 지금이나 지지율을 올리기 위해선 노력하는 구나 싶었다.(웃음) 처음에 덕호는 돈을 벌기 위해 대가를 요구하지만 나중에는 이유 있는 반기를 든다. 그게 딱 우리네 모습 같았다. 힘이 있는 영화라고 생각했다. 결코 코미디로 풀어가는 것만은 아니다. 사실 너무 진지하게 들어가면 이 영화는 힘들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게 보지도 않았고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느낌이 중요했다.

10. 덕호라는 캐릭터는 어떤 식으로 표현하려 했나?
조진웅: 어느 영화를 할 때나 마찬가지지만 캐릭터의 상징적 이미지를 고안해낸다. ‘독전’ 때는 마른 장작 같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공작’에서는 우회 없는 일방통행 같은 느낌이었다. ‘광대들’의 덕호는 곰에 비유하고 싶다. 그 중에서도 영화 ‘패딩턴’의 곰이나 곰돌이 푸 같은 느낌. 어떨 때는 우악스럽고 강하게 포효하는 힘을 가진 곰의 느낌이 필요했다. 그러면서 재간을 부릴 때는 한없이 순수한 느낌이다.

10. 연기할 때 감독의 구체적인 지시 사항이 있었나?
조진웅: 특별한 건 없었다. 현장에서 맞춰보고 즉흥적으로 만든 것도 많았다. 말보(최귀화 분)와 감옥 안에서 대화하는 장면은 거의 애드리브였다. 우리끼리 노는 듯한 기분이 들어 재밌었다. 호흡이 안 맞으면 참 괴로운데 ‘선수’들끼리 있으니 더 흥이 났다. 감독님도 ‘광대들처럼 놀아달라’는 마음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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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조진웅은 덕호라는 캐릭터를 우직하면서도 재주 많은 곰에 비유했다. /사진제공=워너브라더스 코리아


10. 광대패 일원으로 나오는 배우 김슬기와 윤박은 사극영화가 처음이다. 같이 연기하는 건 어땠나?
조진웅: 윤박, 슬기, (김)민석과는 처음 만났다. 한참 후배들인데 너무 열심히 하더라. 작품에 대한 애착과 에너지가 ‘나도 (저 나이 때)저랬나’ 싶을 정도여서 많이 배웠다. 그래서 내가 오히려 더 긴장하기도 했다.

10. 손현주와는 어땠나?
조진웅: 두 말 할 것도 없다. 너무 좋다. 형님은 사람을 편하게, 마음껏 놀 수 있게 해준다. 그것도 재주라면 재주 아니겠나. 첫 드라마를 형님과 함께 했다. 내가 인복이 많다. 손현주, 안성기, 박중훈, 한석규, 최민식…이름만 들어도 끝난다.(웃음) 그런 선배들을 항상 봐오고 같이 작업하니 자연스레 배우고 따라하게 된다. 따라해도 될 만큼 멋있지 않나. 그런 선배들은 따라해도 된다. 이번에 현주 형님과 할 때도 너무 행복했다. 지난번 같이 출연한 영화가 잘 안 돼서 정말 미안했다.

10. 어떤 영화였나?
조진웅: ‘사냥’이었다. 그 때 형님이 손 반장 역으로 우정출연을 해주셨다. 나까지 나서서 ‘들이밀자’고 밀어붙여서 캐스팅했다. 그런데 흥행하지 못했다. 한번은 전화해서 죄송하다면서 엉엉 울었더니 “형이 지금 갈까?”라면서 나를 달랬다. 그래서 이번 영화가 더 잘 됐으면 한다. 그런데 지금은 잘 안 돼도 그 때 만큼 미안하진 않을 거 같다.(웃음) 그런 미안함을 가지는 것 이상의 사이가 됐다. 영화가 잘 되면 좋은 거고 안 되면… 다시 찍을 수도 없고 방법이 없지 않나.(웃음) 기도해야겠다. 아, 그런데 종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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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 스틸. / 사진제공=워너브라더스 코리아


10. 영화에서 광대패가 거대한 불상을 만들고 오색 안개를 꾸며내는데 어찌 보면 황당무계하기도 하다. 대본을 봤을 때 관객들이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다는 걱정은 안 했나?
조진웅: 읽을 때 허무맹랑하다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현장에서 만들어지는 걸 보니 그럴싸했다. ‘뜀박틀’(나무와 가죽을 이용해 만든 구름판)을 봐라. 저런 게 있겠나 싶었는데 요즘 전기 없이 작동되는 무동력 러닝머신이 유행이다. 말이 된다. 내가 가는 짐(gym)에도 있다.(웃음) 촬영 때 보면서 신기하기도 하고 재밌었다. 재기발랄했다. 김주호 감독은 맨날 그런 생각만 하나보다.

10. 그래도 마냥 웃기기만 한 영화도 아니다. 적당히 메시지가 가미됐다.
조진웅: 맞다. 광대들이 가지는 한 방의 미덕이 있지 않나. 민초들의 마음을 광대들이 선봉에서 이끈다. 그런 점도 좋아서 이 작업을 하게 된 거다. 마냥 웃기려는 거였다면 더 쉬웠을 거다. 무게감을 맞춰가는 것도 이 작업의 묘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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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조진웅은 ‘문화 의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사진제공=워너브라더스 코리아


10. 작품을 선택할 때 그런 부분을 늘 고려하나?
조진웅: 한 작품으로 세상을 바꾸진 못하겠으나 영향은 미칠 것이다. 조금의 균열을 만들 것이고 그 다음 작품은 더 큰 균열을 만들게 된다. 그러면 언젠간 (정치·경제·사회적으로 잘못된 것들을) 무너뜨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사명은 가지고 해야 하지 않겠나. 문화는 역사를 상당히 좌지우지한다. 문화가 어떻게 만들어지느냐에 따라 민족의 자질도 달라지는 것 같다. 백범 김구 선생은 문화 강국을 강조했다. 거기에 일조하는 것 같아 조금은 뿌듯하다.(웃음) ‘K팝’ ‘한류’라는 말을 들을 때도 뿌듯하다. 하와이로 휴가를 간 적이 있는데 미국 TV 채널에 방탄소년단이 나왔다. 애국심조차 생기게 한다. 이름도 낯선 다른 나라에서 들른 식당에서 한글로 된 메뉴판을 발견했을 때도 그런 느낌을 받지 않나.(웃음)

10. 이번에 MBC 예능 ‘선을 넘는 녀석들’에 출연한 것도 문화와 역사가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나?
조진웅: 그렇다. 그리고 임진왜란에 관한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내가 부산 출신인데 이번 촬영을 통해 임진왜란 때 왜군들이 태종대 앞바다로 들어왔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영도 등대가 일본인들이 수탈을 위해 세웠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그걸 알곤 (관광 명소인 영도 등대에)‘가지 말자’가 아니라 ‘잊지 말자’가 됐다. 울컥하고 뭉클한 순간들이 많았다. 예능 나와서 울면 안 되지 않나. 내가 갱년기인가 생각하면서 눈물을 참느라 애썼다.(웃음)

10. 김구 선생의 청년 시절 이야기를 다룬 영화 ‘대장 김창수’에도 출연했다. 흥행하진 못했지만 특별한 의미로 남았을 것 같다.
조진웅: ‘대장 김창수’ 이후에 영화 한 편을 끝낼 때마다 효창공원 안에 있는 김구 선생님 묘에 가서 인사를 드린다. 당시 캐스팅 제의가 왔을 때 고사했는데 결국은 내게 왔다. 오로지 사명감이었고 목적은 ‘개봉’이었다. 잘 되진 않았지만 이원태 감독과 3부작까지는 만들자고 했다. 두 번째 이야기는 윤봉길 의사에 대해, 세 번째는 안두희의 백범 시해사건으로 생각하고 있다. 무조건 만들 거다. 시리즈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데 이것만큼은 꼭 하고 싶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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