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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인스타 각?”…이국적 맛·이색 비주얼에 열광하는 2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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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음료 구입하면 인증샷부터

SNS공유 중시 식품문화 선도

‘괄도네넴띤’ 등 언어유희 즐겨

마라소스 구매 20대가 ‘최고’

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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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게 잠깐 들고 있어 봐.”

얼마전 찾은 타이거슈가 용산아이파크몰점 앞. 대만 흑당밀크티 전문점인 이곳은 최근 ‘흑당 열풍’을 반영하듯 대기 행렬로 북적였다. 20대로 보이는 여성들이 가장 많이 눈에 띄었다. 음료를 받아든 열에 아홉은 일종의 의식(?)처럼 휴대폰부터 꺼내들었다. 여러 각도로 사진 몇 장을 남기고 나서야 음료에 빨대를 꽂았다.

‘90년대생’ 소비자가 식품·외식업계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 1~2시간씩 대기해야 하는 ‘핫플레이스’에 몰리는 상당수도 90년대생들이다. 구매력이 크진 않지만 시간을 투자해 직접 맛보고, 경험을 공유하는 것을 즐긴다. 이렇게 생산된 콘텐츠는 다수 소비자의 호기심을 자극해 유행으로 부상하기도 한다. 업계가 이들 ‘입’에서 눈을 뗄 수 없는 이유다.

▶재미있는 음식이 먹기에도 좋다?=90년생은 고루한 일상에 대한 반기로 음식에서도 재미를 찾는다. 90년생은 상식을 깬 병맛과 실험정신에 열광한다. 길고 복잡한 설명보다 한 번에 ‘빵’ 터질 수 있는 단순한 재미가 통한다.

올 상반기 비빔면 돌풍을 일으킨 괄도네넴띤. 괄도네넴띤이 팔도비빔면이란 사실을 가장 먼저 알아본 것은 90년대생들이었다. ‘댕댕이(멍멍이)’, ‘띵언(명언)’처럼 단어를 비슷한 한글로 바꿔 표기하는 ‘야민정음’은 90년대생이 즐겨 쓰는 언어유희다. 재미만 있으면 소문은 SNS를 타고 순식간에 퍼진다. 괄도네넴띤은 23시간 만에 준비된 1만5000세트(7만5000개) 물량이 모두 팔렸다.

장난스럽게 출시한 제품일수록 반응은 뜨겁다. 이색 제품을 SNS에 인증하고 솔직한 후기를 남기며 90년대생은 재미를 느끼기 때문이다. 농심은 지난 4월 1일 만우절 아이디어에서 착안한 ‘포테토칩 육개장사발면’을 정식으로 개발해 선보였다. 육개장사발면과 포테토칩을 섞은 이 제품은 ‘인싸템(인사이더 아이템의 줄임말)’으로 인기 몰이 중이다.

대표적으로 중국 향신료 ‘마라’ 열풍을 뜯어보면 그 중심에도 90년대생이 있다. 모바일커머스 티몬에서 최근 3개월 일반 소스류(간장, 고춧가루, 케첩 등)의 20대 매출 비중은 12%인 데 반해, 마라소스 매출 비중은 37%로 전 연령대 가운데 가장 높았다. ‘젊음의 거리’로 불리는 홍대입구역 인근에 마라 전문점이 밀집한 것도 젊은층의 높은 선호도를 짐작케 한다. 홍대입구역 도보 5분 거리에 마라 전문점은 8곳인 반면, 오피스 밀집 지역인 여의도역 도보 5분 거리엔 1곳, 광화문역 인근은 2곳에 불과했다.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은 “먹거리는 90년대생이 가장 쉽고 저렴하게 재미를 소비할 수 있는 영역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고루한 일상을 파고든 ‘괴식(怪食)’=소셜미디어(SNS) 활동을 즐기면서 이들은 새로운 맛 뿐 아니라 이색 비주얼에도 열광한다. ‘인증샷’이 SNS 인기 콘텐츠로 자리잡으면서, 이들은 화제의 식음료를 단순 먹거리 관점이 아닌 차별화된 하나의 콘텐츠로 인지하는 것이다. 프랑스 대표 디저트 마카롱이 한국에서 두꺼운 필링(속재료)의 ‘뚱카롱’으로 변모한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한 입에 먹기 불편하고 단맛이 과할 수 있지만, 푸짐한 비주얼은 이를 상쇄하는 구매 요인이다. 이미지 중심의 인스타그램에서 ‘뚱카롱’ 태그(#)로 검색되는 이미지는 36만9000여건에 달한다.

뚱카롱을 찾는 이들 상당수는 인스타그램 등 SNS 활동을 즐기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보니 뚱카롱 전문점은 최근 1~2년간 대학가 인근에 우후죽순 생겨났다. 뚱카롱으로 유명한 한 마카롱 프랜차이즈는 홍대를 시작으로 신촌, 건대, 성신여대 등 서울 주요 대학가를 중심으로 매장을 늘려가고 있다. 흑당 음료도 마찬가지로 흑당이 우유와 섞일 때 비주얼이 주는 시각적 만족감이 90년대생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면이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흑당버블티’ 태그의 게시물은 56만6000여건에 이른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다양한 세계음식을 접해온 글로벌 세대라는 점에서도 맛에 대해 도전하는 자세와 경험이 갖춰져 있다”고 말했다.

이혜미·이유정·박로명 기자/h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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