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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사법파동' 주역 신평 "조국 버티기는 권력 오만···文, 경질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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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평 인터뷰 "정권 절체절명 위기, 조국은 철저한 기득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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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평 변호사의 모습. 그는 1993년 사법부의 부정부패를 폭로한 뒤 법원 역사상 최초로 법관 재임용에서 탈락했다. [신평 변호사]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는 전환점이 있다. 여권과 지지층이 등을 돌리기 시작할 때, 대통령의 총애를 받는 후보자도 버티기가 쉽지 않다.

조국(54)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전환점은 지난 20일에 왔다. 문재인 대통령 대선캠프에서 활동했고 지난해 대법관 후보로도 거론된 신평(63·연수원 13기) 변호사가 이날 SNS에 조 후보자의 사퇴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민주당 관련 인사 중 조 후보자의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한 것은 그가 최초다.

경북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판사가 된 신 변호사는 1993년 사법부의 부정부패를 폭로한 뒤(3차 사법파동) 사법부 역사상 재임용에서 최초로 탈락한 판사이기도 하다.

중앙일보는 22일 신 변호사의 자택이 있는 경주를 찾아 조 후보자의 사퇴를 요구한 배경을 물었다. 몇차례의 거절 끝에 성사된 인터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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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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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결단하지 않으면 정권 재창출 어려워진다"



신 변호사는 "조 후보자로 인해 지금 정권은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의혹들이 터져나오는 상황에서 조 후보자의 버티기는 권력의 오만"이라고 말했다. 신 변호사는 "문재인 대통령이 결단을 하지 않으면 정권 재창출도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나도 기득권자고 조 후보자도 기득권자"라며 "촛불을 들었던 많은 시민들이 너무 큰 상처를 받았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혁명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 왜 조 후보자가 사퇴해야 한다는 글을 썼나.

A : 조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이 커지며 문재인 정부에 절체절명의 위기가 왔기 때문이다. 조 후보자는 촛불을 들었던 너무나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줬다. 교수 시절 많은 사람들을 지적하고 비난했던, 자신은 정의의 사도라고 주장한 그 역시도 똑같은 기득권자였다는 사실에 시민들은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조 후보자가 물러서지 않으면 민주당이 다음 총선과 대선을 모두 장담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 목소리를 냈다.

Q : SNS에 글을 올리며 "많이 망설였다"고 했다.

A : 같은 진보 진영의 입장에서 조 후보자에게 미안했고 부담도 됐다. 조 후보자가 지금 정부의 상징적인 인물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청와대는 부인하고 있지만 조 후보자가 민정수석 시절 나를 대법관 후보로 적극 밀었다고 안다. 조 후보자의 사퇴를 요구하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다.

Q : SNS에 글을 쓴 뒤 조 후보자에게 연락을 받았나.

A : 후보자 개인에게 연락을 받은 적은 없다. 하지만 지금 정부를 지지하는 분들에게는 연락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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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물을 마시고 있다. 이날 의총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청문일정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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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조 후보자와 청와대·민주당은 이럴 때일수록 뭉쳐야 한다고 말하는데.



A : 충분히 이해는 되지만 국민들은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탄생하기 전 촛불을 들었던 국민은 지금 조 후보자를 중심으로 똘똘 뭉치는 민주당과 청와대를 바라지 않을 것이다. 촛불 혁명으로 탄생한 정부라면 달라야 한다. 후보자와 당을 중심으로 뭉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

Q : 조 후보자가 사법개혁의 적임자라 물러설 수 없다고도 한다

A : 정말 그럴까. 이런 상황에서 조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국민적 지지를 받으며 사법 개혁과 검찰 개혁을 해낼 수 있을까. 조 후보자는 검찰과 법원의 실상을 모른다. 막상 장관이 되면 내부적으로 엄청난 조직적 저항에 부딪칠 것이다.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설치를 넘어 지금 정부가 어떤 철학을 갖고 사법개혁을 하는지 사실 잘 모르겠다.

Q : 야당과 언론이 대권후보로 거론되는 '조국 죽이기'를 한다는 주장도 있다.

A : 야당과 언론의 의혹 제기가 조 후보자에게 유독 가혹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합리적인 의혹 제기이며 조 후보자의 해명은 납득하기 어려운 측면이 많다. 오히려 자신의 딸에 대학 입학 의혹에 조 후보자가 "명백한 가짜뉴스"라고 반발한 것은 권력의 남용이자 오만이라 생각한다. 조 후보자가 사퇴하더라도 의혹 제기된 내용의 제대로된 조사가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그는 장관 후보이든 아니든 살아있는 권력의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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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이 22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부인 정 씨가 남동생에게 3억원을 빌려주고 자신과 두 자녀가 투자한 사모펀드에 투자하도록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주주명부를 공개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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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조 후보자가 권력을 남용했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A : 합리적 의혹제기에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가짜뉴스라며 처벌 의사를 드러낸 것 아닌가. 국민에게 이런식으로 말하는 것이 권력의 남용이자 오만함 아니겠나.

Q : 문재인 정부가 오만하다는 것인가.

A : 권력은 항상 오만해지기 마련이다. 문재인 정부도 초기엔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권력의 속성상 오만해질 수밖에 없다. 권력이 오만해지면 '나는 선의를 갖고 하는데 왜 국민들은 몰라주나'라는 자기 방어적인 기제가 깔린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가 무너지고 박근혜 정부가 무너졌다. 지난 정부가 무너졌던 모습을 벌써 잊은 것인가. 조국 버티기는 권력의 오만함을 드러낸 것이다. 지금이라도 대통령이 결단해야 한다. 조 후보자에겐 다음 기회가 있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 정부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Q : '촛불 정부의 초심'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A : 촛불 혁명을 보며 국민을 먼저 생각하겠다는 그 열렬한 마음이다. 세상을 좌우가 아니라 기득권자와 기득권을 갖지 못한 사람으로 보면 더 정확하게 보인다. 나도 그렇고, 조 후보자도 철저한 기득권자라고 생각한다. 이제라도 문재인 정부는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해야한다. 좌우의 기득권자들이 도맡아왔던 기득권의 정치에서 결별해야 한다. 조국 청문회를 계기로 좌우 기득권자들의 정치를 넘어 사회 개혁을 위한 진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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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 청와대서 열린 국립대 총장 초청 오찬에서 김영섭 총장협의회장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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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여권에선 보수 기득권자보다 진보 기득권자가 더 낫다고 하지 않겠나.



A : 조금 나은 것 말고 정말 나은 사회를 위해선 이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Q : 일각에선 '내부고발자'였던 신평이 또 같은 진영에 칼을 꽂는다고 한다.

A : 그런 비난은 익숙하다. 인생에서 여러차례 외로운 길을 걷기도 했다. 하지만 해야 할 말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내 주장이나 신념이 아닌, 내 개인, 신평이 드러날까봐 마음이 불안해질 때가 있다. 그런 비판과 비난은 받아들이겠다.

Q : 조 후보자에게 전할 말이 있다면.

A : 대단히 미안하다. 자녀 문제를 언급한 것도 미안하다. 조 후보자에겐 많은 장점과 열정이 있다. 조 후보자에겐 지금 정부에서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남아있다. 그것이 꼭 법무부 장관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숙고와 자숙의 시간을 거친 뒤 우리 사회에 의미있는 족적을 남겨줬으면 좋겠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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