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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세기의 재판' 법원 페이스북 손 들어준 이유는…판결문 뜯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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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상 이용제한 보기 어려워…행정처분 '최소화' 원칙 지켜야"

'정부가 망사용료 협상 간섭한다'는 페북측 주장은 기각

뉴스1

미국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에 위치한 페이스북 본사 전경(페이스북 제공).2019.08.22 © News1 강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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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강은성 기자 = 페이스북이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법원이 페이스북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그 이유로 방통위가 페이스북에 내린 행정처분이 다소 모호한 법률 기준으로 인해 명확지 않았고 행정처분의 근거가 되는 '이용자 이익침해'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었다.

22일 <뉴스1>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박양준)가 판결한 페이스북아일랜드리미티드 법인과 방송통신위원회 행정소송 1심 판결문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재판부는 페이스북 접속경로 변경 사실이 현행법상 이용자의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명백히 규정하기에는 다소 모호한 점이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총 34페이지(A4 용지)에 달하는 판결문에서 페이스북이 망사용료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임의로 접속경로를 변경했고 이로 인해 접속속도가 느려지는 등 일부 이용상 불편이 있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판결문에서 재판부는 "원고(페이스북)의 접속경로 변경으로 인터넷 응답속도의 저하, 인터넷망의 불안정성 증가, 병목현상 등이 발생해 전기통신서비스의 이용이 지연되거나 이용에 불편을 초래했음이 인정된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이 사실이 전기통신사업법상 이용자 이익을 침해했다고 규정한 '이용의 제한'에 명확히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고의 접속경로 변경행위는 전기통신서비스의 이용을 지연하거나 이용에 불편을 초래한 행위에 해당할 뿐, 이 사건 쟁점조항에서 정한 '이용의 제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적시했다.

또 재판부는 행정부의 처분은 사업자들이 예측 가능할 수 있어야 하며 적용범위도 상대방(사업자)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해서는 안된다는 대법원 판례를 제시하면서 방통위의 행정처분이 '확장해석'의 여지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용자 보호만을 내세워 현행법에 명시된 '이용 제한'의 내용과 방식을 포괄적으로 해석할 것은 아니며, CP의 접속경로 변경으로 인해 접속이 지연되거나 불편이 초래되는 경우 등 '네트워크 서비스의 품질 저하'까지 이용 제한에 포함시켜 규제하는 것은 법의 취지와 어긋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설령 원고(페이스북)가 국내 통신사와의 인터넷망 접속 관련 협상 과정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IP 트랜짓 서비스 비용을 추가로 지급하지 않기 위해 접속경로를 변경했고, 그로 인해 많은 이용자들에게 피해가 발생해 이에 대한 제재의 필요가 절실하다고 하더라도 '추가적인 입법'을 통해 명확한 제재수단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라면서 "법 조항의 문언적·체계적 해석의 범위를 벗어나면서까지 행정처분 범위를 확대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방통위의 행정처분을 취소한 또 하나의 이유로 "이용자 이익 침해가 일어났다는 사실로 징계를 하려면 이익침해 사실을 '객관적·실증적' 근거에 따라 결정했어야 하지만, 방통위가 제시한 근거는 객관적·실증적 근거라고 보기 어렵다"고 적시했다.

페이스북의 접속경로 변경행위가 페이스북 이용자들의 이익을 현저히 해치는 방식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증명 책임'은 방통위에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페이스북의 접속경로 변경행위가 페이스북 이용자들의 이익을 현저히 해치는 방식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국제적으로 공인되거나 법령에 규정된 객관적인 수치를 비교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이용자가 피해를 입었다면 패킷 손실률, 패킷 지연시간, 지터 값, 비트 에러율(Bit Error Rate, 어떤 수신 지점에서의 오차 비트수를 그 지점으로 전송된 총 전송 비트수로 나눈 비율), 네트워크 처리율 등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실증적인 자료여야 한다는 것이다.

방통위는 이용자 이익 침해의 근거로 '접속경로 변경 전'의 응답속도나 응답속도 변동 평균값, 민원건수, 트래픽양 등을 비교대상으로 삼아 행정처분을 내렸는데, 이런 기준은 상대적, 주관적, 가변적이어서, 페이스북의 접속경로 변경행위가 이용자들의 이익을 현저히 해치는 방식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데 비교대상으로 삼기에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뉴스1

진성철 방송통신위원회 통신시장조사과장이 22일 서울 서초구 행정법원에서 열린 '접속 속도 장애 과징금' 관련 페이스북이 제기한 방송통신위원회 상대 시정명령 등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패소 판결이 나온 후 법원 앞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날 서울행정법원은 페이스북이 지난 2018년 제기한 방통위 상대 행정소송에서 페이스북에 내린 시정명령과 과징금 3억9500만원 등 모든 행정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2019.8.22/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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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th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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