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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신뢰 없는 일본과 정보 공유 못해…미국의 소극적 중재도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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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예상 뛰어넘는 초강수 결정 왜



경향신문

종료 결정 발표하는 청와대 김유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이 22일 춘추관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 결정을 발표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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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안보 협력국 아닌 전략물자 수출통제 대상 국가 취급

협정 연장 결정 땐 국내 ‘반일 여론’ 강력한 역풍도 고려한 듯

미국과 불편한 상황 불가피…보수층 “대북 정보 공백” 우려


정부가 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종료하기로 전격 결정한 것은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대한 국민적 감정, 과거사를 안보 문제로 전환한 일본 측 태도와 이에 따른 안보환경 변화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경제보복에 대한 ‘맞불 조치’로 미국과의 불편한 상황까지 감수하며 GSOMIA 종료라는,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초강수를 둔 것이다.

정부의 GSOMIA 종료 결정은 무엇보다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우대국) 한국 제외 등 경제보복을 철회할 조짐을 보이지 않는 데 대한 일종의 충격요법으로 풀이된다.

일본이 오는 28일 화이트리스트 한국 제외 조치를 실행할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GSOMIA 연장을 결정해서 얻을 실익이 적다고 본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를 안보협력국으로 간주하지 않고 사실상 전략물자 수출통제 대상 국가로 대하는 일본의 태도에도 불구하고 이 협정을 유지해야 하는 실리는 그리 크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했다. 2016년 11월 협정 체결 후 현재까지 한·일 간 정보교류는 사실상 감소 추세였고, 군사정보의 질이나 효용성 측면에서도 우리 측으로선 수요가 크지 않았다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일본의 태도 변화나 미국의 적극적 중재 노력 등을 압박하기 위해 GSOMIA 종료 카드를 꺼내든 정부가 당초 의도한 효과를 얻지 못한 상황에서 도로 칼집에 칼을 집어넣을 경우 일본에 끌려가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 판단도 했음직하다.

당초 2016년 GSOMIA가 체결된 것은 미국 요구에 따른 것이고 정부가 GSOMIA 종료를 검토한 것은 한·일 갈등에 대한 미국의 적극적 관여와 중재를 압박하려는 의도가 짙었다. 하지만 미국이 중재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자 정부가 전격적으로 GSOMIA 종료를 결정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일본에 대한 비판 여론이 비등하다는 점, 특히 여권 지지층에서 GSOMIA 종료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다는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국가이익이라고 하는 것은 명분도, 실리도 중요하고 국민의 자존감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청와대 관계자)는 것이다. 청와대는 이날 결정에 앞서 거의 매일 여론조사를 실시해 GSOMIA 연장 여부에 대한 국민 여론을 파악했다고 한다. GSOMIA 종료를 지지하는 여론이 높고, 정부가 GSOMIA 연장을 결정할 경우 ‘반일 여론’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경향신문

정부의 GSOMIA 종료 결정에는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며 믿을 수 없는 국가로 규정한 일본과 민감한 군사정보를 주고받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명분론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민감한 군사정보를 상호 교환한다는 것은 우방국 간, 안보협력국 간 안보협력을 전제로 이뤄지는 것”이라며 “정부는 지난 2년간 이런 전제하에 GSOMIA를 연장해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이 안보상의 이유로 화이트리스트에서 우리를 제외한 상황에서 안보협력 관계를 전제로 민감한 군사·안보 정보를 공유하는 상황이 된 것”이라며 “(한·일 안보협력 관계를 깬 것은) 일본이 먼저 취한 조치”라고 했다.

김유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이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한국 제외 조치를 두고 “양국 간 안보협력 환경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한 것으로 평가했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이 추가적인 상황 악화를 막기 위해 한·일 정부에 제안한 ‘현상동결 합의’를 일본 측이 거부한 것도 GSOMIA 종료 결정의 명분이 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미가 한·일관계를 해결하기 위해 긴밀 소통했다는 것이고, ‘현상동결 합의’를 미국을 통해 제안하게 만든 것”이라며 “(미국의 제안에) 우리 역시 긍정적이었고, 일본 측이 받아들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거부했다”고 말했다.

보수진영에선 GSOMIA 종료로 북한에 대한 군사정보가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GSOMIA가 종료된다 하더라도 우리 정부의 재산과 한·미 연합자산을 통해 한반도 주변 안보 상황은 면밀한 대비와 감시가 가능하다. 필요시에는 한·미·일 정보공유협정을 통해 일본과도 협력은 진행된다”며 “정보 공백이나 감시 공백이 있을 수 없다”고 했다.

정제혁 기자 jhj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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