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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거북의 다잉메시지 “한국 앞바다는 쓰레기 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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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 속엔 예외없이 ‘플라스틱’

방생 11일 만 발견된 사체선 쓰레기 225개

소화기관 확인 가능한 폐사체서

개체당 평균 15.5개 플라스틱 나와

한국 연안 미세플라스틱 오염 심각


해파리로 오인하기 쉬운 폐비닐, 낚시꾼이 바다에 무심코 버린 낚싯줄, 바다에 버려진 뒤 마모돼 점점 작아지는 스티로폼…. 지난해부터 국내 연안에서 발견된 바다거북 사체를 부검하고 있는 국립해양생물자원관, 국립생태원, 세계자연기금(WWF) 등 공동연구진이 바다거북의 소화기관을 살펴볼 때마다 확인되는 플라스틱 쓰레기다.

세계에서 손꼽힐 정도로 미세플라스틱 오염도가 높은 한국의 바다가 바다거북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생태보전연구실 김민섭 박사가 지난 13일 제주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74회 한국생물과학협회 정기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연구결과를 보면, 2017~2019년 사이 확보한 바다거북의 폐사체 38개를 부검한 결과, 소화기관 내부 확인이 가능했던 20개체에서 플라스틱 쓰레기가 발견됐다. 김 박사를 포함한 공동연구진은 지난해부터 매달 한두 차례 국립생태원에 모여 그동안 확보한 바다거북 사체의 부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생물과학협회 정기학술대회는 생태학회, 생물교육학회, 동물분류학회, 유전학회, 환경생물학회, 곤충학회, 식물분류학회 등이 모여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학술정보를 공유하는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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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해양생물자원관, 국립생태원, WWF(세계자연기금) 연구진이 지난 5월 국립생태원에서 폐사한 바다거북의 사체를 부검하고 있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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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해양생물자원관, 국립생태원, WWF(세계자연기금) 연구진이 지난 5월 국립생태원에서 폐사한 바다거북의 사체를 부검하고 있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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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박사는 38개체 대부분의 장기에서 병변이 확인됐으며 8개체는 장내 이물질에 의한 병변이 뚜렷했다고 밝혔다. 또 바다거북 체내에서 확인된 플라스틱 쓰레기는 개체당 평균 15.5개에 달했다. 1개체에서는 무려 54개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무더기로 확인됐다. 플라스틱 쓰레기의 무게는 0.01g부터 15.6g까지 다양하게 나타났으며 평균 무게는 3.57g이었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폐사한 바다거북뿐 아니라 국내 연안을 찾는 바다거북 다수가 플라스틱 쓰레기를 일상적으로 섭취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 해양생물자원관이 지난해 8월 방류한 수족관 출신의 3년생 바다거북 폐사체에서는 무려 225개의 해양쓰레기가 확인된 바 있다. 해양생물자원관은 등껍질에 부착한 위치추적장치를 통해 이 바다거북의 이동 경로를 추적했는데 제주에서 방류된 지 11일 만에 부산 바닷가에서 죽은 채로 발견됐다. 수족관에서 자라 해양쓰레기에 노출된 일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11일 동안 제주 바다와 남해안에서 먹은 쓰레기가 225개에 달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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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사한 바다거북 소화기관에서 나온 해양쓰레기.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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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사한 바다거북 소화기관에서 나온 해양쓰레기.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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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사한 바다거북 소화기관에서 나온 해양쓰레기.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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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사한 바다거북 소화기관에서 나온 해양쓰레기.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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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국내 연안은 세계적으로도 미세플라스틱 오염이 심각한 지역으로 꼽힌다. 특히 인천, 경기 해안과 낙동강 하구는 세계에서 미세플라스틱 농도가 2번째, 3번째 높은 곳이라는 연구결과가 국제학술지 네이처지오사이언스에 발표된 바 있다.

김 박사는 인공위성을 통한 위치추적장치를 부착해 바다거북의 이동 경로와 거리 등을 연구, 분석한 결과도 공개했다. 해양생물자원관 연구진이 최근 3년간 위치추적장치를 부착해 방류한 바다거북 22개체 중 분석이 마무리된 19개체는 위치추적이 가능했던 평균 102.5일 동안 평균 4913.4㎞를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종별로는 푸른바다거북이 평균 131일 동안 6247㎞를 이동했고, 붉은바다거북은 평균 169일 동안 8122㎞를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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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류한 바다거북의 종별 이동경로.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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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 거리를 이동한 개체는 붉은바다거북이었으며 365일 동안 무려 1만8873㎞를 이동했다. 방류된 붉은바다거북 성체 4개체 중 2개체는 겨울철 일본으로 갔다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한반도 연안을 주된 서식지로 이용한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푸른바다거북 가운데는 총 366일 동안 1만3471㎞ 이동한 경우가 가장 이동거리가 긴 개체였다. 푸른바다거북은 방류 후 대부분 일본, 동남아 등 따뜻한 해역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남하했다가 한국으로 돌아온 경우는 1개체가 확인됐다.

해양생물자원관 연구진은 현재 3개체에 대한 인공위성 위치추적 연구를 실시하고 있으며, 오는 28일에는 제주에서 바다거북 14개체를 방류할 예정이다. 김 박사는 “국내에서는 현재까지 총 117개체를 자연방류했는데 가까운 일본은 매년 수천개체를 방류하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바다거북 방류 및 위치추적 연구를 확대할 필요성이 있음을 지적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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