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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한국계 '괴물 신인' 머리, NFL 무대 휘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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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1R 지명 후 NFL 전체 1순위 지명

프리시즌 애리조나 데뷔전서 A평점

기자회견서 한국축구대표팀 유니폼 입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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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NFL 애리조나 카디널스의 카일러 머리. [사진 머리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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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프로풋볼(NFL) 홈페이지는 애리조나 카디널스의 ‘괴물 신인’ 카일러 머리(22·미국)의 데뷔전 활약에 만점을 줬다.

쿼터백 머리는 지난 9일(현지시간) 열린 LA 차저스와의 NFL 프리시즌 경기에서 7개의 패스를 시도해 6개를 성공시키며 17-3 승리를 이끌었다.

머리는 지난 5월 NFL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애리조나의 지명을 받았다. 이 경기는 언론과 팬들이 가장 주목하는 경기였다. NFL은 “머리는 빠른 리듬으로 면도날처럼 날카로운 패스를 던졌다. 편안하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중원을 지휘했다”고 평가했다.

머리의 도전이 큰 관심을 받는 건 NFL과 미국프로야구(MLB)에서 모두 1라운드 지명을 받은 최초의 선수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미 지난해 6월 1라운드 9순위로 MLB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유니폼을 입었다. 계약금만 466만 달러(약 56억원)였다. 웬만한 운동 선수는 한 번 밟아보기도 어려운 꿈의 무대를 두 곳이나 밟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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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L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는 머리(오른쪽). [사진 머리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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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는 고교시절부터 야구와 풋볼을 같이 했다. 키 1m78㎝, 체중 88㎏으로 정상급 풋볼·야구 선수들의 체격에 비해선 작은 체구였지만, 타고난 민첩성과 영리한 두뇌를 앞세워 극복했다.

머리의 아버지 케빈은 대학 시절 텍사스주 내 최고 쿼터백으로 이름을 날렸고, 삼촌 캘빈은 1999년부터 6시즌간 메이저리그에서 야수였다. 먼저 꽃을 피운 건 야구였다. 머리는 오클라호마대 4학년이던 지난해 중견수로 51경기에 출장해 타율 0.296, 10홈런(47타점)의 뛰어난 성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MLB행을 확정한 뒤 상황이 변했다. 머리가 쿼터백을 맡은 오클라호마대 풋볼팀은 지난해 12월 대학 풋볼 4강 플레이오프에 올랐다. 패스 성공률 70.6%, 터치다운 37개, 3674패싱야드(이상 2018년)를 기록한 그는 대학 풋볼 최고의 영예인 ‘하이즈먼 트로피(MVP)’까지 수상했다.

결국 머리는 지난 2월 애슬레틱스의 스프링캠프 참가를 포기하고 NFL 진출을 선언했다. 그는 인스타그램에 “내 인생과 시간을 NFL 쿼터백이 되는 데 확고하고 완전하게 바칠 것”이라고 썼다. 애리조나 구단은 머리와 4년 계약을 맺으며 계약금 2359만 달러(약 285억원)를 포함해 3516만 달러(약 425억원)를 보장했다.

머리는 NFL 무대에 빠르게 적응 중이다. 카디널스를 상대로 화려한 데뷔전을 치른 그는 13일 오클랜드 레이더스와의 프리시즌 두 번째 경기에선 부진했다. 그는 패스 8개를 시도해 3개만 성공시키는 데 그쳤다. 하지만 언론의 호평은 끊이지 않는다. 미국 포브스는 카일러 머리를 공격 부문 신인왕 후보 0순위로 꼽으며 “스피드와 던지기 능력은 모든 팀이 탐낼 만큼 뛰어나다”고 칭찬했다. 머리는 레이더스전이 끝난 뒤 ESPN과 인터뷰에서 “아직 프리시즌 경기다. 아직 정규시즌은 시작도 하지 않았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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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는 인스타그램 메인 화면에 한글로 초록불을 적어뒀다. [사진 머리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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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는 외할머니가 한국인인 ‘쿼터 코리안(Quarter Korean)’이다. 미국 최대 통신회사 버라이즌의 부사장을 지낸 어미니는 결혼 전까지 ‘미선’이라는 이름을 썼다.

머리도 한국 사랑이 각별하다. 그는 NFL 데뷔전을 치른 뒤 기자회견장에 한국 축구대표팀 홈 유니폼을 입고 나타나 화제가 됐다. 현지 언론도 머리가 한국계라는 점을 부각했다. 국내 스포츠팬들도 “한국 대표팀에서 뛰어도 될 만큼 유니폼이 잘 어울린다”고 칭찬했다.

머리의 인스타그램 메인 화면에는 영문 '그린라이트(Green light)'와 한글 '초록불'을 나란히 적어뒀다. 이제 막 출발대에 선 프로 선수 인생에 청신호를 켜겠다는 뜻인데, 한국인이라는 자긍심도 함께 담았다. 그는 한국 음식을 먹는 사진도 자주 게재한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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