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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성락원=명성황후 피난처’ 주장, 개인글 근거일뿐”…‘문화재 가치’ 논란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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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토론회 자료집’에서

성락원 문화재적 가치 재차 결론

“심상응 별장”→“부존재” 결론 수정

갑신정변 때 환관 글 근거 새 주장

“황후, 관우 사당으로 몸 숨겼다는

국가기록 북묘비 더 신뢰해야” 지적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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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적 가치가 없다’는 지적이 제기돼온 서울 성북구 성락원에 대해 문화재청이 ‘조선 말기 환관의 정원으로 명성황후(민비)가 갑신정변 때 피난했던 곳으로 문화재적 가치가 있다’고 재차 결론을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민비가 갑신정변 때 몸을 피한 곳은 성락원이 아니라 중국 촉나라 장수 관우를 모신 사당인 ‘북묘’였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성락원을 둘러싼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22일 <한겨레>가 확보한 문화재청의 ‘성락원(명승 제35호) 토론회 자료집’을 보면, 문화재청은 “성락원이 조선 고종 때 환관(내시)인 황윤명이 만든 별서정원으로 1884년 갑신정변 때 민비가 이곳으로 피난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역사적 검증이 없었다는 지적을 받은 ‘이조판서 심상응’에 대해선 ‘부존재’(존재하지 않는다)라고 결론 내렸다. 문화재청은 1992년과 2008년 이곳을 각각 사적과 명승으로 지정할 때 ‘이조판서 심상응의 별장’이라는 점을 근거로 문화재로서 가치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황윤명은 고종이 아낀 환관으로 학문과 서예, 그림에 뛰어나 정치·문화적 영향력이 큰 인물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화재청은 민비가 갑신정변 이후 측근에게 써서 나눠준 ‘일편단충’이란 유묵의 발문을 근거로 들었다. 황윤명과 함께 활동한 환관 김규복은 이 글에서 갑신정변 당시를 언급하며 “혜화문으로 나가 성북동 황윤명 집으로 향했다. 태후, 왕비, 세자께서는 이미 어가에 머무르고 있었다”고 썼다. 문화재청은 이 기록에 근거해 성락원 조성 연도를 1884년 이전으로 추정했다. 황윤명이 쓴 시가 성락원에도 존재한다는 점도 성락원의 문화재적·역사적 가치를 입증하는 증거로 제시했다.

문제는 고종이 직접 비문을 지은 ‘북묘비’에 민비가 갑신정변 때 몸을 피한 곳이 성락원이 아니라 ‘북묘’로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 기록돼 있다는 점이다. 북묘는 현재 서울 종로구 숭인동에 있는 동묘처럼 관우를 모신 사당으로 1883년 종로구 명륜동에 지어졌고 지금은 남아 있지 않다. 국립중앙박물관에 보관된 북묘비에는 “갑신년 겨울에 또 역란이 일어나 나(고종)는 전궁의 상하와 함께 관왕의 사당으로 피신하였다”고 적혀 있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고문헌을 보면 왕과 왕비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상하는 높은 사람과 아랫사람을 다 일컫는 말로 항상 왕과 왕비뿐만 아니라 대왕대비, 왕대비가 포함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왕이 만든 묘비는 공식적인 국가기록인 만큼, 개인이 쓴 일편단충 발문보다는 북묘비를 더 신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런 주장에 문화재청은 ‘확대해석’이라고 선을 그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전궁의 상하’라는 말에는 명성황후가 직접 언급돼 있지 않다”며 “이를 왕과 왕비, 대왕대비, 왕대비라고 보는 것은 과도하다”고 맞섰다. 그는 이어 “명성황후가 내린 유묵에 환관이 쓴 글을 개인기록이라고 볼 순 없다”며 “보통 왕과 왕비, 세자가 전란이나 역모 속에서 같이 움직이지 않는다. 북묘비와 일편단충 발문을 종합하면, 고종은 당시 북묘로 갔고, 명성황후는 성락원 일대에 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문화재청이 문화재로서 가치가 있다고 근거로 든 환관의 별서정원이었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이 논리대로라면 서울 은평구 진관동과 노원구 월계동 등 환관 집단 묘지 등도 모두 문화재가 돼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이정규 기자 j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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