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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107년 전 유일한 생존자, 타이태닉호가 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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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만에 재촬영...“급속도로 부식중”

빙산 목격한 전망대ㆍ선장실 모두 사라져

탐사팀, “수십 년 안에 자연으로 돌아갈 듯”

부식된 철은 종유석처럼 녹아내렸고, 배의 표면은 군데 군데 갈라져 있었다.

선실의 유리창만이 형체를 유지하고 있을 뿐, 거대한 배를 이끌던 프로펠러는 고물처럼 깊은 바다 속으로 가라앉았다.

107년 전 대서양에서 침몰해 수심 3800m에 가라앉은 타이태닉호가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2004년 촬영된 이후 15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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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수중 촬영된 타이태닉호의 모습. [로이터=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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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는 다국적 탐사팀이 촬영한 타이태닉호의 영상을 22일(현지시간) 공개했다. 탐사팀은 이달초 4.6m 길이의 잠수함을 이용, 5번의 잠수를 통해 배의 영상을 촬영했다. 4K 고화질 영상으로 찍었고, 3D로 배의 실제 모습도 복원할 예정이다.

이들이 공개한 대표적인 영상은 뱃머리 부분이다. 영화 ‘타이타닉’에서 여주인공이 바다를 향해 두 팔을 벌리고 서 있던 그 장소다. 부식이 심하게 진행돼 난간과 외형으로 겨우 형체만 알아볼 수 있을 정도다. 난간도 계속 사라져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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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타이태닉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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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팀은 이번 조사를 마친 뒤 “타이태닉호가 자연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뱃머리가 금속을 섭취하는 박테리아로 인해 고드름 형태의 녹으로 변했고, 조류의 흐름에 따라 물 속으로 흩어지는 일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조사에 참여한 과학자 로리 존슨은 "잔해의 상태가 시간이 지날수록 나빠지고 있다"며 "이는 자연적인 과정"이라고 말했다.

타이태닉호가 빙산과 충돌한 건 1912년 4월14일 오후 11시 40분. 갑판에 있던 선원이 450m 앞에서 다가오던 높이 20m 가량의 빙산을 발견하고 급히 방향을 틀었지만, 충돌을 피하지 못했다. 탑승객 2224명 중 1514명이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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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역일(1912년 4월 10일) 촬영한 타이태닉호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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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는 “‘전방에 빙산!(Iceberg right ahead!)’을 외쳤던 타이태닉의 ‘악명 높은’ 전망대가 사라졌다”고 보도했다. 타이태닉호가 빙산과 충돌할 때 선장 존 스미스가 쉬고 있던 선실도 2005년까지 확인됐지만 지금은 찾아볼 수 없다.

탐사에 참여한 역사학자 파크 스티븐슨은 “선원용 선실이 위치한 우현 쪽의 부식이 심각하다”며 “갑판 전체가 붕괴돼 호화로운 선실들의 모습이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가디언은 탐사팀을 인용해 “철을 소화하는 미생물이 배를 미세한 가루로 만들어 바닷물 속으로 흩뿌리고 있다”며 “수십 년 안에 아무 것도 남지 않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타이태닉호의 선체는 두 동강이 난 채 600m 간격으로 떨어져 있다. 선체의 20%는 침몰 과정에서 유실됐다. 반으로 잘린 배가 가운데부터 가라앉으면서 그나마 뱃머리가 침몰 뒤에도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배의 뒷부분은 선체가 찢어지면서 훼손이 심한 상태다. 타이태닉호가 처음 발견된 건 1985년이다. 캐나다 뉴펀들랜드에서 680km 떨어진 지점에서다. 영국과 미국 사이의 대서양 한복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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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2년 4월 15일 침몰한 타이태닉 항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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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태닉호가 사라질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현재 배의 모습을 생생하게 기록해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영국 국립 해양 박물관(National Maritime Museum)의 로버트 블리스 연구원은 “타이태닉호 자체가 전대미문의 비극의 유일한 증인”이라며 “배의 상태를 어떤 형태로든 기록해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8세 미만 어린이 55명을 포함한 생존자 710명은 모두 세상을 떠났다. 남은 건 3등실 승객 화이트 라이너가 숨지기 전 아내에게 쓴 세 장의 편지, 승객들의 대피를 돕기 위해 끝까지 선상에 남아 음악을 연주한 윌리스 하틀리의 바이올린 등이다.

박성훈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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