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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소득격차 역대 최악… 하위20%에 자영업자 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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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5분위 배율’ 5.3배로 최고… 하위20% 소득 제자리, 상위20% 소득 3.2%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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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영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이 2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2019년 2/4분기 가계동향 조사 소득 부문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세종=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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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분기 상하위 소득 계층간의 빈부격차가 매년 2분기 기준으로 2003년 관련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로 벌어졌다. 지난해 분기마다 계속 감소했던 1분위(소득 하위 20%) 가구 소득이 겨우 마이너스 행진은 멈췄지만, 그보다 상위 계층의 소득 증가세를 전혀 따라가지 못하면서다. 여기에 구조적으로 소득 하위 계층에 저소득 노인 가구가 빠르게 유입되고 있어, 이 같은 양극화 현상은 앞으로 더욱 심해질 거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역대 최고 빈부격차

22일 통계청이 발표한 ‘2분기 소득부문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 4~6월 1분위 가구 소득(월 132만5,500원)은 1년 전보다 0.04% 증가하며 보합세를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부터 5개 분기 연속 하락세는 일단 멈춰선 것이다. 하지만 세금 등을 제외하고 뜻대로 쓸 수 있는 처분가능소득은 1년 전보다 1.3% 줄어, 여전히 6개 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이에 비해 소득 상위 20%를 뜻하는 5분위 가구 소득(월 942만6,000원)은 지난해보다 3.2% 증가했다. 아동수당과 실업급여와 같은 복지급여가 확대되면서 5분위 가구의 이전소득(각종 연금, 수당 등)이 1년 사이 23.4%나 늘었다. 기업들의 임금인상 덕분에 근로소득도 4.0% 증가했다.

이처럼 하위 가구 소득이 멈춰선 사이, 상위 가구 소득은 늘면서 빈부격차 지표는 2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로 높아졌다. 처분가능소득 기준 상위 20% 소득을 하위 20% 소득으로 나눈 ‘소득 5분위 배율’은 5.30배로, 역대 2분기 중 가장 컸던 2008년(5.24배)을 넘어섰다. 5분위 배율은 지난해 1, 3, 4분기에도 각 분기 기준 2003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 바 있다.

◇1분위 근로소득 줄고, 자영업 비중 늘고

1분위 가구 소득이 증가하지 못한 건, 이들의 근로소득이 큰 폭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1분위 가구 가운데 주로 자영업자가 버는 사업소득은 15.8% 증가한 반면, 월급 받는 사람들의 근로소득은 15.3% 감소했다. 이를 두고 박상영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은 "자영업 환경 부진으로 2ㆍ3분위에 있던 자영업자가 1분위로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분위 가구 내 근로자는 실직 등으로 숫자가 줄고 자영업자가 늘면서 사업소득 비중만 증가했다는 의미다. 실제 1분위에서 근로자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32.6%에서 올해 29.8%로 감소했다.

하지만 1분위 소득이 멈춰선 건, 이 때문만이 아니다.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을 합한 고용소득 역시 6.8%가 줄었다. 일해서 얻는 소득 자체가 줄었다는 뜻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고령화로 일자리가 없는 노인이 늘면서, 1분위 무직 가구 비중이 0.4% 상승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1분위 가구의 2분기 소득이 마이너스를 면한 건, 기초연금 수급액 인상 등 정부의 적극적인 예산 투입 덕분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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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 추이/김경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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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정체 수년간 지속될 듯

문제는 이 같은 1분위 소득의 정체 현상이 앞으로 수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저소득층 상당수를 노인이 차지하는 인구 구성 때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대체로 소득이 높지 않은 노인 인구가 빠르게 늘고 있다”면서 “노인들은 정부 제공 일자리를 제외하면 생계급여 같은 이전소득 말고는 소득을 늘릴 마땅한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 전체 가구에서 70세 이상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2분기 9.6%에서 올해 13.8%로 늘어었는데, 1분위 내에서는 31.3%에서 43.4%로 10%포인트 넘게 급증했다.

한편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는 이날 소득 지표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소득주도성장위는 “고령화와 자영업 경영부진 등으로 1분위 무직가구와 자영업자 가구가 증가하는 등 시장소득 감소 압력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전소득 증가로 저소득층 가계소득을 보완했다”며 “정부의 시장소득 개선정책과 재분배 정책 추진에 힘입어 부익부 빈익빈의 가계소득 양극화 현상이 뚜렷이 완화됐다”고 했다.

하지만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고용 구조상 정부의 이전소득으로 소득격차를 줄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역대 최고 수준 불평등 수치가 나온 만큼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의 이상이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꼬집었다.

세종=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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