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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신동흔의 뉴스 저격] 유튜브에 밀리고 적자에 치이고… 시청률 반토막 지상파의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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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줄줄이 망하고 광고 매출까지 뚝뚝… 지상파의 몰락 어디까지]

KBS 2023년 총손실 6500억 전망, MBC 3년 연속 적자 기록할 듯

SBS 최근 연말 보너스 지급 못해… 3社 드라마 시청률은 고작 5%대

월화드라마 잠정 폐지하는 등 비용 절감할 자구책 냈지만 몸집 비대, 경영 혁신 엄두 못내

지난 11일 방송된 KBS 2TV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콘서트'는 시청자들의 묘한 추억을 자극했다. '생활사투리'와 '국제유치원' 등 한때 이 프로그램을 대표했던 콘텐츠 포맷을 부활시켰고, 그 시절 고정 출연자들까지 재(再)등장시켰기 때문이다. 10여 년 전엔 시청률 20%에도 '인기가 떨어졌나' 걱정했던 이 프로의 현재 모습은 초라하다. 2주 휴방 후 재개한 개편 첫 방송 시청률은 5.6%(수도권·TNMS 기준). 이문원 대중문화 평론가는 "넷플릭스에 유튜브, 1인 방송까지 TV와 경쟁하는 시대에 '그 옛날' 콘텐츠로 중·장년층 추억에 호소하는 모습을 보며 '젊은 시청자는 포기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위기다. 10여 년 전과 비교하면 시청률은 반 토막 수준이 됐고, 광고 수입도 그에 맞춰 매년 줄어들고 있다. 넷플릭스, 유튜브, 네이버 TV 등 디지털 기반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방송 시장에서 과점적 지위를 잃은 지도 오래다. 문제는 좀처럼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KBS와 MBC 두 공영 방송사는 최근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월·화 드라마를 잠정 폐지하고 업무 추진비 삭감, 특파원 20% 감축 등 비상 경영 계획을 내놨다. '돈' 많이 들어가는 콘텐츠는 줄이고, 아낄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아껴 보겠다는 것이다. 법인카드 종이 전표도 없애기로 했다. 하지만 공룡처럼 거대한 몸집과 옛 과점 체제에 익숙한 체질을 개선하지 않고선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지상파 시청률은 지금 하락 중

2005년 7월 방송한 MBC 수·목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 16회 시청률은 53.4%(수도권·TNMS)를 기록했다. 전국 가구 절반 이상이 동시에 시청한 이런 작품이 다시 나오리라 믿는 사람은 이제 거의 없다. 드라마·예능 분야에서 솜씨 좋은 PD 상당수는 이미 지상파를 떠났고, 제작 역량을 갖춘 종편과 케이블 TV에서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tvN), '스카이캐슬'(JTBC), '미스트롯'(TV CHOSUN) 같은 작품이 나오기 시작했다. 시청률 조사 기관 TNMS가 방송사별 주중 인기 드라마 시청률을 조사한 결과, 2005년 20%에 가까웠던 TV 미니 시리즈 평균 시청률은 2015년 10%대 초반으로 떨어졌고, 올 상반기에는 6.9%(KBS2), 4.7% (MBC), 5.3%(SBS)까지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드라마는 제작비 규모가 크기 때문에 기대했던 만큼 시청률이 나오지 않을 경우 방송사에 주는 타격이 크다. 올해 지상파는 독립 유공자 서훈 논란에 휩싸였던 김원봉을 소재로 한 '이몽'(MBC·평균 시청률 4.7%), 동학운동을 다룬 '녹두꽃'(SBS·6.6%) 등 대작 역사 드라마에 투자하면서 경영난이 가중됐다. '이몽'은 200억원대, '녹두꽃'은 100억원대 제작비가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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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시청률도 옛날 같지 않다. 2005년 한 해 평균 18%(주중·주말 포함·TNMS 기준)였던 KBS '뉴스9' 평균 시청률은 2019년 상반기 평균 11.5%로 낮아졌다. 같은 기간 MBC '뉴스데스크'는 10%에서 3%, SBS는 7.6%에서 4.3%로 하락했다. TV 뉴스를 볼 수 있는 매체가 다양해지면서, 지상파 TV 뉴스에 대한 '충성도'가 예전만 못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끊이지 않는 공정성 논란도 신뢰도 하락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KBS 뉴스 9의 최근 '반일 불매운동 보도 야당(野黨) 로고 사용', MBC 뉴스데스크의 지난 5월 1일 '문무일 항명 사태 비보도' 등 잡음도 끊이지 않고 있다.

미디어연대 조맹기(서강대 명예교수) 공동대표는 "공영방송의 메인 뉴스에서 정권 편향 색채를 내다보니 시청자들이 외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상파 '긴 겨울' 시작되나

SBS는 최근 3년간 연말 성과급을 한 번도 지급하지 못했다. MBC는 지난달 하루 광고 매출액이 1억4000만원을 기록한 날까지 나오면서 "임직원 1700명 지상파 방송사가 여섯 살 이보람양의 유튜브 방송과 광고 매출이 비슷해졌으니, 경영 위기가 아니라 생존 위기"라는 자조 섞인 성명(MBC 노동조합 7월 26일)이 나왔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지상파 방송사 광고 매출은 2011년 2조3754억원에서 지난해 1조3007억원으로 8년 사이 1조747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KBS는 올해 예상 광고 매출이 약 2631억원으로 양승동 사장 취임 이전인 2017년(3666억원)에 비해 1000억원가량 감소할 전망이다. 앞으로 5년간 매년 1000억원대 손실을 내면서 2023년 누적 사업 손실이 6569억원에 이를 것(KBS '토탈리뷰TF' 보고서)이라는 진단까지 나왔다. MBC는 2017년 565억원, 지난해 1237억원 적자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 이미 400억원대 영업 손실로 3년 연속 적자가 불가피하고, 작년까지 버텨온 SBS도 올해는 적자 전환이 예상된다. KBS는 2021년까지 한시 계약직 703명 20% 감축, 추가 인원 채용 중단 등을 통해 연간 600억원(2020년 기준)을 절감한다는 계획이다. MBC도 흑자 미(未)달성 시 특별 상여금을 폐지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임금 감축안(案)을 마련했다.

하지만 지상파 방송사들이 방만한 경영 체질 자체를 개선하지 않은 채 미봉책만 내놓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KBS 관계자는 "과거엔 예산 주간실이 떡 하니 버티고서 일정액 이상 예산을 쓸 때 철저히 따져 10~20%씩 삭감하거나 불필요한 예산을 잘랐던 반면, 양승동 사장 취임 이후 예산 통제권이 각 본부 단위로 이양되면서 '모처럼 제작비 원 없이 써본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했다. KBS는 2017년 감사원 지적 이후 대폭 축소키로 한 상위 직급 비율도 노조와 취업 규칙 변경에 합의하지 못해 내버려 두고 있는 실정이다. MBC 주변에선 "올해 입금될 여의도 옛 MBC 사옥 매각 대금 수천억원을 믿고서 조직을 방만하게 운영해오다 적자 경영을 초래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 지상파 방송사 전직 고위 임원은 "과거 지상파밖에 없던 시절의 타성에 젖어 있는 지상파 마인드와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가 경영을 좌지우지하는 현 체제를 바꾸지 않고선 아무리 적자가 쌓여도 근본적 대책을 내놓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지상파의 매출 감소 호소에… 역대 정부는 광고총량제 등 온갖 혜택]

지상파는 재송신료 매년 높이고 모바일 플랫폼 시장까지 진출

지상파 방송사들은 광고 매출 감소를 이유로 각종 제도 개선 혜택을 받아왔다.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유료 방송업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광고총량제를 관철시켰고, 가상·간접광고 확대도 이뤄졌다. 문재인 정부에선 중간광고 도입 약속을 받아냈다. 세계 어느 나라나 지상파를 더 까다롭게 규제하는 것은 전파를 무상 사용하는 공공(公共)적 속성이 강하기 때문인데, 국내 지상파는 공적 매체로서 위상은 누리면서 규제에서는 벗어나려는 모습을 그동안 보여왔다.

지상파 방송사들을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른 일방적 '피해자'로만 볼 수도 없다. 방송이 디지털화되면서 가능해진 VOD(주문형 비디오)와 해외 수출 등 프로그램 판매 수익, IPTV와 종합유선방송(SO)들로부터 받는 재송신료(CPS·Cost Per Subscriber) 등은 매년 증가해왔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유료 방송 가입 가구당 매월 400원씩 받던 재송신 대가를 올해부터 500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상파 3사가 그동안 받아온 CPS는 2016년 2296억원 → 2017년 2539억원 → 2018년 3184억원으로 증가해왔다. 올해 500원까지 관철시킬 경우, 이 액수는 3980억원으로 25%가량 증가할 전망이다. 프로그램 판매 매출도 2017년 6429억원에서 지난해 8179억원으로 27.2% 증가했다.

여기에 지상파 방송사들은 최근 전용 모바일 플랫폼 푹(POOQ)과 SK텔레콤 옥수수를 합친 신설 합작 법인도 탄생시켰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일 두 플랫폼의 통합을 승인했다. 이를 통해 지상파는 모바일 분야에서도 직접 수입을 챙기겠다는 것이다.

[신동흔 미디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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