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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유령입자’ 중성미자의 질량 비밀, 슈퍼컴퓨터로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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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연구팀 “가장 가벼운 중성미자… 1kg이 1조로 세 번 나뉜 수준의 무게

일반컴퓨터로는 60년 걸렸을 것”

중성미자는 세상 대부분의 물질을 그냥 통과하는 이상한 입자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엄지손가락 하나에 1초에 1000억 개씩의 중성미자가 지나가지만 아무도 느끼지 못한다. 어떤 물질과도 거의 반응하지 않은 채 그냥 지나가기 때문이다. 중성미자를 ‘유령입자’라고 부르는 이유다.

중성미자는 우주의 탄생과 진화를 설명하는 입자물리학 ‘표준모형’을 구성하는 17개 기본입자 가운데 3개를 차지하지만 아직 비밀이 많다. 3종의 중성미자는 마치 가면을 서로 바꿔 쓰듯 종류가 서로 바뀐다. 이유는 모른다. 가장 기본적인 물리량인 질량도 미지수다. 그저 3개 가운데 2개는 최소한 질량이 0이 아니라고 추측할 뿐이다. 중성미자의 질량은 우주의 팽창과 물질의 비율 등을 설명하기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난제로 꼽힌다.

과학자들이 그간 베일에 싸여있던 중성미자 질량의 비밀을 처음 일부 풀었다. 아서 루레이로 영국 런던대 물리천문학부 연구원팀은 세 중성미자 가운데 가장 가벼운 중성미자 질량이 가질 수 있는 최댓값을 천문학 데이터를 이용해 처음으로 밝혀내는 데 성공해 물리학 분야 국제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 23일자에 발표했다. 입자의 질량은 처음부터 한 번에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워, 보통 최댓값과 최솟값을 찾아 범위를 좁혀가며 찾는다.

연구팀은 우주 팽창 속도를 연구하기 위해 110만 개의 은하를 관측한 ‘바리온진동분광분석조사(BOSS)’ 프로젝트의 데이터와 입자가속기 실험 데이터, 전파망원경 관측자료, 우주가 태어난 지 38만 년 뒤에 나온 최초의 빛(마이크로파 우주배경복사) 관측 데이터 등을 수집한 뒤 중성미자 질량을 결정할 수 있는 수식을 세우고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계산했다. 일반 컴퓨터로는 60년 동안 해야 할 빅데이터였다.

분석 결과 가장 가벼운 중성미자의 질량 최댓값은 0.086전자볼트(eV·전자 1개가 1V의 전위를 거슬러 올라갈 때의 에너지)로 밝혀졌다. kg으로 변환하면 1을 1조로 세 번 나눈 수준이다. 세 중성미자의 질량 합계는 0.26eV 이하로 나타났다. 루레이로 연구원은 “하지만 아직 가장 가벼운 중성미자 질량의 최솟값은 모른다”며 “여전히 질량이 0일 가능성도 남아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암흑에너지분광분석장비(DESI)’ 등 추가 천문 프로젝트의 데이터로 더 정교하게 질량을 밝힐 계획이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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