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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2030 분노, 4050 허탈, 6070 혐오감… “조국 의혹, 합법적이라 더 화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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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별 결 달랐지만 공분]

2030 “이게 공정이냐” 4050 “자식들에 미안” 6070 “강남좌파 민낯 봤다”
한국일보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2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의 한 빌딩으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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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나면 새롭게 터지는 조국(54)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을 둘러싼 의혹에 국민 모두가 분노하고 있다. 서민들로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경력(스펙)’을 만들어 입시에 활용하고 자산 50억원대의 자산가 자제로서 두 번씩이나 유급을 하고도 장학금을 받았다는 사실에 2030들은 ‘이게 공정이냐’며 촛불을 들 태세다. 입시생 자녀를 둔 4050 부모 세대는 ‘그들만의 리그’를 따라가지 못하는 좌절감을 토로하며 허탈감에 빠졌고 6070세대는 소위 ‘강남좌파’라는 이념을 거론하며 진보에 대한 혐오감을 표시하고 있다. 공정과 정의, 원칙을 입에 달고 살던 조 후보자가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며 합법을 내세우면서 성난 국민 감정은 임계점을 향하고 있다.

조 후보자 딸인 조모씨의 장학금 및 입시 특혜 논란은 심각한 입시전쟁을 치른 2030세대의 분노에 불을 붙였다. 고교생으로 의대 연구소에서 2주 인턴을 한 뒤 제1저자로 영어논문을 발표한 스펙에는 다들 혀를 내둘렀다. 연세대 4학년생 김모(26)씨는 “조 후보자 딸과 함께 입시를 치르지 않고 같은 길을 걷지 않은 게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했다. 고려대에 다니는 이모(28)씨는 “교수 출신 부모를 두지 않는 이상 과연 논문 스펙을 쌓을 수 있겠느냐”며 “입시제도를 어긴 게 아니어서 괜찮다고 할 게 아니라 과정 자체가 공정하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씨가 받은 특혜 장학금에도 2030은 분노했다. 서울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낙제를 두 번이나 했다는 건 조씨가 능력이 없다는 뜻인데 장학금을 3년 동안이나 주고도 붙잡을 만큼 중요한 사람인가” 라는 글이 올랐고 부산대에서는 “장학금 지급 시기는 공교롭게도 조 후보자 어머니가 양산 부산대 병원에 그림 네 점을 기증한 바로 다음 학기”라면서 장학금 거래 의혹까지 거론하는 대자보가 붙었다. 조씨가 다녔던 고려대와 서울대, 부산대 등에서는 학교 측에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촛불집회가 예고돼 있다.

전문가들은 평창 올림픽 당시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결성을 불공정이라며 반대했던 2030의 분노와 다르지 않다고 분석했다. 송재룡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옮고 그름’을 실현하지 못하는 현실적 한계를 인정하는 보수적 특징이 있는 기성세대와 달리 2030 세대는 ‘공정 가치’가 실현돼야 한다는 신념이 강한데 이번 조 후보자 논란은 이에 정면으로 반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입시생 자녀를 둔 4050 학부모 세대는 조씨의 화려한 스펙에 허탈감을 표시하며 상대적 박탈감에 자조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이날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조국 딸이 부럽네요”라는 글을 올린 한 학부모는 “수시와 면접으로 대학과 의전을 가고, 유급해도 공부 열심히 하라고 등록금을 줬는데 도덕적으로 큰 흠은 아니어도 전 제 자식에게 이렇게 해주지 못할 거 같아 딸에게 처음으로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고 썼다. 이 글에는 공감 댓글이 100여개가 달렸으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수시 폐지’ 주장도 나왔다.

60대 이상에선 진보 세력에 대한 혐오감이 분출됐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유모(60·보일러수리공)씨는 “문재인 정부는 정의와 공정을 내세워 탄핵 정국을 거쳐 정권을 바꿨는데 정작 문 정부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조 후보자 논란을 보니 진보의 민 낯을 본 거 같아 불쾌했다”고 말했다. 50대 이상이 주로 찾는 한 보수성향 유튜브 채널에선 “우리 자식은 용으로 키우겠다. 너희 자식은 개천에서 개구리, 붕어로 살면서 행복해라”라고 쓴 댓글이 100여개의 공감을 얻었다.

세대별로 분노하는 이유와 배경은 달랐지만 “합법이라 문제 없다”는 조 후보자의 해명에는 세대 구분 없이 공분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국민의 분노와 허탈함은 법적 잣대 이전의 문제”라고 진단했고 김동원 고려대 초빙교수는 “법무부 장관은 국가의 법을 집행하는 사람이고 법은 상식을 최소화한 것인데 지금 조 후보자 둘러싼 논란은 이런 상식과 어긋나다 보니 국민의 분노가 커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한울 한국리서치 여론분석전문위원은 “특혜의 제도화, 기득권화, 그런 네트워크에서는 진보와 보수가 따로 없다는 것이 이번에 드러났다”면서 “학력 세습의 제도화, 그들만의 리그가 폭로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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