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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악기도 ‘NO 재팬’.. 일본 불매운동 덮친 낙원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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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지난 19일 오후 방문한 서울 낙원동 악기상가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 여파로 더 한산한 분위기였다. 악기 시장에서 일본 제품 비중이 크다 보니 사람들이 낙원상가를 찾는 발걸음이 줄어든 것이다. 사진=박광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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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그동안 힘들었는데 (일본 제품) 불매운동까지 겹치니 더 힘들죠.”
서울 낙원동 악기상가에서 관현악기를 파는 상인 이재현씨(가명)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대해 이 같이 말하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달 일본의 수출 규제로 촉발된 국내 ‘노 재팬(No Japan)’ 열기가 악기 시장에도 번진 것이다. 이씨는 불매운동 취지에는 공감하나 중소 상인들이 피해를 받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일본 악기를 대체하기 쉽지 않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일본 제품 맞나요?” 먼저 묻는 손님들
실제 최근 찾은 낙원상가는 한산했다. 악기를 들쳐 멘 손님들이 종종 오가기는 했으나 낙원상가 전체를 채우기엔 모자랐다. 상가 안에선 왁자지껄한 말소리 대신 상인이 연주하는 관악기 소리만 들렸다.

상인들은 악기를 보러 온 손님들이 일본 제품이냐고 묻는 경우도 부쩍 늘었다고 했다. 음향기기·악기 시장에서 일본 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보니 어느 제품이 일본산인지 구분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음향기기를 판매하는 한 상인은 “어느 나라 제품인지 잘 모르시는 손님들은 저한테 먼저 물어본다”며 “일본 제품인 걸 알면 다른 제품으로 달라고 말하는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가게 주인은 “일본 제품이냐고 묻는 손님들이 많아 저도 공부해야 할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실제 낙원상가에 방문한 손님들은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관심을 보였다. 색소폰을 연주한다는 이모씨(59)는 “최근 대만산 제품도 일본산 제품과 비교해 품질이 떨어지지 않는다”면서 “일본 제품을 살 이유가 없다면 사지 않는 게 좋지 않겠냐”고 했다. 김용준씨(26)는 “최근 인터넷에서 일본 악기 대신 미국 악기로 갈아타려는 분들이 많이 보인다”며 “일본 제품 대신 미국 제품을 구입하고 인증을 올리는 분들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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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제 마땅치 않아” 하소연도

일부 손님과 상인들은 불매운동에 동참하고 싶어도 여건상 힘들다고 호소했다. 품질 면에서 뛰어난 일본 음향기기와 악기들을 대체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기타를 다루는 한창규씨(22)는 “품질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이 구매해야 하는 일본 제품이 있다”며 “기타는 일본 제품보다 좋은 제품이 많지만 이펙터(소리에 다양한 효과를 부여해주는 기기)는 일본 제품 외의 대안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모씨(25)도 “일본 정부 행동에 화가 나기는 하지만 일본 제품 소리가 좋아 다른 제품을 쓰지 않는다”고 밝혔다.

건반악기를 판매하는 상인은 “디지털 피아노 등 일부 악기의 고가 라인은 일본 제품을 대체하기 힘들다”면서 “사기 전에 눈치를 보는 손님도 있지만 구매를 포기하시지는 않더라”라고 상황을 전했다. 또 다른 상인도 “수십년간 사용했던 브랜드를 일본 제품 불매운동 때문에 포기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드럼 가게를 운영하는 한 50대 상인은 “일본산 악기에 믿음을 갖고 있는 손님들도 불매 운동이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리느라 전체적으로 매출이 줄고 있다”며 “좋은 국산 드럼이 없어 판매하지 못하는데 이런 사정을 손님들이 알아줬으면 한다”고 토로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박광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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