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이슈 은행권 DLS·DLF 사태

'DLS 원금손실 사태' 둘러싼 3가지 쟁점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조준영 기자] ["설계는 흔하지만 결과는 흔하지 않아"…분쟁조정 수십 건에 분주한 금융당국]

머니투데이


독일과 영국금리에 연계한 DLS(파생결합증권)의 원금 전액손실 위험이 커지는 가운데 금융당국은 해당 상품을 판매한 은행·증권사들에 대한 고강도검사를 벌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9일 상품의 설계→제조→판매 전반에 대한 실태를 점검하고 분쟁조정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DLS는 주식·주가지수 외에도 이자율·통화·실물자산 등의 가격변동에 따라 투자수익이 결정되는 금융상품이다. DLF는 이를 자산으로 편입한 펀드를 말한다.

이번에 문제가 된 상품은 독일 국채 10년물과 영국 CMS(파운드화 이자율 스와프) 금리 등을 기초자산으로 만든 DLS·DLF다. 만기시점에 금리가 일정 수준 이상인 경우 3~5% 정도의 수익을 얻지만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질 경우 최대 원금 전액을 손실할 수 있는 '고위험' 상품이다.

현재 제기되는 쟁점은 △상품구조 △불완전판매 △사모펀드 규제완화 등 3가지다.

◇손실에 비해 낮은 수익?…OEM펀드도 쟁점

먼저 3~5%의 수익률에 비해 100% 원금손실이 가능한 상품구조가 적정한지에 대한 문제다. 업계는 이러한 비율차이는 흔하다는 설명을 내놓는다. 다만 "설계는 흔하지만 이번 같이 원금 전액상실이 되는 결과는 흔하지 않다"며 당혹감을 드러냈다.

금감원 관계자도 "기대수익률과의 비교가 필요하다. 3~4% 나올 확률은 99%고 원금이 전액손실 날 가능성이 1%라면 그런 비율이 정해질 수 있다"며 "비율을 단순비교해 사기성 상품이라고 일부 언론이 보도하는 데 금융사가 이를 적절히 판단했는지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당국은 은행이 DLF를 만드는 과정에서 운용사에 특정DLS를 편입하도록 지시했는지 여부도 살펴볼 예정이다. 이른바 '주문자상표부착(OEM) 펀드' 의혹이다. 수수료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은행이 무리하게 고위험 상품을 주문 제작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OEM펀드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이는 자본시장법 위반에 해당한다.

머니투데이

(서울=뉴스1) 이종덕 기자 =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이날 국회 정무위는 은성수 금융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건을 채택했다. 2019.8.22/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사태의 핵심에는 '銀 불완전판매'…금감원 '정조준'



당국은 무엇보다 이번 사태의 핵심문제로 은행의 '불완전판매'를 들여다보고 있다. 지난 16일 기준 금감원에 접수된 분쟁조정 신청 건은 29건으로 대부분 불완전판매 관련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들은 원금손실 가능성을 설명했고 관련 녹취도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금감원은 이 같은 은행들의 주장에 맹점이 있다며 향후 분쟁조정과정에서 개별 사안마다 면밀하게 불완전판매 여부를 가릴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이 투자자에게 설명을 잘했느냐가 핵심인데 검사로 단순하게 알 수 있는 게 아니다"며 "은행은 투자설명서 등 서류는 갖추고 있지만 설명을 어떻게 했는지 검사만으로 알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녹취록이 있다면 일부 불완전판매 여부를 판단할 수 있지만 실질 내용과 녹취내용이 다를 수 있다"며 "(녹취 없이) 사전에 설명을 다 해놓고 나중에 녹음하는 경우들이 있어 괴리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피해투자자들은 원금상실에 대한 설명을 은행 측으로부터 듣지 못했다며 판매은행을 상대로 집단소송에 나설 계획이다. 법무법인 한누리는 지난 9일 "독일·영국 금리는 작년부터 뚜렷한 하락세였고, 올해 상반기도 하락세가 뚜렷했는데 은행 등이 DLS와 DLF 상품 판매를 강행했다"며 "이런 사실을 알거나 제대로 설명을 들었다면 상품에 가입할 투자자는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누리는 투자자들을 대리해 해당 은행을 상대로 계약취소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다.

◇공모펀드가 사모펀드로 팔렸다?…규제완화 빈틈 노렸나

'공모펀드처럼 팔린 사모펀드'도 이번 사태의 근본문제로 떠오를 가능성도 있다.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전체 판매잔액의 99.1%(8150억원)가 은행에서 사모DLF로, 나머지(74억원)은 증권회사에서 사모DLS로 판매됐다.

공모펀드는 자본시장법상 투자자 보호를 위해 자산운용규제, 투자설명서 설명·교부의무, 외부감사 등 규제가 엄격하다. 이에 반해 사모펀드는 전문투자자 등을 제외한 투자자의 수가 49인 이하로 제한되고 공모펀드와 달리 규제가 면제되거나 완화된다. 최근 사모펀드 시장은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며 매년 급성장하고 있다.

또 당국은 최근 개인 전문투자자 인정요건도 대폭 완화해 기존 1950여명에서 요건을 충족하는 전문투자자가 약 37~39만명으로 늘어날 수 있게 했다. 시장활성화 차원에서 내린 결정이지만 오히려 일반 투자자들이 사모펀드 시장에 쉽게 유입돼 투자자 보호가 부실해졌다는 지적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공모펀드처럼 팔린 사모펀드'란 말이 맞다면 이건 법적으로 논쟁거리"라며 "사모펀드를 활용하기 위해 공모펀드 규제를 교묘하게 회피했는지에 대한 이슈일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사태가 사모펀드 규제가 지나치게 완화돼 발생했다고 보기에는 결이 다르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금융위 관계자는 "독일 국채로 만든 DLS의 구조문제지 DLF는 DLS를 담은 '비이클'(Vehicle)이다"며 "이번 사안을 펀드 쪽에서 보기 시작하면 이상하게 꼬인다. 결국 상품 구조나 판매행위를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조준영 기자 cho@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