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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역대 최악의 소득분배…하위 20%, 처분가능소득 6분기 연속 마이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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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2분기 가계동향조사'

정부가 저소득층의 소득 개선을 위해 수십조원의 재정을 퍼부었지만, 소득 양극화 문제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소득이 가장 낮은 1분위(하위 20%)의 처분가능소득은 6분기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고, 상·하위 소득 격차는 2분기 기준으로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크게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은 21일 이런 내용의 2019년 2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2인 이상 가구)은 470만 4000원으로 1년 전보다 3.8% 늘었다. 이 가운데 소득이 많은 5분위(상위 20%)의 소득은 942만6000원으로 3.2% 증가했다. 2분위(소득 하위 20∼40%), 중간 계층인 3분위(소득 상위 40∼60%), 4분위(상위 20∼40%)의 가계의 소득도 각각 4.0%·6.4%·4.0%씩 늘었다.

반면 소득 하위 20%인 1분위의 월평균 소득은 132만5500원으로 1년 전과 같은 수준을 나타냈다. 그래도 지난해 1분기부터 5분기 연속 이어진 전년 동기 대비 감소세를 멈추며 개선 조짐을 보인 것이다.

그러나 뜯어보면 소득 양극화는 여전히 악화일로다. 1분위의 근로소득은 43만8700원으로 15.3%나 줄었다. 전년 대비 근로소득 감소율은 지난해(15.9%)에 이어 2년 연속 15%대의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경기 불황 등 여파로 저소득층이 일자리를 잃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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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하위 20%(1분위)의 처분가능소득 증감률.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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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1분위의 소득 감소 폭을 줄인 것은 공적연금ㆍ기초연금ㆍ사회수혜금 등 ‘이전소득’이 늘어난 덕분이다. 전년 대비 9.7% 늘어난 65만2100원으로 1분위 전체 소득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가계가 실제로 쓸 수 있는 돈으로 따지면, 1분위의 가구당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은 104만9400원으로 1년 전보다 1.3% 줄었다. 명목상 명세서에 찍히는 돈은 지난해와 견줘 그대로지만, 세금ㆍ이자비용 등 비소비지출을 제하고 실제 손에 쥔 소득은 줄어들었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1분위의 처분가능소득은 지난해 1분기부터 6분기 연속 전년 대비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5분위의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이 725만1500원으로 1년 전보다 2.3% 늘어난 것과 대비된다.

통계청장을 역임한 유경준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이름으로 취약 계층의 소득 개선을 위해 재정을 퍼부었지만, 되려 상황이 악화하는 역설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소득주도성장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뚜렷해지고 있는데, 정부는 좀처럼 이를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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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기록한‘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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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소득분배의 불평등을 가늠하는 대표적인 지표인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3배로 1년 전보다 0.07 올랐다. 이 지표는 5분위 가구 처분가능소득을 1분위 가구 처분가능소득으로 나눈 것으로 가구별 가구원 수를 고려해 계산한다. 수치가 클수록 소득분배가 불균등한 것을 뜻한다. 올해 2분기 5분위 배율은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3년 이후 2분기 기준으로 최대다. 2015년(4.19배)을 저점으로 계속 상승하고 있다.

박상영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은 "2분기에 1분위 가구의 소득 감소세는 멈췄지만 뚜렷하게 증가하지는 않은 반면 5분위 가구의 소득은 근로소득 증가에 힘입어 늘었다"며 "상·하위 가계 간 소득격차가 확대하면서 5분위 배율이 통계작성 이래 가장 안 좋은 모습"이라고 말했다.

가구 전체로 보면 2분기에 연금ㆍ사회보험ㆍ이자 등 소비 활동과 무관하게 지갑에서 빠져나간 금액을 뜻하는 비소비지출은 전년 동기보다 8.3% 늘어난 월 102만200원을 기록했다. 역시 2분기 기준 역대 최대다. 비소비지출은 2017년 2분기부터 9분기 연속 증가세다.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을 위해 재정을 확대하면서 각종 명목으로 떼가는 돈이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줄일 수 없는 지출인 비소비지출이 늘면 그만큼 가계의 소비 여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쉽게 말해 소득의 양극화는 심화했고, 저소득층의 삶은 더 팍팍해지는 현실이 통계로 증명된 것”이라며 “정부가 애초 그렸던 ‘저소득층의 가처분소득 증대→소비 증가→생산ㆍ투자 확대’라는 소득주도성장의 연결 고리가 마디마다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라고 짚었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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