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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로는 갈 수 없는 별장…‘통행로’ 놓고 10여년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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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째 별장 차량통행 막힌 사연…왜?

땅주인 “사유지 무단 형질변경해 차단”

별장주 “70대 노인에게 무자비한 처사”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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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중구에 사는 정용태(74)씨는 2008년 10월 한국자산공사가 체납압류재산 공매로 내놓은 경북 경주시 양남면 신대리 산 307-2 일대 123㎡ 1층 별장집과 1488㎡ 임야를 낙찰받아 샀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정씨는 노후생활의 전원주택을 염두에 두고 이 집과 임야를 사게 됐다고 했다.

하지만 정씨는 이후 10여년이나 지난 지금까지 이 집에 제대로 차를 몰고 드나들지 못하고 있다. 인근에 리조트와 골프장을 운영하는 코오롱그룹 마우나오션개발이 일반 도로에서 이 집으로 연결된 길이 150m, 폭 3m의 유일한 통행로 입구에 차단봉과 쇠사슬을 설치해 차량통행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이 통행로는 주변의 마우나오션개발 소유 20만여㎡ 임야에 속한 사유지다.

정씨는 “한동안 관리가 안 된 집과 주변을 정비하려 우선 차가 다닐 수 있게 굴곡이 심한 통행로 바닥에 자갈을 깔고 주위의 나무가지를 일부 쳐내는 작업을 하면서부터 마우나오션 쪽이 다짜고짜 통행로 입구를 막아 차가 다닐 수 없게 했다”고 했다. 그는 “마우나오션 쪽에 통행로 사용료를 받든지 통행로 터를 팔라고도 했으나 막무가내다. 별장집이 공매로 나왔을 때 마우나오션도 입찰에 뛰어들었다가 뜻대로 낙찰받지 못하니까 나에게 해코지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정씨는 마우나오션개발을 상대로 울산지법에 통행방해금지 가처분신청과 주위토지 통행권 확인 본안소송을 제기했다. 가처분신청은 받아들여져 2009년 7월 법원의 ‘통행로 사용 방해금지와 차량통제봉 제거 결정’이 내려졌다. 하지만 본안소송은 마우나오션 쪽의 신청으로 재판관할이 대구지법 경주지원으로 옮겨지고 담당 재판부도 2차례 바뀐 뒤 2011년 10월 정씨의 패소로 끝났다.

본안소송 재판부는 “정씨가 공매를 받을 무렵부터 장비를 이용해 통행로 폭을 2m에서 3m로 넓혔다”고 지적하며 “통행로가 비포장 산길로 이전에 주로 도보통행에만 이용됐고, 통행로 길이와 완만한 경사도로 볼 때 도보 이용에 큰 불편이 없을 것”이라는 이유를 들어 차량 통행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정씨는 “통행로는 공매 이전부터 애초 폭이 3m였다. 공매 뒤 정비작업은 했어도 넓히진 않았다”고 반박했다. 또 “비포장 산길이지만 이전에도 차량이 통행했고, 식료품·난방연료 등 기본 생필품 운반은 물론 비상사태 때 소방·구급차량의 진입을 위해서도 차량통행은 필수”라며 대구고법과 대법원에 항소에 상고까지 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정씨는 “도저히 상식과 사회통념으로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이다. 아무리 경사가 완만하다고 해도 150m 거리 산길을 60~70대 노인이 매번 무거운 생필품을 들고 걸어가야 한다는 날인가. 주변에 대중교통수단도 거의 없어 차량 없이는 접근조차 힘들다” 호소했다.

마우나오션개발 관계자는 “정씨가 사전에 아무 동의 없이 무단으로 사유지를 형질변경하고, 먼저 소송까지 걸었다가 패소한 일이다. 우리가 별장집을 낙찰받지 못한 것과는 아무 관련 없다”고 밝혔다.

글·사진 신동명 기자 tms1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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