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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점점 커지는 ‘조국 의혹’]“낮은 자세로 임하겠다”면서 입 닫은 조국…자진사퇴 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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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극 해명 나섰던 청문준비단 돌연 “답변 불가”

조후보자 측·여권서도 미묘한 기류 변화 감지

사퇴여론 묻는 질문에 “충분히 알고 성찰” 답변

여권에선 “이대로 밀리면 끝장” 위기론도 나와

헤럴드경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2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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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적극적으로 각종 의혹을 해명하던 조국(54)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돌연 답변을 중단했다. ‘가족에 관한 사안은 청문회에서 답하겠다’는 입장인데, 자녀 논문 문제로 구석에 몰린 사퇴여부 검토 등 향후 후보자 측 대처 방향이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조 후보자 측의 미묘한 변화를 자진 사퇴 징후로 받아들이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조 후보자는 22일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면서 “저에 대해 실망하신 국민이 많은 점 잘 알고 있다, 주변을 꼼꼼히 돌아보지 않고 직진만 해오다가 이번에 전체 인생을 돌이켜 볼 수 밖에 없다”며 입을 열었다. 그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라고 말하며 내 몰라라 하지 않을 것”이라며 “국민 여러분의 따가운 질책을 달게 받겠다. 더 많이 회초리를 들어 달라. 향후 더욱 겸허한 자세와 낮은 자세로 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날 자녀 특혜 의혹을 ‘가짜뉴스’로 규정하며 상세한 설명을 하던 조 후보자의 자세는 바뀌었다. 2015년 딸의 지도교수를 만났다는 보도에 대한 질문에는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고 했고, 딸의 사모펀드 투자와 관련해 기존 해명과 다른 정황이 나온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여러 오해가 있다고 생각한다, 인사청문회에서 충분히 밝히겠다”고만 답했다.

인사청문회 준비단은 이날을 기점으로 사실상 조 후보자의 가족 문제에 대한 소통창구를 닫은 상태다. 그동안 후보자 측은 지난 15일 사모펀드 투자를 둘러싼 의혹 제기에 대한 입장이 담긴 첫 번째 해명자료를 낸 것을 시작으로 21일 오후 5시까지 준비단은 총 16차례 해명 보도자료를 기자단에 배포했다. 특히 21일에는 오전 7시부터 밤 11시까지 총 9번의 자료를 냈다. 후보자 딸의 장학금 관련 논란에 이어 외고 재학 중 의학논문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린 사실이 드러난 시점이다.

조 후보자는 해명자료를 자신의 페이스북과 트위터 계정에 곧바로 게시했다. 준비단 관계자는 “사안에 따라 청문회에서 밝힐 것은 밝히고, 조 후보자 본인에 관한 문제는 자료를 계속 내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조 후보자가 딸에게 장학금을 지급한 교수를 만났다거나, 자녀가 논란이 된 논문에 학생이 아닌 박사로 표기됐다는 내용이 보도됐지만, 후보자측에서는 아무런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이날 조 후보자는 당초 출근길에서 ‘일수벌금제(소득에 따라 벌금액에 차등을 두는 제도)’를 골자로 한 정책발표를 하려 했으나, 잠정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후보자와 준비단이 돌연 침묵하기로 한 배경에는 ‘의혹제기→해명→논란확산’이라는 악순환을 끊기 위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동안 후보자 측 해명이 오히려 진위논란을 일으킨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 조 후보자와 준비단은 20일 딸의 논문등재 의혹이 불거지자 “일련의 인턴십 프로그램 참여 및 완성과정에 후보자나 후보자의 배우자가 관여한 바는 전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논문 책임저자를 맡은 지도교수는 언론에 조 후보자의 부인이 자신의 부인에게 인턴에 참여하고 싶다는 말을 했다고 전하면서 혼선이 가중됐다. 딸이 ‘과학영재전형’에 해당 논문 실적을 올려 입학했다는 의혹에도 “‘세계선도인재전형’의 평가방법에는 그러한(비교과와 제출된 관련 서류) 내용이 없다”고 응했지만, 딸의 논문 실적은 자기소개서 내용에 포함돼 심사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기류변화는 조 후보자 측과 여권에서도 포착되고 있다. 전날 열린 민주당 의원 총회에서는 “이대로 밀리면 (총선 등) 다음이 없다”는 발언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조 후보자는 민주당 의원들을 상대로 언론에 제기된 의혹에 관해 적극적인 해명하는 연락을 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청문회 준비단의 분위기 변화를 후보자의 자진 사퇴 징후로 받아들이는 시각도 있다.

조 후보자가 차기 대권 주자로 꼽히는 만큼, 거취 결정이 이뤄진다면 청와대와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을 거칠 가능성이 높다. 조 후보자는 출근길에서 ‘사퇴 여론을 알고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점 충분히 알고 있고 성찰하면서 앞으로 삶에 임하겠다”고 답했다. 다만 청와대와 어떻게 의견을 나누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나누지 않고 있다”고 짧게 답했다.

문재연·좌영길 기자/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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