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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돋보기] 탈북 유도하는 케이팝(K-P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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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벨벳’ 공연 보는 평양 시민들

"남한의 걸그룹에 관심이 많았다" 지난 6월 강원도 삼척항에 어선을 타고 와 귀순한 북한 선원 중 1명이 밝힌 귀순 목적입니다. 이 선원은 평소 한국 문화를 동경해왔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는 한류 열풍, 북한도 예외는 아닌 것 같습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현지시간 20일 '어떻게 케이팝이 북한 젊은이들이 선을 넘도록 유혹하는가'라는 기사에서 북한 내부에 암암리에 퍼진 한국 대중문화의 영향력을 소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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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평화 협력 기원 평양공연 ‘봄이 온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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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음악 들을 때 소름이 돋았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탈북자 류희진 씨의 탈북 동기는 한국의 대중음악, 바로 케이팝이었습니다. 평양의 음악가 가정에서 태어난 류 씨는 평양의 예술학교에서 가야금을 배워 김정일을 찬양하기 위한 곡을 연주했습니다.

류 씨는 "북한 음악을 들을 때는 아무런 감정이 안 느껴진다"며 "하지만 미국이나 한국 음악을 들으면 그야말로 소름이 돋는다. 가사가 너무 신선하고 공감이 된다. 아이들이 음악을 들을 땐 표정이 바뀐다"고 말했습니다.

류 씨는 케이팝이 눈을 뜨게 만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케이팝과 서양 인기 음악을 들으며 북한이 파라다이스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는 겁니다. 그는 "우린 항상 미국은 승냥이이고, 남한은 그들의 꼭두각시라고 배웠다. 하지만 그들의 예술을 듣게 되면 그들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남유럽에서 일하며 한국 친구들과 나이트클럽에서 강남 스타일을 추던 그는 23살이던 2015년에 남한행을 선택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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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평화 협력 기원 평양공연 ‘봄이 온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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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계기 된 '자본주의 세상에서 온 파괴자들'

평양의 예술 고등학교에서 가수를 했던 강나라 씨의 탈북 계기도 케이팝이었습니다. 강 씨의 경우에는 음악 자체보다는 스타들의 옷차림과 헤어스타일이 영향을 끼쳤습니다.

"머리를 염색하고, 미니스커트나 청바지를 입고 싶었다"며 "한번 청바지를 입고 시장에 갔는데 당장 벗으라는 얘길 들었다. 내 눈앞에서 바지를 태워버렸다"고 강 씨는 말합니다. 자기 자신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싶었던 강 씨는 현재 한국에서 방송인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탈북자 한송이 씨의 경험도 소개됐습니다. 한 씨는 지난 2003년 평양에서 열린 '통일음악회'에서 베이비복스의 공연을 봤을 때 느꼈던 충격을 회상했습니다. "처음에는 '자본주의 세상에서 온 파괴자들'이 너무 충격적이고 이상했지만, 음악을 들으며 매우 흥미롭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습니다.

친구들과 소녀시대의 화려한 바지를 입던 한 씨는 2013년 탈북해 서울에서 유명 블로거와 방송인으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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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온다’ 공연 감상하는 평양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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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 냉전시대 '비틀즈' 역할

워싱턴포스트는 케이팝이 과거 냉전 시기 서구권 음악과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소련 젊은이들이 비틀스의 노래를 불법 녹음해 들었고, 1987년 서베를린에서 열렸던 데이비드 보위의 '히어로즈(Heroes)' 콘서트를 들으려 동독 젊은이들이 장벽 근처에 모였던 것을 떠올리게 한다는 겁니다.

이에 대해 이광백 통일미디어 대표는 "케이팝이 북한 정권의 프로파간다를 교묘하게 훼손시키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6월 통일미디어가 탈북자 200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90% 이상이 북한에 있을 때 외국영화와 TV, 음악을 접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가운데 4분의 3은 해외 콘텐츠를 보다 처벌받은 사람을 알고 있었고, 70% 이상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집권한 뒤 해외 매체에 접근하는 게 더 위험해졌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에서 한국 문화를 소비하는 일은 극히 위험한 일입니다. 한국 영화·드라마와 가요 등을 전문적으로 단속하는 '109상무'가 운영되고 있고, 심지어 미성년자라도 체포되면 6개월 동안 재교육 캠프에 입소할 수 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습니다.

이재희 기자 (leej@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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