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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제주4·3 수형인 18명, 71년 만에 억울한 옥살이 53억 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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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법, 법서 정한 일급 최고액 결정

내란죄 등 누명 쓰고 징역 1~20년 복역

중앙일보

지난 4월 3일 제주시 봉개동 4·3평화공원에서 열린 71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 시작 전 위패봉안실이 유족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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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사건의 역사적 의의와 형사보상법의 취지 등을 고려해 대부분 청구한 금액을 거의 그대로 인용했습니다.”

제주지법 형사2부 정봉기 부장판사는 21일 불법 군사재판 재심을 통해 공소기각 판결을 받은 임창의(99·여)씨 등 제주4·3 생존 수형인 17명과 세상을 떠난 현창용(88)씨에게 총 53억4000만원을 지급하는 내용의 형사보상 결정을 내리며 이같이 말했다. 부당한 공권력에 의해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제주4·3 생존 수형인들이 71년 만에 국가로부터 형사보상금을 받게 된 것이다.

제주4·3은 1947년 3·1절 발포 사건을 기점으로 1954년 9월 21일 한라산 통행금지령이 해제될 때까지 7년 7개월간 제주에서 발생한 무력 충돌과 군경의 진압 과정에서 수많은 양민이 희생된 사건이다. 이 기간 적게는 1만4000명, 많게는 3만명이 희생당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가운데 4·3 수형인은 당시 불법 군사재판으로 영문도 모른 채 서대문형무소와 대구·전주·인천 등 전국 각지로 끌려가 수감된 이들을 말한다. 임씨 등 18명은 1948년 가을부터 1949년 여름까지 군사재판에서 내란죄나 국방경비법 이적죄 등의 누명을 쓰고 징역 1년에서 최대 20년까지 교도소에서 수감생활을 했다.

이들은 지난 1월 17일 열린 선고공판에서 공소기각 판결을 받았다. 공소기각이란 형사소송에서 법원이 소송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을 경우 실체적 심리를 하지 않고 소송을 종결시키는 것을 말한다. 4·3 당시 이뤄진 군사재판이 별다른 근거 없이 불법적으로 이뤄져 재판 자체가 무효라는 취지다. 이 판결로 재심을 청구한 생존 수형인들의 명예가 회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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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 71주년 추념일인 4월 3일 제주시 봉개동 4·3평화공원에서 유족들이 행방불명 표지석에서 희생자의 넋을 기리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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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법에 따르면 임씨 등은 구금 일수에 따라 1인당 최저 약 8000만원(1년형)부터 최고 약 14억7000만원(20년형)까지 보상금을 받게 된다. 법원은 올해 최저임금법상 일급 최저 금액 6만6800원에서 법률상 적용할 수 있는 보상금 최고액인 구금일 1일당 33만4000원으로 정했다.

무죄 또는 공소기각 확정판결을 받은 피고인에게 지급하는 형사보상금은 구금 종류·기간, 구금 기간에 입은 재산상 손실과 정신적 고통, 신체 손상 등을 두루 고려해 산정한다. 형사보상금은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에 따라 무죄가 확정된 해의 최저임금법상 일급 최저금액 이상을 지급해야 하고 최대 5배까지 줄 수 있다.

법원은 앞서 지난 2월 22일 4·3 생존 수형인 18명이 청구한 형사보상금 총 53억5748만4000원을 대부분 수용했다. 형사보상을 받게 된 4·3 생존 수형인과 가족, 소송을 도운 양동윤 제주4·3 도민연대 대표 등은 22일 제주시 신산공원 4·3해원방사탑에 모여 간단한 의식을 치른 뒤 법원 결정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4·3해원방사탑은 4·3 50주년인 1998년 4월 4·3 희생자들의 원혼을 달래고 진상 규명과 명예 회복 등을 염원하며 제주도 전역에서 모아 온 돌멩이를 쌓아 올린 탑이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판결 직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열여덟분께 국가가 잘못과 책임을 인정했다”며 “4·3 희생자의 명예회복과 진상규명, 국가의 책임을 묻는 일이 대한민국 역사를 바로 세우는 길”이라고 말했다.

제주=김준희·최충일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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