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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단독]盧정부 사학법 개정 때, 부친은 "사학 매도말라" 이사 조국은 "법개정 지연, 반교육 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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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父, 노무현 정부 사학법 개정에 "재산권 침해...1% 비리로 전체 사학 매도 말라" 글 기고
조 후보자는 "기득권과 이해관계만 챙기는 반교육 인사 각성하라"성명 발표
웅동학원에서 42억 채무는 피하면서 51억 채권 지키기 위한 위장 소송 의혹
조 후보자 일가족이 이사 맡은 웅동학원 교육청 감사서 10년간 12건 비위 적발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부친인 고(故) 조변현(2013년 작고) 전 웅동학원 이사장이 노무현 정부 때 개방형 이사제 도입을 골자로 한 사학법 개정에 "사유재산권과 사학운영권 침해"라며 반대하는 언론 기고를 한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조 전 이사장은 또 사학 비리에 대한 감사원 감사에 "1% 비리로 전체 사학을 매도해선 곤란하다"는 내용의 글도 언론에 기고했다. 하지만 조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조 후보자 부친과 동생(52)이 웅동학원 공사를 자기들이 운영하던 건설업체에 발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 과정에서 발생한 은행 부채는 결과적으로 정부출연기관에 떠넘기고 자신들은 밀린 공사비를 받아내겠다며 웅동학원을 상대로 두차례나 소송을 내 승소한 것으로 나타나 이율배반이란 지적이 나온다.

특히 조 전 이사장은 둘째 아들(조 후보자 동생)이 지난 2006년 공사비 채권을 아내 조모(51)씨에게 넘긴 뒤 그를 통해 밀린 공사비와 지연이자 51억원을 달라며 웅동학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을 때 변론에 응하지 않았다. 그 바람에 법원은 "공사비를 주라"고 판결했다. 이 소송에 대해 웅동학원이 변론에 응하지 않았을 때 조 후보자도 부친과 함께 재단 이사였다. 그런데 조 후보자는 부친이 사학법 개정에 반대하는 언론 기고를 한 2005년 사학법 개정을 지연시키는 세력을 "반국가·반사회·반교육 인사"라 지목하며 사학법 개정을 요구한 민교협과 교수노조 성명에 참여했다. 자신도 이사로 등재된 사학재단을 운영하는 부친은 사학법 개정에 반대하는데, 자신은 이와 무관한 듯 사학법 개정을 주장하고 다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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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오후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 있는 웅동중학교. 이 학교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집안이 소유한 학교법인 웅동학원 소유의 사립 중학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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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부친, 2005년 사학법 개정에 "재산권 침해"라며 반대글 기고

조 전 이사장은 노무현 정부 때인 지난 2005년12월 당시 정부·여당이 추진한 사학법 개정안이 통과된 직후 한 중앙일간지에 '국회의원 4분의 1도 개방형으로 하면⋯'이란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조 전 이사장은 이 글에서 전체 사학재단 이사 정수 7명 중 학교 구성원이 추천하는 이사의 비율을 4분의 1 이상이 되도록 하는 이른바 개방형 이사제 도입에 대해 "가치를 공유치 않은 외부 인사가 이사로 들어오는 것은 사유재산권과 사학운영권 침해"라고 반발했다. 또 "정치 이익집단화한 전교조가 사학을 정쟁의 장으로 몰아가 학교에서 반미를 외치고 이념투쟁의 장으로 변해선 절대 안 된다"고 했다. 조 전 이사장은 당시 웅동학원 이사장을 맡으면서 고려종합건설이란 건살사를 운영했다.

◇2006년엔 "1% 비리로 전체 사학 매도 말라"며 기고

조 전 이사장은 또 이듬해 6월에는 같은 일간지에 '1% 비리로 전체 사학 매도해선 곤란'이란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당시 감사원이 사학에 대한 특별감사를 실시해 22개교(전체 사학의 약 1%)에서 문제가 발견돼 검찰에 고발한다고 발표한 직후였다. 적발 사례 중에는 학장이 이사장의 아내이고 기획조정실장은 이사장 아들인 한 전문대에서 학생들이 낸 기숙사비 중 45억원을 빼돌려 비자금으로 조성하고, 이중 10억원이 이사장 명의의 땅을 사는 데 사용한 일이 있었다. 조 전 이사장은 기고문에서 당시 감사원이 최종 발표보다 석달이나 일정을 앞당겨 중간발표를 하는 등 "사학법 재개정 문제를 앞둔 정치적 계산 때문이 아닌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학교 한 곳을 설립하는 데 시가로 100억원 정도의 돈이 든다고 한다"며 "개인이 돈을 벌고 싶다면 기업을 하지 무엇 때문에 육영사업을 하겠느냐"고 했다.

◇정작 웅동학원선 채무 피하면서 채권 지키기 위한 위장 소송 의혹

하지만 조 후보자 검증 과정에서 불거진 웅동학원 관련 의혹을 보면 조 전 이사장의 이런 주장과는 배치되는 정황들이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웅동학원은 조 전 이사장이 운영하던 1996년 16억원대 웅동중학교 교사(校舍) 신축공사를 조 전 이사장이 소유한 건설사에 발주했고, 자신의 아들이 운영하는 건설사에 하도급을 줬다. 그러다 이듬해 공사 대금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부도가 났다. 건설 회사의 대출금 9억여원은 보증을 섰던 기술보증기금이 전액 상환했다. 이를 포함한 채무는 아직까지 변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조 후보자 및 가족들은 상속재산 이상의 채무는 변제하지 않는 '한정승인'을 신청해 채무 의무를 벗었다.

이후 조 후보자 동생과 그의 아내는 웅동학원에서 공사비와 지연이자 51억원을 받기 위한 청구소송을 냈다. 재판 과정에서 조 전 이사장과 조 후보자가 이사로 있던 웅동학원 측이 변론에 응하지 않는 바람에 재판부는 대금을 주라고 판결했다. 이 소송이 제기됐을 때 웅동학원은 이사회에서 관련 논의를 하지 않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 때문에 가족들이 운영했던 건설 회사와 학원이 원고와 피고를 각각 맡아 그런 결과를 유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부친 빚을 떠안은 조 후보자 동생은 이 과정에서 채권 추심을 피하기 위해 아내와 위장 이혼을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두고 야당에선 "가족끼리 사학을 운영하면서 짜고 치는 '소송사기극'을 벌인 '가족사기단'"이라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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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1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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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동학원 교육청 감사서 10년간 12건 비위 적발

웅동학원은 조 전 이사장이 현직에 있을 때 아들인 조 후보자가 이사(1997~2007년)를 했고, 조 전 이사장 사망 후엔 그의 아내인 박모(81)씨가 이사장을 맡고 있다. 또 조 후보자 아내인 정모(57)씨도 현재 웅동학원 이사로 등재돼 있고, 그의 남동생은 이 학교 행정실장을 맡다 지난 3월 그만뒀다. 정씨가 행정실장을 맡기 이전에는 조 후보자의 외삼촌인 박모씨가 10여년간 행정실장으로 근무했다.

더구나 행정실장으로 근무했던 조 후보자 처남 정씨는 지난해 교육청 감사에서 사립학교법 관련 법령 위반 등 5건의 비위를 지적받았다. 2007년 7월부터 올 3월까지 약 12년간 웅동학원에서 근무한 정씨는 품의 결재를 먼저 거치지 않는 방식 등으로 총 약 2000만원 상당의 신용카드 사용(208번)을 부정 처리했다.

정씨는 또 웅동중 상수도배관 연결공사를 할 때 전문건설업체가 아닌 미등록 업체와 1500만원 상당의 계약을 체결해 경고 처분을 받았다. 이와 함께 급식물품 구매 과정에서 입찰방식을 통하지 않고 특정업체를 지정하고, 공사 설계용역 손해배상보험증서 처리 업무 소홀에 대해서도 주의를 받았다. 웅동학원 전·현직 이사장인 조 후보자 부모도 총 3차례 주의 조치를 받았다. 이사회와 행정실장 등 요직을 사학재단 소유 일가가 차지해 ‘짬짜미’ 운영을 해온 일부 비리 사학 행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조국, "사학법 개정 지연 세력은 교육 진보 가로막는 범죄 저지르는 것" 맹비난

한편 조 후보자는 2005년 사학법 개정을 요구하는 민교협과 교수노조의 '반민주·반사회·반교육 사립학교법' 성명의 참여 교수로 이름을 올렸다. 그는 성명을 통해 "사학법 개정을 지연시키는 세력은 이 나라 교육의 진보를 가로막는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라며 "사립을 명분으로 교육 공공성을 벗어나 영리를 추구하고 사유물 다루듯 한다면 정부는 즉시 사립학교 인가를 취소하고 국가 재정을 투입해 국공립화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교육발전을 역설하면서도 자신의 기득권과 이해관계, 정치 야욕만 챙기는 반국가· 반사회·반교육 인사들은 대오각성하라"고 했다.

[김명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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