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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심과 성장' 김희진, 여자배구 도쿄올림픽 '키'를 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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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대표팀 풀출전'... 한국 최대 약점, '라이트다운 공격수' 거듭날까

오마이뉴스

▲ 김희진 선수... 2019 신한금융 서울 '여자배구 아시아선수권' 대회 (2019.8.18 ⓒ 박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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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대표팀에서 가장 많은 경기를 뛰고 있는 선수는 단연 김희진이다. 김희진(28세·185cm)은 올해 대표팀의 모든 국제대회에서 주전 라이트로 출전했다.

지난 5~6월에 열린 '2019 발리볼 네이션스 리그(VNL)'에도 5주 내내 전 경기(15경기)를 선발 주전으로 뛰었다. 지난 2~5일 '도쿄 올림픽 세계예선전(공식명칭 대륙간 예선전)'에서도 3경기 모두 풀로 뛰었다. 18일 개막한 2019 서울 아시아선수권 대회에서도 2경기 모두 선발 출전했다.

김희진은 21일 현재 올해 열린 VNL, 올림픽 세계예선전, 아시아선수권 대회까지 총 20경기를 모두 선발 출전했다. 이는 여자배구 대표팀 선수 중에서 김희진이 유일하다.

그나마 이번 아시아선수권 2경기는 2세트부터 하혜진과 교체를 통해 휴식 기회를 갖기도 했다. 상대가 이란, 홍콩 등 약팀이었기 때문이다. 22일 재개하는 8강 리그부터 김희진의 출전 시간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김희진이 올해 대표팀에서 매우 헌신적인 기여를 하고 있는 건 분명하다. 그렇다고 칭찬만 들은 것도 아니다. 라이트 공격수임에도 공격 득점이 적은 경우도 많았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팬들의 비난 공세에 직면했다.

그럼에도 김희진은 묵묵하게 라이트 공격수로서 능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VNL 중반까지 무기력해 보였던 공격 파워와 각도가 살아나고 있다.

라이트가 강해야 '세계 상위권' 유지

김희진이 맡고 있는 라이트 공격수 자리는 여자배구는 물론 남자배구까지 한국이 국제무대에서 가장 경쟁력이 취약한 부분으로 손꼽히고 있다. 배구계와 전문가들도 시급히 풀어야 할 '최대 숙제'라고 입을 모은다. 한국 배구가 세계 강팀들과 경기할 때 확연한 차이가 드러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세계 강팀들은 대부분 라이트가 팀에서 가장 많은 득점을 올리는 주 공격수 역할을 한다. 라이트의 주 임무가 2단 연결이나 반격 찬스 상황에서 어려운 볼을 처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역할을 잘하라고 대부분의 팀들은 라이트 선수를 서브 리시브에서 제외시켜 준다.

때문에 라이트 공격수는 장신과 높은 점프력, 강력한 파워를 갖춘 선수로 배치하는 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세계 강팀들은 대부분 그렇게 하고 있다.

좋은 라이트를 보유한 팀이 국제대회에서도 최상위권 성적을 낼 수밖에 없다. 경기 흐름상 중요한 상황(클러치)에서 높은 타점과 강력한 파워로 상대의 블로킹 벽을 뚫어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세계 최고의 라이트 공격수인 보스코비치(22세·193cm), 에고누(21세·190cm)를 보유한 세르비아와 이탈리아다. 다른 세계 강호들의 라이트도 두 선수에는 미치지 못하더라도 어려운 상황에서 충분한 해결 능력을 갖고 있다.

라이트 공격 기회, 가장 적었던 '기이한 배구'

그러나 한국 여자배구는 라이트가 윙 공격수 중에서 공격 기회와 득점이 가장 적은 '기이한 구조'를 보여 왔다.

그럼에도 세계 최고 완성형 공격수인 김연경이 수비에 적극 가담하면서 주 공격수 역할까지 잘 해줬기 때문에 한국 여자배구가 국제무대에서 상위권을 유지했었다.

서른을 넘긴 김연경이 언제까지 그렇게 할 수는 없다. 한국 배구가 하루빨리 토털 배구를 바탕으로 하는 스피드 배구의 완성도를 높이고, 매서운 서브를 특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그래야 김연경 이후에도 급추락을 막을 수 있다.

한국 배구의 '라이트 약화'는 결코 선수만 탓할 일도 아니다. 프로배구인 V리그 시스템이 낳은 유물이기 때문이다. 소위 '외국인 몰빵 배구'가 국제경쟁력에 악역향을 끼친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미 오래 전부터 V리그는 2단 연결이나 찬스 상황에서 어려운 볼의 대부분을 외국인 선수가 전담해서 처리해 왔다. 반면, 국내 공격수는 그럴 기회를 거의 갖지 못했다.

이는 한국 대표팀의 경기력 추락으로 직결돼 왔다. 대표팀 공격수들이 세계 강팀이나 아시아 강호의 장신 블로킹 벽을 쉽사리 뚫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 격차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김희진, 내년 1월에 '미칠' 수 있을까

라바리니(40세) 여자배구 대표팀 감독은 한국 배구 대표팀 역사상 최초의 외국인 감독이다. 그가 한국 배구에서 가장 크게 이질감을 느꼈던 부분도 라이트 공격수의 역할이었음은 불문가지다.

지난 VNL 대회에서 경기를 패하는 한이 있더라도 라이트 김희진에게 집중적으로 공격 기회를 몰아주는 상황을 여러 차례 목격할 수 있었다. 라이트의 기능을 정상화시키지 않고서는 세계 강호들과 좋은 경기를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수 년간 쌓여온 폐단이 단 몇 개월 만에 확연하게 개선될 수는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김희진 스스로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지옥 훈련'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최종 목표는 '대한민국 여자배구도 라이트다운 공격수를 갖는 것'임은 두말할 것도 없다.

여자배구가 내년 1월 도쿄 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전(공식명칭 대륙별 예선전)에서 본선 출전권을 따내기 위해서는 라이트 공격수가 열쇠를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배구인들은 "내년 1월에는 우리 선수들이 전부 미쳐줬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스포츠에서 '미친 선수'란 중요한 경기에서 평소보다 훨씬 뛰어난 활약으로 팀 승리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경우를 표현한 말이다.

김희진의 대표팀에서 헌신과 노력이 가장 빛을 발할 때가 그 날이기를 많은 이들이 기대하고 있다.

김영국 기자(englant7@naver.com),박진철 기자(jincheolp@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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