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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장 아닌 해먹 위 곰들은 행복했다…"지금이라도 보호시설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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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수곰 보호시설' 예산안…사육곰 문제해결 '열쇠'



(남양주=뉴스1) 김연수 기자 = 경기 남양주시 화도읍에 위치한 한 반달가슴곰 사육장. 지난 17일 이곳에서는 2마리의 반달가슴곰들이 해먹을 타고 노는 진풍경을 볼 수 있었다. 곰보금자리프로젝트, 동물자유연대 등 동물보호단체들이 올해 5월부터 시작한 '사육곰 농가 해먹 설치' 활동 덕분이다.

일반 사육곰 농장에 비해 이곳 환경은 좋은 편에 속했다. 무역업을 했다는 사육곰 주인에 따르면 5000평 정도 부지에서 연수원을 운영하며 전시용 겸 재수출 목적으로 곰을 키우기 시작해 한때 15마리까지 늘었다. 하지만 1993년 멸종위기 야생동물의 재수출이 금지되자 모두 다른 곳으로 보내고, 남은 2마리는 보낼 곳이 없어 중성화를 시켜 킨 뒤 데리고 있다고 했다.

이날 설치한 해먹은 지난달 25일 동물단체와 공주대 특수동물학과 학생, 사육사 지망생 등이 폐소방호스를 엮어 만든 것이다. 최태규 곰보금자리프로젝트 대표 겸 수의사는 "야생에서 나뭇가지를 모아 그 위에서 자는 곰들의 습성을 유지하고, 사육곰들이 철창생활의 지루함을 달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해먹을 설치하는 것"이라며 "야생동물에게 지루함은 정신 건강상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5명의 활동가들이 1개의 해먹을 설치하는 데 약 1시간이 소요됐다. 곰이 2마리였기 때문에 2개의 해먹을 철장 두 곳에 각각 설치했다. 해먹의 높이와 수평을 맞추고 볼트와 너트로 튼튼하게 고정하는 작업이었다.

처음 해먹을 본 곰들은 손으로 흔들어보고 물어뜯기도 했다. 사육곰 주인은 활동가들이 미리 준비해온 수박과 단호박을 이용해 곰들이 해먹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유도했다. 그 과정에서 수박을 먹으려 나름대로 머리를 쓰는 곰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최 수의사는 "곰들이 해먹을 보자마자 그 위에 눕는 모습은 보기 힘들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곰들도 해먹에 익숙해지면 나중에 위로 올라가 쉬기도 한다"며 "그 모습을 사육사들이 영상으로 보내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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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장 안 해먹을 설치하는 활동가들. © 뉴스1 김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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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패한 '사육곰' 정책…몰수곰 보호 예산 통과돼야"

이제는 없어진 줄 알았던 웅담 채취용 곰들이 열악한 농장에 방치된 채 연명하고 있는 모습이 환경단체, 언론을 통해 드러나면서 사육곰 문제가 재점화됐다.

1981년 정부는 농가 소득 증대를 위해 야생곰을 재수출용으로 수입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하지만 멸종위기종인 곰에 대한 보호여론과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자 1985년 수입을 금지했다. 그리고 1993년 정부가 CITES(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에 가입하면서 수출 또한 전면 금지됐다. 즉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된 사육농가에서 곰은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한 것이다.

사육곰 농가의 원성이 계속되자 정부는 웅담 등으로 살처분할 수 있는 곰의 연령을 24년에서 10년으로 낮췄다. 하지만 농가 입장에선 곰들을 유지하기도 힘든 사정이 됐다. 살처분에 대한 규정도 없어 곰들의 도축은 아무렇게나 이뤄졌다.

사육곰 농장 31곳 중 29곳을 직접 방문했다는 최 수의사는 "규모가 큰 농가에 가보면 시멘트 바닥도 아닌 뜬장에 있는 곰들이 갇혀 발바닥 상태가 모두 안 좋다. 심한 경우 곰은 발바닥으로 바닥을 딪지 못해 발목으로 서있다"며 "유지 비용을 줄이기 위해 밥은 돼지사료, 개 사료조차 주지 않고 음식물 찌꺼기를 주거나, 아니면 그조차도 주지 않아 매우 말라있다"고 말했다.

이어 "좁은 철장에 갇힌 곰들은 왔다 갔다를 반복하거나 같은 자리를 빙글빙글 도는 등 정형행동을 보인다"며 "이렇게까지 오게 된데는 정부의 책임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방관할 것이 아니라, 이번 환경부에서 몰수곰 보호시설 공사비로 책정한 예산안을 기재부에서 꼭 통과시켜줘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이렇게 사육되고 있는 사육곰 농장은 올해 3월 기준으로 공식적으로 등록된 것만 31곳, 사육곰은 총 525마리에 달한다. 2004년 1600마리까지 증가했지만, 2014년부터 2017년까지 3년에 걸쳐 중성화 수술을 한 결과 더 이상 웅담채취용 사육곰은 늘어나지 않았다.

일각에선 시간이 지나면 남은 사육곰들도 다 사라질 것이란 시선도 있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키운 이 문제를 동물과 사육농가의 책임으로 떠넘길 것이 아니라 이제라도 남은 사육곰들이 여생을 편안하게 보낼 수 있도록 하는 게 맞지 않느냐"고 주장하고 있다.



◇ "불법 소유한 야생동물 몰수하고 보호시설 필요"

시민단체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는 몰수동물에 대한 보호시설이 없다는 이유로 누군가 소유 자체가 불법인 야생동물을 가지고 있어도 벌금만 부과할 뿐 해당 동물에 대한 몰수는 집행되지 않고 있다. 행정기관이 알고도 묵인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환경단체 녹색연합에 따르면 지난 15일 안성과 용인의 125마리의 곰을 사육하고 있는 농장에서 32마리를 불법 증식한 사실이 밝혀졌지만 정부는 보호할 공간이 없다는 이유로 방치하고 있다.

이에 최근 환경부는 사육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년도 예산안에 '몰수곰 보호시설' 공사비로 90억원 예산을 책정, 기획재정부의 심사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수의사는 "우리나라와 상황이 비슷한 베트남, 캄보디아의 경우 정부가 밀렵이나 불법 사육된 곰들을 위해 설립한 생츄어리가 있다"며 "정부는 부지를 제공하고, 곰들에 대한 보호나 운영은 동물단체가 시민, 기업들의 후원을 받아 운영하는 형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여전히 웅담채취를 위한 곰사육이 합법인 우리나라에서 정부는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다"며 "몰수동물 보호시설이 그 중요한 시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베트남 정부는 국립공원에 부지를 제공해 동물단체 아시아애니멀스펀드(Asia Animals Fund·AAF)가 시민과 기업들의 후원을 받아 시설을 건설하고 운영하고 있다. 캄보디아는 동물단체 프리더베어스(Free the Bears)가 정부와 계약을 맺고 곰 생츄어리로 운영하고 있다.

뉴스1

베트남 애니멀스아시아 곰 생츄어리(사진 위), 캄보디아 프리더베어스 곰 생츄어리(사진 아래). 사진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 제공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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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on737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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