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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4억 불법인출'에도 "관행이라 어쩔 수 없다"는 농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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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인감 없는데도 3억7천만원 인출해줘

적금 중도해지는 본인만 가능한데도 묵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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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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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스1) 박영래 기자 = 남광주농협에서 발생한 4억2000만원 불법인출 사건 과정에는 농협 내부의 잘못된 관행과 방임이 자리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허위 인감도장으로 수억원의 돈이 빼돌려지는 상황에서도 예금주 보호를 위한 농협의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작동하지 않았다.

4억2000만원 불법인출 피해를 입은 A씨(41)가 확보한 입출금 전표를 살펴보면 사건의 시작은 2017년 3월23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의 부인이자 남광주농협 주월지점 직원인 B씨는 당시 농협은행 쌍촌동지점을 찾아가 남편인 A씨의 모계좌에서 3억5000만원과 2000만원을 두 번에 걸쳐 출금한다.

하지만 3억7000만원이 인출되는 과정에는 농협 직원들 사이에 성행하는 봐주기식 불법행위와 이른바 짬짜미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3억7000만원 출금전표에는 A씨가 2011년 이 계좌를 개설할 당시 신고했던 인감이 사용되지 않고 B씨가 은행업무 때 사용하는 '막도장'이 찍혀 있다.

예금 인출과정의 필수 확인사항인 인감 확인조차 무시되는 초법적인 절차를 거쳐 타인 계좌에서 3억원여원을 인출해주는 불법을 저지른 것이다.

A씨는 "다른 사람이 와서 내 계좌에서 돈을 찾는데 어떻게 최소한의 확인여부를 하지 않은 지 이해가 안된다"며 "이런 불법적인 농협 내부관행이 널리 확산돼 있는 것 같다"고 비난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농협 관계자는 "통장이 있고 비밀번호와 도장이 맞으면 돈의 액수와 관계없이 인출해 줄 수 밖에 없다"고 했다. '본인이 아닌데도 확인하지 않느냐'는 질문엔 "그렇다. 그게 관행"이라고 해명했다.

거액의 돈을 손쉽게 인출한 B씨는 이 돈을 자신이 근무하는 남광주농협 주월지점으로 가져와 다시 A씨 명의로 2개의 통장을 만들어 각각 3억9000만원과 3000만원을 입금한다.

이 때 B씨는 남편인 A씨 명의로 통장은 개설하면서도 아예 인감도장은 자신의 업무용 '막도장'을 등록해 앞으로의 거래편의를 도모한다.

B씨는 2017년 10월12일 이들 2개 통장에서 4억2000만원을 모두 인출한 후, 같은 날 1억2000만원은 자신의 통장에 이체하고, 다시 A씨 명의의 자유적립적금계좌를 만들어 3억원을 입금한다.

B씨는 이어 3억원이 들어있는 A씨의 적금계좌를 닷새 만에 해약한 뒤 1억5500만원은 자신의 계좌로 이체하고, 나머지 1억4500만원은 자신의 남동생 계좌로 옮기는 '돈세탁'을 진행했다.

이 모든 과정 역시 A씨 모르게 진행됐고, 예금 인출부터 이체, A씨의 새 적금계좌 개설 과정에서 A씨에게 연락이나 동의절차 등은 단 한번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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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광주농협. © News1 박영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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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적금 중도해지의 경우 예금주의 위임장조차 허용되지 않고 오직 본인만이 직접 해약할 수 있는데도 해당 농협 측은 B씨 행동에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돈이 불법인출된 사실을 확인한 A씨는 수차례 농협을 항의방문해 예금 반환을 요청했고, 버티던 농협 측은 A씨가 불법인출 사실을 확인한 지 10일이 지난 뒤에야 4억2000만원을 반환했다.

당시 남광주농협 측은 "금융실명법 위반이 맞아서 예금을 돌려놓는다"고 잘못을 인정하며 예금 전액을 A씨에게 돌려줬다.

그러나 이처럼 심각한 금융범죄가 발생했지만 남광주농협이나 농협중앙회 독립기구인 조합감사위원회 광주감사국, 금융감독원 광주지원의 제대로 된 후속조치는 뒤따르지 않고 있다.

광주의 한 시중은행에 근무하는 김모씨는 "농협 직원들의 이런 불법행위가 크나큰 금융사건의 시발점이 되었다"고 지적했다.
yr200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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