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규제 OUT] 치맥은 돼도 맥주만 따로 배달 안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술 규제 모호해 사업 두번 좌절

글로벌 100대 스타트업 절반

한국이었으면 사업 제대로 못해



'치맥'은 되지만 맥주 배달은 안 돼…규제 앞 스타트업 신음



중앙일보

국세청 주류고시는 '음식과 부수한 형태'로만 술을 배달할 수 있게 돼 있다. 그나마도 주류 비중이 음식보다 크면 불법이다. 그러나 전통주는 육성 차원에서 음식 없이도 배달할 수 있다. [중앙포토]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야식·맥주 정기 배달 스타트업 '벨루가'는 서비스를 2번이나 종료했습니다. (처음 종료됐을 때) 법률 자문을 여러 번 받고 국세청에 명확한 기준을 요청했지만, 답변은 보류됐습니다. 국세청이 최근 입장을 바꾸면서 벨루가는 또 불법이 됐습니다." (김현종 벨루가 공동창업자)

아산나눔재단·구글스타트업캠퍼스·스타트업얼라이언스·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20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2019 스타트업코리아 정책 제안 발표회'를 열고 '2019 스타트업 코리아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스타트업의 성장을 위한 4대 핵심 지표인 ▶시장 진입 규제 ▶데이터 인프라 ▶투자 환경 ▶인재 유입 환경 분석이 포함됐다.

이날 발표회에선 최근 5년간 국내 스타트업이 비약적으로 성장했지만, 여전히 촘촘한 규제에 묶여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호소가 터져 나왔다. 앞서 소개된 벨루가도 그렇다. '음식과 부수한 형태로는 술을 팔 수 있지만, 주류는 배달할 수 없다(전통주 제외)'는 국세청 주류고시에 묶여 최근 사업을 접었다.

중앙일보

'2019 스타트업코리아 보고서'가 발표한 글로벌 누적 투자액 상위 100개 업체 중 한국 규제 저촉 가능성 [자료 아산나눔재단·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스타트업얼라이언스·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발표를 맡은 안희재 베인앤컴퍼니 파트너는 "국내 스타트업의 2017년 고용 인력은 76만명으로, 5대 기업 고용인력(75만명)과 맞먹음에도 강도 높은 규제로 인해 발목이 잡혀 있다"며 "글로벌 누적 투자액 상위 100대 스타트업 중 26%는 진입 규제로 한국에서 아예 사업이 불가능한 모델이고, 27%는 제한적으로만 가능한 정도"라고 설명했다.



유니콘 5위지만 규제·빅데이터 활용·창업 환경은 처참



중앙일보

2019 스타트업코리아 보고서 주요 지표.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 기업, 6월 말 기준) 수가 9개로 세계 5위를 차지했지만, 1위인 미국(177개)과 2위인 중국(94개)에 비하면 한참 못 미치는 숫자였다. 특히 4대 핵심 지표 중 '투자 환경'을 제외한 3가지가 유니콘 상위 10개국보다 한참이나 떨어지면서 '5위는 빛 좋은 개살구'란 비판이 일었다. 한국의 진입규제 강도는 9위, 빅데이터 이용도(데이터 인프라)는 8위, 스타트업 창업 선호도(인재 유입 환경)는 8위에 그쳤다.

이중 심각성이 두드러지는 '빅데이터 이용도'의 경우, 총 조사 대상 63개국 중 31위로 12위를 차지한 중국보다 확연히 낮은 순위였다. 사정이 이러니 '상위 100대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중에도 한국 업체는 없었다. 반면 미국과 중국은 각각 77개와 6개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이를 "국내 개인정보보호법 규제와 미흡한 데이터 표준화 작업으로 쓸만한 데이터가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예컨대 카드사 데이터를 보더라도 카드사별로 업종 구분이 달라 이를 호환해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날 토론회에선 또 창업자의 인센티브를 위해 비상장기업에 한해 차등의결권(1주당 다수 의결권을 보장하는 제도)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 중·고급 개발자 양성 및 유입을 위한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중앙일보

20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19 스타트업코리아! 정책 제안 발표회'에서 정병국 바른미래당 의원(전 국회 4차산업혁명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 아산나눔재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안 파트너는 "야망 있고 능력 있는 젊은 인재들은 공무원을 준비하거나 의대에 가는 게 (한국에선) 정설이 됐다"며 "한국의 스타트업 창업·취업 선호도는 글로벌 평균의 절반 수준이고,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의 컴퓨터공학과 정원은 지난 10년간 5배 늘어 739명이지만 국내 주요 대학은 100명 안팎임에도 비자 발급 문제 등 외국 인재 유입도 쉽지 않다"고 개선을 촉구했다. 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