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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디즈니까지 뛰어들었다, 불붙은 동영상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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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11월부터 서비스

인터넷을 통해 고화질 영화와 드라마 등을 보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에서 '거인'들의 대결이 펼쳐진다. 세계 최대 콘텐츠 기업인 미국 디즈니는 19일(현지 시각) 이 회사의 독자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디즈니플러스'를 오는 11월 12일부터 미국에서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 한국에도 진출한다.

국내에서는 20일 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브로드밴드의 '옥수수' 서비스와 KBS·MBC·SBS 등 지상파TV 3사의 '푹(POOQ)' 서비스의 합병을 승인하면서 가입자 수 1300만명의 대형 OTT '웨이브(WAVVE)'가 출범하게 됐다. 모두 이 시장의 대표 주자인 넷플릭스와 경쟁하기 위한 시도다.

◇넷플릭스 대 반(反)넷플릭스

넷플릭스
로 대표되는 OTT는 안테나와 케이블에 연결된 기존 TV를 밀어내고 동영상 콘텐츠의 핵심 미디어로 자리 잡았다. 글로벌 OTT 시장 규모는 지난 2012년 63억달러(7조6000억원)에서 2017년에는 247억달러(30조원)로 5년 새 4배나 커졌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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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는 300억달러(36조원)를 돌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절반이 넘는 158억달러(약 20조원)가 넷플릭스의 몫이다. 넷플릭스의 글로벌 가입자 수는 1억5800만명, 한국 가입자는 184만명에 달한다.

디즈니의 OTT 진출은 넷플릭스의 급성장세에 자극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미디어 업계 관계자는 "흔히 '콘텐츠 제국'으로 불리는 디즈니 입장에선 영화와 TV 같은 전통 매체의 이용도가 점점 떨어지고, 유튜브와 넷플릭스 같은 온라인 동영상이 콘텐츠 유통 채널을 장악해 가는 것을 보며 심각한 위기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디즈니는 픽사의 애니메이션과 스타워즈 시리즈, 마블(Marvel) 코믹스의 히어로물 등 막강한 콘텐츠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물건이 많아도 팔 수 있는 수단을 장악당하면 제값을 받고 팔 수 없듯, 기본 매체를 대체해가는 OTT 분야에서 넷플릭스의 질주를 그냥 보고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디즈니는 19일 PC와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는 물론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4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박스원 등 게임기에서도 디즈니플러스 서비스를 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밝혔다. 월등한 '서비스 접근성'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왕좌의 게임'을 만든 TV콘텐츠 명가 미국 HBO도 자사 콘텐츠를 위한 'HBO 맥스'라는 별도 OTT를 내놨다"면서 "앞으로 글로벌 OTT 시장은 넷플릭스와 반(反)넷플릭스 진영의 싸움으로 전개될 것 같다"고 말했다.

◇"덩치 키워 공격적으로 투자"

이러한 구도는 국내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올해 2월 나온 방송통신위원회의 '2018년 방송 매체 이용 행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2.7%가 OTT를 이용한다고 답했다. 우리나라 국민 둘 중 한 명꼴로 OTT를 이용하고 있을 만큼 주된 영상 시청 채널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이를 주도하는 것은 역시 넷플릭스다. 통신업계 고위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2016년 한국에 발을 들일 때만 해도 '찻잔 속의 태풍'인 줄 알았는데, 매년 3배씩 시청자가 늘더니 이제는 월간 순 방문자가 240만명이 넘는다"면서 "반면 국내 OTT는 이용자가 오히려 줄고 있어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내 최대 OTT라는 옥수수의 경우 가입자는 900만명 이상, 지상파 3사의 푹 서비스가 400만명 남짓으로 합치면 1300만명에 달한다. 하지만 유료 기반인 넷플릭스와 달리 옥수수와 푹은 무료 이용자가 대부분이라 '쭉정이'라는 말이 나온다.

인기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을 독점 서비스하는 왓챠플레이 같은 일부 OTT만 가입자와 수익이 꾸준히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옥수수와 푹의 합병은 '이러다가 넷플릭스에 밀려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이라며 "생존을 위한 시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했다.

경쟁력의 차이는 투자에서 나온다. 넷플릭스의 지난해 콘텐츠 투자액은 120억달러(14조5000억원)에 달한다. 반면 한국은 국내 방송 업계 전체를 합쳐도 4조원 내외로 추정된다. 결국 이번 옥수수와 푹의 합병처럼 덩치를 키워 투자 여력을 늘리는 것이 관건이다. 국내 업체들은 '한류 콘텐츠'에도 희망을 걸고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빠르게 사용자층을 넓혀 갈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웨이브 서비스를 준비 중인 SK텔레콤은 "900억원의 유상증자 자금을 비롯한 대규모 재원을 유치해 공격적인 투자를 하겠다"고 했다.

[정철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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