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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단독]유방 보형물-인공관절 부작용 피해 보상 빨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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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기 이식후 피해 늘어나자 정부, 사망 보상금-진료비 등

‘피해구제 급여’ 우선 지급 검토… 이르면 내달 보상기준 발표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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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인공유방 보형물 등 인체에 이식한 의료기기 부작용으로 환자가 사망하거나 질병에 걸렸을 때 사망 보상금이나 진료비 등 ‘피해구제 급여’를 우선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인공유방 보형물을 이식한 40대 여성이 희귀암에 걸리는 등 의료기기 부작용 발생 사례가 늘면서 신속한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진 데 따른 조치다.

20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식약처는 이르면 다음 달 중 인체 이식형 의료기기에 대한 피해 구제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식약처는 올 5월부터 각 의료기기의 위험성과 환자 상태에 따른 피해 보상 기준을 정하기 위한 연구 용역을 진행 중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국내 환자의 특성에 맞는 피해 구제 제도를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의료기기 이식 후 부작용을 호소하는 환자는 연평균 1000여 명에 이른다. 식약처에 접수된 의료기기 부작용 신고는 2016년 739건, 2017년 1629건, 지난해 1060건이었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동안 부작용 사례 5377건이 접수됐고, 이 중 7명이 사망했다. 유형별로는 인공유방 부작용 신고가 3402건(63.3%)으로 가장 많았고, 인공심장판막(77건), 인공엉덩이관절(33건) 부작용이 뒤를 이었다.

부작용이 늘고 있지만 환자들이 보상을 받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현행 의료기기법에는 부작용 발생 시 제조사의 책임과 보상에 대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종합제약업체인 존슨앤드존슨이 제조한 인공관절은 2010년 당초 예상보다 일찍 재수술을 하는 사례가 많아져 리콜 조치와 함께 단종됐다. 손해배상 제도가 잘 갖춰진 미국에서는 환자 1인당 약 2억 원의 손해배상 조치가 내려졌지만, 국내에서는 재수술비 등을 지급하는데 그쳤다.

이 때문에 2014년부터 부작용 피해구제 제도를 운영 중인 의약품처럼 의료기기에도 피해자 보상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의약품 부작용으로 환자가 사망하면 부작용 확정 판정 당시의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5년 치 급여(월 209시간 근무 기준)가 보상금으로 지급된다. 장애등급에 따라 사망보상금의 25∼100%를 받을 수도 있다. 지난해 말까지 총 47억5000만 원이 지급됐다. 재원은 의약품 제조 및 수입사가 마련한 기금으로 충당한다. ‘의료문제를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 대표인 이인재 변호사는 “환자가 개별적으로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제조사나 병원이 서로 책임을 미뤄 환자 보상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정부가 기금을 마련해 선제적으로 피해 보상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의료기기 부작용을 사전에 예방하려면 수입 의료기기의 안전성 검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범준 중앙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해외 임상만 통과하면 국내에서 별도 검사 없이 그대로 판매되는 의료기기가 적지 않다”며 “우리 국민의 유전적 특성이나 골격 구조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위험성이 우려되는 의료기기는 반드시 국내 임상을 거치도록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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