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진학과정마다 의혹 불거져 … 野 “조국판 스카이캐슬”

격화되는 공방/ 유급 불구 장학금 논란으로 촉발/ 외고·대학·의전원 진학 매번 의문/ 野 “한번도 시험으로 진학 안 해”/ 조후보측 “허위 사실 유포” 반발/ 조국 “청문회서 실체적 진실 답변”

20일 경남 양산시 부산대 양산캠퍼스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건물 앞을 시민들이 지나치고 있다. 이 학교에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 조모씨가 재학 중이다. 양산=연합뉴스

8·9개각의 ‘하이라이트’로 불렸던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예상대로 청문회 정국 최대 이슈가 됐다. 사노맹(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 활동 논란과 동생 부부의 주택매매 논란, 사모펀드 가입 의혹 등에 이어 마침내 조 후보자 딸 조모(28)씨 학업과정을 둘러싼 의혹도 급부상하고 있다. 야당은 “한 번도 시험으로 진학한 적이 없다”며 의혹 공세를 펴는 반면 조 후보자 측은 “허위사실”이라고 맞대응하며 정면으로 충돌하는 양상이다. 이번 정국의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2주 인턴으로 논문 제1저자 등재… “불가능” vs ”실험에 적극 참여”

20일 정치권과 대학가 등에 따르면 조씨 학업과정을 둘러싼 의혹은 19일부터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했다.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을 다니는 조씨가 두 번의 유급에도 지도교수로부터 장학금을 받은 사실이 밝혀지면서다. 이어 20일에는 조씨가 한영외고 재학시절인 2008년 ‘학부형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한 뒤 대한병리학회에 제출한 영어 논문의 제1저자로 등재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의혹이 증폭됐다. ‘학부형 인턴십 프로그램’은 한영외고에 재학 중인 자녀를 둔 교수가 학교와 협력해 학생들의 전문성 함양 증진을 목적으로 계획한 프로그램으로, 조씨는 한영외고에 자녀를 둔 단국대 A교수의 프로그램에 다른 한 명의 학생과 참여했다. 조씨는 약 2주간 인턴생활을 했으며 실험 등에 참여했다. 이후 2008년 12월 대한병리학회에는 ‘출산 전후 허혈성 저산소뇌병증(HIE)에서 혈관내피 산화질소 합성효소 유전자의 다형성’이라는 제목의 논문이 제출됐는데, 조씨는 이 논문의 제1저자에 이름을 올렸다. A교수 등 다른 5명과 함께였다. 이 논문은 2009년 3월에 정식으로 학회지에 등록됐다. 고등학생에 불과했던 조씨가 병리학회에 제출하는 영어 논문의 제1저자로 올릴 만한 실력을 갖출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0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한 건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 후보자 측은 조씨가 실험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며, 이 과정에서 A교수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은 결과라고 해명한다. A교수 역시 이날 통화에서 “당시 조 후보자가 누구인지도 몰랐다”며 “당시 조씨는 만족스럽고 훌륭한 학생이었다. (논문을) 영어로 써야 하는데 그 당시에 조씨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A교수의 해명에도 의문은 남는다. 그는 당시 제1저자로 조씨를 올린 이유에 대해 “대학을 가는 데 도움을 받으러 온 것 아니겠냐, 미국 대학은 그런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언론 인터뷰에서도 그는 “해외 대학을 가려고 한다기에 선의로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논문에 제1저자로 올린 이유를 설명했다. 그런데 조씨는 2010년 고려대 이과계열 수시과정에 응모해 합격했고, 2015년에는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합격해 현재 다니고 있다.

◆한번도 시험 없이 외고-대학-의전원 진학… “조국판 캐슬이냐” vs “부정 없어, 허위사실”

조씨 학업과정에 대한 다른 의혹 제기도 나오고 있다.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은 한영외고, 고려대, 부산대 등 조씨가 다닌 학교 입학과정을 거론, “한영외고는 유학전형 정원외, 고려대는 수시전형, 의전원은 면접전형으로 입학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 등의 주장을 들여다보면 2005년부터 2006년까지 미국 고등학교에 재학했던 조씨는 2007년 한영외고에 입학했고, 다시 2010년 고려대 이과계열에 수시전형 ‘세계선도인재전형’으로 입학했으며, 2015년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수시전형으로 입학했다. 고대 수시전형의 세계선도인재전형은 1단계에서 어학 40% 학생생활기록부 60% 반영 등을 반영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 전희경 의원도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조 후보자의 딸과 관련해 관통하는 키워드는 특혜와 불공정, 개인적 네트워크를 통한 비리 존재 가능성”이라며 “이는 사회고위층의 입시비리 문제, 고위층 자녀가 '의사 트랙'으로 가는 특혜 문제와 연결되는 중대한 사회문제”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조 후보자 측은 이에 대해 “허위사실 유포”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조 후보자 측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조씨가 한영외고 입시를 치렀을 당시에는 외국 거주 사실만으로 정원외 입학을 할 수 있는 입시전형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또 고려대 생명과학대학 입학전형 당시에는 ‘세계선도인재전형’으로 합격했는데 이 전형에는 어학, 학생생활기록부, 면접 등으로 학생을 뽑기 때문에 연구활동 내역이 첨부된 서류를 제출할 수 없다고 했다. 다만 이 경우 학생생활기록부에 연구활동 기록이 남을 수 있다는 반박은 가능하다.

특히 준비단은 부산대 의전원 입학 당시에 고등학교 당시 논문을 제출한 바 없다고 했다. 조 후보자는 이날 출근길에서 가족과 관련된 의혹에 대한 질문에 “그 문제에 대한 국민의 지적과 비판을 겸허히 수용한다”며 “상세한 경위, 배경 등 실체적 진실은 국회청문회서 성실히 답변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조 후보자의 딸은 이날 자신에 대해 ‘포르쉐를 타고 다닌다, 가정대를 나왔다, 대학에서 꼴찌를 했다’는 허위사실이 유포됐다며 유포자들을 경찰 사이버수사대에 고소했다.

이도형·곽은산·이희진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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