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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단독] ‘호날두 노쇼 경기’ 계약서에 드러난 프로연맹 ‘갑질’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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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류재규 이성필 기자] ‘호날두 노쇼 사태’로 축구팬에게 충격과 분노를 안긴 유벤투스 내한경기에 ‘팀 K리그’를 ‘초청팀’으로 내세워 참가한 한국프로축구연맹(연맹)이 사실상 ‘주최사이자 주관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이 드러나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한선교 의원(자유한국당, 경기 용인병)은 20일 “연맹과 이 경기의 주최사인 더페스타간 계약서를 분석한 결과 계약이 동등한 위치에 있는 이해 당사자가 아닌 ‘갑과 을’의 계약관계였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한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받은 연맹과 더페스타간 계약서에 따르면 형식상으로는 더페스타가 경기에 대한 스폰서 유치, 중계권 계약, 입장권 판매 등에 대한 상업적 권리를 갖는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내용상으로는 연맹이 과도하게 간섭할 수 있도록 한 반면 책임은 더페스타에 지우는 단서 조항들이 명기돼 있다.

◆ 연맹의 A보드 사용 가능성까지 열어둔 독소 조항

한 의원의 계약서 분석에 따르면 연맹은 이 경기를 대상으로 팀 K리그의 팬 미팅, 기자회견, 축구 클리닉 등 상업적 또는 비상업적 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으며, 팀 K리그에 대한 모든 상업적 권리를 독점적이고 전적으로 보유한다고 명시돼 있다. ‘단순 참가팀’인 연맹이 ‘주최사’인 더페스타의 권리까지 침해한 셈이다.

연맹은 경기장 내 A보드 광고판을 '1구좌 이상'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팀 K리그’와 유벤투스에 대한 상업적 권한이 없는 더페스타가 수익 활동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A보드다. 연맹이 이에 대한 사용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주최사’인 더페스타는 ‘초청팀’인 연맹과도 경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더페스타가 경기 직전 급하게 불법 도박 사이트와 광고계약을 체결하고 불법적인 광고가 경기장을 찾은 관중은 물론 중계방송을 본 시청자에게 노출될 수밖에 없었던 심각한 사태의 배경에는 이런 계약 조항들이 있었던 셈이다.
그렇다고 경기 당일까지 A보드 판매권을 소화하지 못한 더페스타의 낮은 마케팅 역량과 치밀하지 못한 일처리라는 근원적인 문제점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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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계사 선정에 대한 연맹의 무리한 사전 동의 요구

연맹은 더페스타의 권리인 경기 중계사 선정에도 깊이 개입했다. 한선교 의원의 분석에 따르면 연맹은 더페스타가 중계권을 판매할 방송사의 범위를 지상파 또는 종합편성채널 방송사로 제한했다.

중계권 판매 대상 방송사 선정 때도 연맹에 사전 동의를 구하도록 했다. 더페스타가 연맹이 동의하지 않는 방송사와 중계권 계약을 맺을 경우 위약금을 지급하도록 했다. 연맹의 이같은 요구가 다양한 방송사간 입찰 경쟁을 통해 중계권 수익을 극대화해야 하는 더페스타의 손발을 묶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맹은 최저가 티켓의 가격과 수량을 결정할 때도 사전 동의를 구하도록 하는 등 수익을 극대화해야 하는 더페스타의 권리를 제약했다.

◆ 경기 취소 경우에 대한 불평등 조항

연맹은 경기가 취소되는 최악의 상황에 대해서도 ‘갑 연맹-을 더페스타’의 관계를 유추할 수 있는 독소조항을 끼워 넣었다.

유벤투스의 변심 또는 유벤투스에 책임이 있는 사유로 인한 경기 취소는 더페스타의 책임으로 간주해 위약금을 연맹에 지급하도록 했다.

반면 연맹에 책임이 있는 사유로 인한 경기 취소의 경우에는 연맹의 위약금 조항은 없다. 연맹은 취소된 시점까지 더페스타로부터 받은 초청비를 반환하기만 하면 된다.

천재지변, 국가정책상의 조치 등 불가항력적 상황이 발행해 경기가 취소될 경우에는 계약을 즉시 해제하도록 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이 경우에도 연맹은 취소 시점까지 받은 초청비를 모두 받는다. 취소된 시점까지 연맹이 받은 초청비는 그대로 연맹에 귀속되도록 했다.

한선교 의원은 “계약서를 살펴보면 연맹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더페스타를 상대로 갑질계약을 한 조항들이 곳곳에서 발견된다”며 “연맹은 대회의 단순 참가팀이 아닌 실절적 주최 및 주관사였고 더페스타는 대행사에 불과했다. 따라서 이번 논란에 대한 총체적 책임은 더페스타가 아닌 연맹이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연맹 관계자는 계약 내용과 경위를 묻는 스포티비뉴스의 질문에 "계약서의 비밀 유지 조항 때문에 구체적인 답변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스포티비뉴스 류재규 이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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