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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IB에 또 당했다…10년 전 교훈 못배운 '금리 DLS' 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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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DLS 대규모 손실 일파만파…윤석헌 "금융회사가 소비자에게 위험 전가"

해외 IB 위험 헤지 위해 소시에테 제네랄·JP모건 등이 설계…국내 판매·운용사는 수수료 이익 수취

키코·CDS·CDO 대규모 손실 본 2008년 금융위기 때와 판박이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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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금리 연계 파생결합증권(DLS) 대규모 손실이 일파만파로 확산되면서 국내 투자자들이 또 다시 글로벌 투자은행(IB)의 리스크를 고스란히 떠안는 신세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0여년 전인 2008년 금융위기 당시와 판박이다. 위험을 헤지하려는 글로벌 IB, 수수료 수익을 올리려는 국내 금융회사가 국내 투자자들에게 수천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불러일으켰다는 분석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임원회의 때 금리 DLS 손실 사태와 관련해 "금리 DLS 손실은 금융회사가 위험을 금융 소비자에게 전가시킨 전형적인 사례"라고 꼬집었다.


윤 원장이 언급한 금융회사는 글로벌 IB와 국내 증권사, 은행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금리 DLS는 증권사가 발행해 자산운용사가 펀드 형태로 담고, 은행이 이 DLS 펀드를 갖다 판 방식으로 투자자에게 판매가 이뤄졌다. 당초 이 상품을 설계한 곳이 프랑스 소시에테 제네랄(SG)과 JP모건, 모건스탠리 등 글로벌 IB다. 이 중 소시에테 제네랄은 시중에서 발행된 유럽 국채 금리 DLS의 50% 이상을 설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주요국 국채) 금리 인상에 베팅했던 글로벌 IB들이 지난해 미ㆍ중 무역분쟁 심화 등으로 경기 흐름이 심상치 않자 위험 헤지 차원에서 금리하락에 대비한 옵션 상품을 필요로 했을 것"이라며 "글로벌 IB들이 관련 파생상품을 설계해 이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 증권사를 통해 발행하고 이 상품을 산 국내 투자자들이 대규모 손실을 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금리 DLS를 뜯어보면 알 수 있다. 독일 금리 DLS의 경우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가 0.2% 이상이면 국내 투자자들은 연 4% 환산수익을 얻을 수 있었지만, -0.7%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원금 전액을 잃게 생겼다. 선물ㆍ옵션 파생상품은 '제로섬' 게임이라 한쪽이 수익을 얻으면 그 금액만큼 다른쪽이 손실을 본다. 누군가는 국내 투자자가 잃은 원금 전액을 고스란히 수익으로 얻게 된다는 얘기다. 그 수익자들이 해외 대형 금융회사와 기관 투자자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키코(KIKO), 신용부도스와프(CDS)나 부채담보부증권(CDO) 투자로 국내 중소기업과 은행들이 큰 돈을 날리고 글로벌 IB는 수익을 챙겼던 것과 사실상 판박이다.


금리 DLS와 같은 중수익ㆍ초고위험 상품을 국내 금융회사는 왜 발행, 판매했을까. 수수료 수익 때문이다. 증권사는 DLS 발행과 상환을 통해 각각 수수료 수익과 파생운용 수익을 수취할 수 있다. 은행은 금리 DLS 펀드를 팔아 투자원금의 1~1.5%를 선취판매수수료로 떼어갔고, 자산운용사도 연 0.3% 수준의 신탁보수를 챙겼다. 국내 투자자는 손실을 입었지만 글로벌 IB는 그만큼 수익을, 국내 금융회사는 수수료 이익을 얻은 셈이다. 특히 증권사 등 국내 금융회사는 투자 원금 손실이 발생해도 손해를 보지 않도록 글로벌 IB와 똑같은 조건의 옵션 계약을 맺어 손실 위험을 모두 회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과적으로 국내 투자자는 기대수익 4%를 위해 원금 100% 손실 위험을 안고 억 단위 금리 DLS 투자에 나선 셈이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내 금융회사는 어느 누구도 피해를 보지 않았다. 증권사도 은행도 수수료만 먹고 투자자만 일방적으로 피해를 봤다"며 "투자자가 손해를 보면 이익을 보는 주체가 있어야 하는데 (금융당국에) 이런 것을 철저히 들여다보라고 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국내 금융회사들이 불완전판매를 이유로 글로벌 IB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가능성은 희박하다. 앞서 우리은행은 황영기 행장 시절 CDO 상품에 15억달러를 투자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큰 손실을 보고 씨티은행 등 글로벌 IB를 상대로 국제소송을 냈다. 금융 전문가도 알기 어려운 파생상품을 충분한 위험 고지 없이 판매했다는 게 이유였지만 패소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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