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홍콩에 '청소 시위대' 등장…전철역서 최루탄 흔적 닦아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아침 일찍부터 양동이·헝겊 들고 전철역 청소

"역 안에 경찰 진입·최루탄 발사 못 하게 해야"

뉴스1

홍콩 지하철역에서 청소 시위를 하는 청년들의 모습. © AFP=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지난주 홍콩 시내의 한 지하철역에서는 특이한 시위가 벌어졌다. 양동이와 수건을 든 청년들이 경찰이 역 안에서 발사한 최루탄 흔적들을 지우는 '청소 시위'에 나선 것이다.

2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이 청년들은 지난 16일 오전부터 콰이퐁역에서 경찰의 최루탄이 남긴 유해물질을 닦아냈다고 전했다. 이들의 청소 시위는 지하철 운행엔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았다.

지난 12일 홍콩 경찰은 콰이퐁역과 타이쿠역 등 여러 지하철역 내부에서 최루탄을 시위대에게 쏘며 강경한 진압 작전을 펼쳤다. 밀폐된 장소에서 최루탄을 발사하면 부상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홍콩 경찰의 이런 행동은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의 비난을 받았다.

청소 시위에 나선 청년들은 아침 일찍 집을 나서서 마스크를 쓰고 벽과 매표기를 닦기 시작했다. 빗자루에 헝겊을 얹어 역 천장과 조명 등 높은 곳까지 닿은 최루탄 자국들을 지우기도 했다.

버블 챈(24)이라는 청년은 SCMP와의 인터뷰에서 "홍콩철로(MTR)는 경찰이 역 안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하고, 최루탄을 건물 내에서 발사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MTR 직원들은 근처에 서서 이들이 청소하는 모습을 감시했다.

시위 이후 MTR이 청소를 안한 건 아니다. MTR 측은 지난 15일 최루탄 흔적 제거를 위해 역을 집중적으로 청소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챈은 MTR의 노력이 충분하지 않다면서 "양동이에 담긴 물과 헝겊은 청소한 지 15분만에 먼지로 검게 변했다"고 말했다.

SCMP는 일부 행인들이 청년들의 '청소 시위'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전했다. 홍콩 주민 에이미 웡(70)은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청소하는 게 별 효과는 없을 순 있지만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단 낫다"면서 "최루탄이 발사됐을 당시 역 앞을 지날 때는 숨을 참아야 했다"고 토로했다.

뉴스1

지하철역을 청소하는 시위대의 모습. © 로이터=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pasta@news1.kr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