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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한국은 '명품 불패'…지방시·멀버리 잇단 '직진출' 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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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시·브라이틀링·멀버리 잇단 ‘직진출’
한국 명품 시장 지난해 4.6% 성장…세계 8위 규모

영국 가죽 브랜드 멀버리는 최근 한국 시장 직진출을 선언했다. 멀버리는 지난달 국내 멀버리 제품의 수입·유통을 도맡아온 협력사 SHK로부터 멀버리코리아 지분 40%를 사들여 지분 100%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멀버리 본사는 지난해 멀버리코리아에 310만파운드(약 45억5800만원)를 투자한 데 이어 한국 직진출 결정과 함께 추가 130만파운드(약 19억원)를 투입, 총 440만파운드의 투자를 단행했다. 티에리 안드레타 멀버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8개월간 새 경영진을 꾸려 한국 지사 설립을 준비해왔다"면서 "한국 명품 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보고 직진출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해외 명품·패션 기업들이 최근 1~2년 사이 현지 지사 설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수입·유통업체를 통하지 않고 직접 한국 소비자를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031430), 삼성물산(028260)패션부문 등 대기업과 협력 관계를 맺고 있던 브랜드들도 직진출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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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버리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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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프랑스 명품 브랜드 지방시는 신세계인터내셔날과 계약을 종료하고 지난해 초 지방시코리아를 유한회사 형태로 설립했다. 지방시코리아는 직원 100여명을 채용하고 라몬 로스페랄다 지사장을 임명한 뒤 올해부터 사업을 본격 전개하고 있다. 스위스 시계 브랜드 브라이틀링도 올해 초 브라이틀링코리아를 설립했다.

벨기에 가죽 브랜드 델보도 그동안 수입·유통을 전개해온 리앤한과의 계약을 종료하고 지난해 말 지사를 세웠다. 이밖에 독일 고급 여행가방 브랜드 리모와, 이탈리아 브랜드 돌체앤가바나 등이 최근 1~2년 사이 국내 파트너사와 결별하고 직진출을 결정했다.

이들 브랜드는 한국 명품 시장의 성장세에 주목하고 있다. 시장조사기업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명품 시장 규모는 13조8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6% 성장했다. 전 세계 8위 규모다. 2013년 이후 연평균 6.5%의 성장률을 보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주요 11개 명품 브랜드의 지난해 평균 매출 신장률은 15%였다.

홍희정 유로모니터 패션 부문 수석연구원은 "과거 국내 파트너사를 통한 진출은 한국 시장에 대한 확신이나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었다"며 "한국 시장은 이제 명품 브랜드의 주요 시장 중 하나로 손꼽히며, 한국 시장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 쌓인 브랜드들은 매출 증대를 위해 직진출로 활로를 변경하고 있다"고 말했다.

명품 업계는 한국인의 남다른 ‘명품 사랑’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있다. 하나를 사더라도 좋은 제품을 사는 ‘가치 소비’ 중심으로 바뀌면서 명품에 지갑을 여는 20~40대 젊은층과 남성 소비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백화점도 밀레니얼(1980년 이후 출생)과 Z세대(1995년 이후 출생)를 겨냥해 에르메스, 버버리, 불가리 등 명품 매장의 대대적인 개편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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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서울 이태원에서 한 달간 열린 루이비통 ‘트위스트 백’ 팝업 스토어에 전시된 제품의 모습. / 루이비통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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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대 높은 명품 브랜드들도 한국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한국 전용 제품과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펜디는 지난 5월 세계 최초로 스트리트웨어(길거리 패션)를 접목한 ‘로마 아모르 컬렉션’을 롯데백화점에서 선보였고, 루이비통도 지난 4월 ‘트위스트 백’ 팝업 스토어(임시매장)를 이태원에 열었다. 샤넬은 미국 가수 ‘퍼렐’과의 협업 컬렉션을 한국에서 최초로 출시했다.

방탄소년단을 비롯한 K팝 가수들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명품 패션 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도 명품 브랜드들이 한국 시장에 공들이는 이유 중 하나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K팝 스타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이들이 입은 명품 의류와 장신구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면서 "K팝 스타들이 일종의 ‘인플루언서(Influencer·영향력 있는 유명인)’로 부상했다"고 진단했다.

일각에선 명품 기업들이 조세 회피, 본사 고액 배당 등을 목적으로 현지법인을 세운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대표적으로 샤넬, 에르메스, 루이비통, 구찌, 프라다 등은 유한회사라는 명목으로 실적을 포함한 회사 정보를 일체 공개하지 않는다. 명품업계 한 관계자는 "명품 기업들이 매출과 수익 증대를 목표로 직진출을 결정하지만, 실적 공개를 할 경우 사회공헌이 낮다는 등의 사회적 비난을 받지 않기 위해 유한회사로 법인을 설립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재은 기자(jaeeunl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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