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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팀 쿡 "무관세 삼성과 경쟁 힘들다"… 트럼프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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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세상]

제품 다수 중국서 생산하는 애플

美정부가 12월 추가 관세 부과땐 아이폰XS 121만→133만원… CEO가 직접 나서 어려움 호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 기업인 애플과 한국 삼성전자가 불공정한 경쟁을 한다고 언급했다. 16일(현지 시각)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와 만난 자리에서다. 팀 쿡 CEO가 관세를 안 내는 삼성과 경쟁이 힘들 것이라고 말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쿡 CEO가 설득력 있는 주장을 했으며 이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삼성전자는 물론이고 국내 재계는 트럼프 대통령이 예상치 못한 규제 카드를 내놓지 않을지 긴장하고 있다. 미국의 이익에 민감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기업에 불리한 조치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멕시코 국경 장벽부터 중국 화웨이에 대한 전방위 금수조치까지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공언한 것들은 기존 자유무역 질서를 무시하고 대부분 실행에 옮겼다.

조선일보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3월 미 백악관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두 사람은 지난 16일 미국 뉴저지주의 골프장에서 만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팀은 애플의 강력한 경쟁자인 삼성이 한국에 기반을 두고 있어 관세를 안 내고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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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내고 삼성 안 내고

미국 CNBC와 블룸버그 등 외신은 팀 쿡 CEO가 16일 여름휴가 중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미국의 대(對)중국 보복 관세 때문에 애플이 삼성전자와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토로했다고 19일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 출입기자들을 만나 "관세를 내지 않는 회사(삼성전자)와 경쟁하는 애플이 관세를 내는 것은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비록 쿡 CEO의 말을 전하는 형식이지만, 자신이 밀어붙인 대중국 보복 관세의 영향이 엉뚱하게 중국에 생산기지를 둔 미국 기업들을 궁지에 몰아넣었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선일보

앞으로 미국 정부가 중국산 제품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면 애플 제품만 관세를 내고, 삼성 제품은 무관세가 된다. 애플은 제품을 중국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입하고 삼성전자는 한국과 베트남에서 만들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 한국, 베트남 등 세계 58개국은 1997년 발효된 WTO(세계무역기구)의 ITA(정보기술협정)에 따라 무관세로 스마트폰과 반도체, 통신장비 등 IT(정보기술) 제품을 수출입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것이 "중국의 배만 불려줬다"며 보복 관세를 밀어붙였다. 현재 미국에서 중국산 스마트폰과 컴퓨터 등 일부 품목에 대한 관세 부과는 12월까지 연기됐지만, 에어팟과 애플 워치는 9월부터, 12월부터는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에 대해서는 추가 관세가 붙을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미국에서 판매되는 애플 아이폰XS는 현재 999달러(약 121만원)에서 1099달러(133만원)로 가격이 치솟는다. 반면 삼성전자의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노트10의 가격은 949달러(115만원)로 영향을 받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전해진 후 애플 주가는 2.36% 급등한 반면 19일 삼성전자 주가는 0.68% 하락했다. IT 업계는 "애플이 원하는 대로 스마트폰 등 일부 제품에 관세를 면제해주는 방식 등이 검토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미국 내 생산 확대 요구 가능성

그러나 IT 업계는 "트럼프가 애플을 봐주는 게 아니고 삼성을 누르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문병기 수석연구원(동향분석실)은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을 감안하면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의 스마트폰 수출 장벽을 높이겠다고 하거나 '미국에서 스마트폰을 생산하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일본의 수출 규제에 이어 미국마저 불리한 무역 조치를 하면 우리에겐 '우군'이 없어지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지난해 1월 미국 가전업체 월풀의 요청으로 한국산 세탁기에 최대 4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세이프가드'를 발동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때도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을 언급하며 "한국이 세탁기를 미국에 덤핑 판매하면서 좋은 일자리를 창출했던 미국의 산업을 파괴하고 있다"고 비난했었다. 이후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국에 가전제품 생산 공장 투자 확대에 나섰고,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기업이 미국에 큰일을 하고 있다"며 치켜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에 화웨이에 대한 거래 제한 조치의 연장 여부도 결정한다. 그는 18일 기자들과 만나 "국가 안보 위협 때문에 나는 전혀 (화웨이와) 거래하고 싶지 않다"면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두고 보자"고 말했다.



[정철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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