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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미국인 매튜 코슈머 감독 “독도는 당연히 한국 땅인데 왜 시위를?…깜짝 놀라 다큐 만들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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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 영화 ‘아버지의 땅’ 미국인 매튜 코슈몰 감독 인터뷰

경향신문

일제강점기 역사 공부 시작하고

독도 7차례, 울릉도 10차례 방문

식민지·트라우마 등 복잡한 주제

다큐 완성하는 데 오래 걸려


독도를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아버지의 땅>이 제작됐다. 메가폰을 잡은 이는 미국인 매튜 코슈몰 감독(34·사진)이다. 2014년 촬영에 들어가 제작하는 데만 5년이 걸린 이 영화는 이달 모든 작업을 마치고 한국과 세계 각지에서 개봉할 예정이다. 코슈몰 감독은 영화를 찍기 위해 독도를 7차례, 울릉도를 10차례 방문했다.

코슈몰 감독은 19일 경향신문과의 e메일 인터뷰에서 “식민지 이야기와 세대 간 트라우마들로 얽힌 복잡한 주제들을 탐구하다보니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했다. 텍사스주 오스틴에 살고 있는 그는 영화제작자이면서 세인트에드워드대학 교수다. 미국 국립과학재단 지원으로 남극 고생물학 탐험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미국 의회로부터 훈장도 받았다. 그의 남극 공룡에 대한 영화는 카네기 자연사박물관에서 현재 상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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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를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아버지의 땅>의 메가폰을 잡은 미국인 매튜 코슈몰 감독이 최근 독도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매튜 코슈몰 감독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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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한국에서 3년 동안 살았어요. 서울에서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외치는 집회를 봤습니다. 당연히 한국 땅인데 ‘우리 땅’이라고 외치는 것에 깜짝 놀랐어요. 왜 그런 것일까, 의문이 들더군요. 당시엔 한국인들의 일제강점기 트라우마에 대해 아주 조금밖에 알지 못했어요. 이후에 독도와 일제강점기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코슈몰 감독은 독도가 본토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작은 섬이지만 일제강점기 아픈 역사를 함축해놓은 땅이란 생각이 들었다. 한국인들에게 독도는 단순한 영토분쟁을 넘어선 것이라는 것을 느꼈다.

“한국 사람들은 독도를 통해 일본의 식민지배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고 있어요. 일본으로 끌려간 수많은 강제징용자들에 대한 것도 담겨 있죠. 남자들은 보수도 없이 광산으로, 여자들은 성노예로 끌려갔죠. 이 모든 것들에 대해 영화제작자로서 탐구 욕구가 분출돼 영화를 찍기 시작한 겁니다.”

그 주인공은 노병만·최경숙씨

영토 분쟁 관여 안 하고 관찰

일본의 뻔뻔함에 강력한 메시지

일본 경찰 방해, 한국 정부 불허도


<아버지의 땅>은 두 사람의 이야기다. 영화에 나오는 농민 노병만씨(56)는 8년째 일본에 건너가 “독도는 한국 땅”이라며 1인 시위를 펼치고 있다. 일본 국회 앞 등에서 벌인 시위가 40회가 넘는다. 또 다른 주인공 최경숙씨는 독도 첫 주민인 최종덕씨의 딸이다. 독도에서 12년동안 자라고 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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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땅>의 주인공인 노병만씨가 일본 국회의사당 앞에서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두루마기를 입고 시위하고 있다(위 사진). 또 다른 주인공인 최경숙씨가 독도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최씨는 독도 첫 주민인 고 최종덕씨의 딸이다. 매튜 코슈몰 감독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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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자비를 털어 투쟁하는 모습에 감명받았어요. 한국 농부는 일본에서 시위하느라 고추농사로 번 돈 대부분을 쓰고 있었어요. 부친이 일본 광산에서 노예로 일하고 돌아와 병마와 싸우다 숨졌다는 치욕에서 시작된 것이죠. 최경숙씨는 독도의 딸이에요. 지금 그는 독도 최종덕기념사업회를 운영하여 독도의 근대사를 알리고 있는데 이 가업을 자녀들에게 물려주려 하지만 자녀들은 힘들어하는 형편입니다.”

그는 이 영화가 영토분쟁 문제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국인의 관점, 구체적으로 노씨와 최씨의 관점에서 독도를 바라보는 관찰 다큐멘터리라고 했다.

“저는 양국의 영토분쟁을 이야기할 권한이 없어요. 하지만 <아버지의 땅>을 제작하는 동안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에게서 진실된 아픔을 봤어요. 일본 정부가 아직도 강제징용된 한국 남자들이 ‘바우처’를 받았다는 이유로 노예가 아니었다고 주장하고, 위안부로 끌려간 한국 여성들이 자원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한탄스럽죠. 이 영화가 일본 정부의 뻔뻔함과 한국인에 대한 공감 부족에 대해 강력한 메시지를 전해줄 것이라고 생각해요.”

일본에서 영화 촬영을 할 때는 어려움도 많았다. 일본 경찰들이 카메라 시야를 의도적으로 방해하기 일쑤였다. 노씨 주변엔 항상 경찰들이 붙어 다녔는데 촬영팀도 예외 없이 관찰 대상이 됐다. 하지만 실제 난관은 일본이 아닌 한국이었다. 영화가 과거사를 둘러싼 일본과의 분쟁과 관련 있다면 독도 촬영을 허가할 수 없다는 정부 방침 때문이었다. 그는 허가를 얻어냈지만 그때를 생각하면 가슴을 쓸어내린다고 했다.

“이 영화를 전 세계에서 개봉하기 위해 각종 영화제에 참여할 생각입니다. 부산국제영화제에도 신청서를 냈습니다. 극장 개봉을 위해 한국과 미국 배급사도 물색 중이죠. 대학교 교육 투어도 펼칠 작정입니다.”

오징어내장국·명이나물 그리워

한국에 돌아가 살 생각입니다


그는 <아버지의 땅>을 대중에게 선보인 뒤 “한국에 돌아가 계속 살 생각”이라고 말했다. 촬영하며 울릉도 바닷가에서 맛본 오징어내장국과 명이나물이 그립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박용근 기자 yk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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