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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중국, 홍콩 대신 이웃 선전에 전폭 지원…반중시위에 압력 높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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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 시범구 지정…SCMP "대만구 계획에서 홍콩 소외시키려는 증거"

평론가 "홍콩 시위로 국가전략에서 선전 위상 높아져"

연합뉴스

광둥성 선전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베이징=연합뉴스) 김윤구 특파원 = 중국 정부가 홍콩과 맞닿은 광둥성 선전을 이웃 홍콩 같은 글로벌 비즈니스 중심지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홍콩의 반(反) 중국 시위가 11주째 이어진 가운데 나온 이번 계획은 홍콩에 대한 압력을 한층 높일 수 있는 또 하나의 조치로 관심을 끈다.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와 국무원은 선전을 '중국 특색사회주의 선행시범구'로 건설하겠다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지난 18일 발표했다.

선전이 2025년까지 경제력과 질적 발전 면에서 세계 선두권에 서고, 2035년까지 종합적인 경쟁력에서 세계를 리드하며, 금세기 중엽까지는 경쟁력과 혁신, 영향력에서 글로벌 '벤치마크'가 되게 하겠다는 목표와 함께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홍콩 신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중앙정부가 '웨강아오 대만구(大灣區·Great Bay Area) 개발에서 홍콩을 소외시키려 한다는 또 하나의 증거라고 19일 풀이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 2월 홍콩, 마카오, 선전, 광저우를 4개의 기둥으로 삼아 광둥성의 다른 도시까지 포함해 11개 도시를 통합 경제권으로 묶는 대만구의 청사진을 공개했었다.

SCMP는 홍콩의 반정부 시위 속에 중국 정부가 대만구 계획에서 홍콩의 자리를 격하할지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이번 가이드라인이 나왔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관련 계획이 지난달 말 처음 공개됐을 때도 전문가들은 정책의 중심이 홍콩에서 본토 도시로 이동한 것이라고 지적했었다고 덧붙였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이 선전에 본사나 지사를 설립하는 것을 적극 장려하는 한편 국제 기준에 맞는 비즈니스 규제와 투자·인수합병 등에 더 우호적인 정책도 시행된다. 해외와 홍콩의 인재를 끌어들일 수 있는 조치도 마련된다.

이날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이번 계획으로 홍콩의 위상이 흔들릴 것이라는 점을 부각했다.

이는 홍콩 시위 속에 중국이 홍콩에 대한 경제적 압력을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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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홍콩과 이웃한 선전의 스타디움에 무장경찰 차량이 주차돼 있다. 이 스타디움에서 바다를 다리로 건너면 홍콩으로 이어진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은 최근 선전에 무장경찰을 집결시켜놓고 홍콩 시위 참가자들에 여차하면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고 위협하고 있다.

글로벌타임스는 전문가들이 이번 조치가 선전을 극단적인 시위로 국제 금융 허브의 역할에 그림자가 드리워진 홍콩보다 더 나은 곳으로 업그레이드시킬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가이드라인은 선전이 대만구에서 기회를 잡고 '핵심 엔진'으로서의 기능을 향상하도록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홍콩 문제 전문가인 톈페이룽 베이항대학 교수는 홍콩 시위 속에 나온 이번 발표는 중앙정부가 선전이 대만구 전략의 핵심 동력이 돼야 한다고 결정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홍콩은 대만구 전략의 주 역할을 맡기에는 부적절하다. 홈 경기장은 본토 도시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홍콩은 국제 금융허브로 남을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베이징의 시사 평론가 메이신위는 홍콩의 시위로 중국의 국가전략에서 선전의 지위가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대만구 청년연합의 앵거스 응 혹 밍 회장은 홍콩인들이 더 큰 위기감을 느끼고 중앙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화웨이(華爲)와 텐센트(텅쉰) 등의 본사가 있는 '중국의 실리콘밸리' 선전은 지난해 GDP에서 홍콩을 처음으로 추월해 아시아에서 경제 규모로 도쿄, 서울, 상하이, 베이징에 이은 5대 도시로 부상했다.

베이항대학의 텐 교수는 홍콩의 번영과 안정이 계속 위협받으면 미래의 발전이 매우 제한적일 것이지만 선전은 훨씬 빠르게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앙정부는 홍콩에 발전 기회를 줄 때 홍콩이 범죄자 본토 송환 법안과 극단적 시위 참가자들을 처리하는 것을 고려해 숙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인민대표대회 대표인 위트먼 훙와이만은 선전이 홍콩의 역할 일부를 가져오는 것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홍콩은 최근 시위 등의 영향으로 경기침체 리스크가 높아지는 가운데 성장 전망을 하향하고 3조원 규모의 부양책을 발표했다.

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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