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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득점 선두 타가트 "호주 출신은 수비수? 그걸 깨고 싶었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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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수원 공격수 애덤 타가트가 지난 17일 강원과 원정 경기에서 득점한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호주 공격수의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올해 K리그1 득점 랭킹에 이변이 일어나고 있다. 호주 출신 스트라이커 애덤 타가트(26·수원)가 16골을 집어넣으며 2위권 선수들(주니오, 김보경·이상 10골)을 훌찍 밀어내고 독주하는 것이다. 특히 타가트는 지난 17일 강원과 원정 경기에서 한국 무대 첫 해트트릭을 폭발시키며 주춤했던 수원을 다시 6강, 더 나아가 내년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까지 진출할 수 있는 4강 경쟁 위치까지 끌어올렸다.

타가트는 올해 뒤늦게 수원에 합류했다. 당초 아시아쿼터로 영입됐던 이란 출신 공격수가 뒤늦게 도핑 전력이 발견되면서 수원 입단이 취소됐고, 이후 부랴부랴 호주 A리그 브리즈번 로어에서 뛰던 타가트가 수원 레이더에 포착됐다. 그의 입단일이 시즌 개막을 열흘 남짓 앞둔 2월18일이었다. 초반 적응기도 없이 수원 유니폼을 입었다. 첫 3경기는 선발이 아닌 교체로 뛰면서 주전 경쟁에 내몰렸다. 타가트는 “호주에선 언제나 주전이었고, 선발이었다. 선수 생활하면서 데얀이나 다른 어린 한국 포워드들과 경쟁하니까 신선한 자극이 되더라”고 털어놓았다. 적은 출전 시간 속에서 낭중지추처럼 맹활약하자 수원에 갓 부임한 이임생 감독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3월31일 인천전 멀티골로 수원의 2연승을 이끌어내더니, 갈고 닦은 킬러 본능을 여름부터 드러내기 시작했다. 특히 6월16일 서울전부터 지난 17일 강원전까지 두 달간 11경기에서 11골, 경기당 한 골을 찍어내며 수원은 물론 K리그를 대표하는 골잡이로 올라섰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호주 국가대표로 뽑혀 네덜란드전, 스페인전에 뛰었던 그는 지난 6월 한국과 부산에서 열린 친선경기 때 5년 만에 A매치 복귀 무대를 치렀다.

지난 2009년 K리그에 아시아쿼터가 생긴 뒤 호주 선수들은 거의 대부분 수비수로 한국 땅을 밟았다. 체격이 좋고, 장래성이 풍부한 반면 연봉은 낮기 때문이었다. 아시아쿼터 초기 성공 사례인 성남의 사샤 오그네노브스키를 필두로 경남의 루크 드베어, 전북의 알렉스 윌킨슨, 제주의 알렉스 요바노비치, 수원의 매튜 저먼 등이 K리그에서 맹활약한 호주 수비수 계보를 이었다. 그런 가운데 스트라이커인 타가트의 골 러시는 꽤나 신선하다.

‘호주 공격수’라는 새로운 이미지가 큰 동기부여로 작용한다는 게 타가트의 설명이다. 그는 “여기 오기 전 K리그엔 호주 선수들이 다들 수비수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잘해 다른 호주 공격수들 롤모델이 되고 싶었다”고 했다. 지난 여름 수원이 테리 안토니스(26)를 호주에서 데려왔으니 타가트의 결심은 조금씩 성공하는 셈이다. 호주 A리그는 승강제가 없고, 10팀 중 1~6위가 플레이오프를 치르기 때문에 7~10위팀들 중엔 일찌감치 시즌 포기하는 경우도 나온다. 타가트는 “K리그는 승강제가 있어 하위권 팀들도 죽어라 덤비니까 쉽지 않다. 그러나 많이 배운다”는 그는 “호주에선 투톱을 섰는데 한국에서 원톱을 배웠다”고 했다. 타가트는 수원 입단 한 달 만에 K리그를 대표하는 외인 공격수 데얀을 벤치로 밀어냈다.

싱가포르에서 감독직을 수행, 영어를 구사하는 이임생 감독과의 직접 커뮤니케이션도 타가트를 발전시키는 힘이다. 타가트는 “이 감독이 통역 없이 바로 지시하니까 좋다”며 “호주에선 볼을 받으면 원터치로 처리하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그러다보니 턴오버(볼 빼앗기는 일)가 많았다. 이임생 감독은 ‘등을 지고 소유해도 되고, 다른 선수들에게 연계를 해도 된다. 팀 플레이도 좋다’며 다양한 움직임을 지시해 많이 배우고 있다”고 했다.

한국에 온지 정확히 6개월이 지났다. 타가트가 호주 축구의 고정관념을 확실히 깨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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