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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CCTV 의혹 검증①] DVR은 언제, 왜 꺼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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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는 지난 3월 28일 ‘조사 내용 중간발표’라는 형식으로 ‘세월호 CCTV DVR 관련 중대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세월호 침몰 두 달여 뒤에 수거됐다던 DVR, 즉 CCTV 영상 저장장치가 실은 한참 전에 수거돼 내부 데이터가 편집됐고, 수거를 했다는 당일엔 껍데기 뿐인 장비를 물속에서 건지는 시늉만 한 뒤 다시 원래의 DVR과 뒤바꿔 검찰에 제출했다”는, 이른바 ‘세월호 DVR 바꿔치기 의혹’이었습니다.

이 의혹이 사실이라면 해군과 해경은 구조 무능을 넘어 증거 조작이라는 중대 범죄를 저질렀다는 얘기가 되고, 세월호 진상규명의 관점에서도 매우 중차대한 사안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5년 간 세월호 관련 탐사보도를 멈춘 적 없는 뉴스타파로서는 심층취재에 나서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더불어 뉴스타파는 사참위가 제기한 의혹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 배경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건 바로 바로 세월호 CCTV가 꺼진 정확한 시점과 이유, 그리고 복원된 영상의 조작 여부입니다. 이 의문들은 참사 5년이 지나도록 명쾌히 설명되지 못해 왔고, 사참위 역시 이에 관한 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DVR 바꿔치기 의혹을 제기하게 됐던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뉴스타파는 세월호 CCTV에 대한 모든 의문과 의혹들을 원점에서부터 다시 취재해야 한다는 판단 아래 지난 수 개월에 걸쳐 탐사취재를 벌였으며, 그 결과물을 사흘에 걸쳐 집중 보도합니다.

[세월호 CCTV 의혹 검증]
① DVR은 언제, 왜 꺼졌나
② ‘DVR 바꿔치기’ 과연 가능했나
③ DVR 수거 영상도 조작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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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넘도록 풀리지 않은 세월호 CCTV 관련 의문들

세월호 DVR, 즉 선내 CCTV 영상 저장장치가 수거된 것은 참사 발생 두 달여 뒤인 지난 2014년 6월 22일 밤이었다. 사고 해역에서 실종자 12명의 시신을 찾기 위해 언딘리베로 바지선에서 수중수색을 계속하던 해군 잠수팀이 22일 밤 11시경 입수해 3층 안내데스크 부근에서 DVR을 수거한 뒤 11시 41분경 바지선으로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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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6월 22일 밤 해군 잠수사가 수거해 해경에 인계한 세월호 DVR (출처: 416기록단)

이틀 뒤인 6월 24일, 수거된 DVR은 부식 방지를 위한 긴급 보존처리를 거쳐 검찰에 증거물로 제출됐다. 검찰이 명정보기술에 의뢰해 50여 일에 걸친 DVR 하드디스크 복원 작업이 진행된 끝에 8월 22일 광주고등법원에서 유가족들에게 복원된 영상이 전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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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정보기술에서 진행된 세월호 DVR 하드디스크 복원 과정

그 직후 뉴스타파는 유가족들의 요청으로 복원된 CCTV 영상 파일을 넘겨받아 분석했고, 그 결과를 9월 3일에 보도했다. 우선 CCTV 화면에 표시된 시각은 실제보다 15분 21초 지연된 것으로 분석됐다. 사고 전날 밤 10시쯤 선상 불꽃놀이의 첫 번째 불꽃이 터지는 순간을 CCTV 화면과 희생자 휴대전화 복원 영상에서 상호 비교한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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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간 격차를 적용한 결과, CCTV 영상이 마지막으로 끊긴 실제 시각은 화면에 표시된 오전 8시 30분 59초가 아니라 오전 8시 46분 20초였다. 또 로그기록상 남아 있던 CCTV의 마지막 활동 시각은 오전 8시 33분 38초였지만 15분 21초의 격차를 적용하면 오전 8시 48분 59초였던 것으로 계산됐다.

CCTV가 멈춘 것으로 판단된 8시 48분 59초는 당시 검찰이 추정하고 있던 세월호 급변침 시점인 ‘8시 49분경’과 상당히 근접한 것이었다. 이에 따라 뉴스타파는 선체가 급격히 기울 때의 충격으로 DVR 전원이 끊겼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던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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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2년 뒤인 2016년 9월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의 3차 청문회에서 새로운 증언이 나온다. 선체가 급격히 기울어진 뒤로도 상당 시간 동안 CCTV 화면이 켜져 있는 것을 목격했다고 복수의 생존자들이 진술한 것이다. 세월호 승무원 강혜성 씨는 배가 기울고 나서 10~15분 뒤까지, 승객 강병기 씨는 9시 30분 이후까지도 켜진 CCTV 화면을 봤다고 진술했다.



2014년 7월 15일 작성된 검찰의 수사보고서에서도 유사한 내용이 있었음이 이 즈음 확인되기도 했다. 배가 기운 뒤 조타실에서 대기하던 선원들 가운데 박한결 3등 항해사의 진술이었다. 조타실에 함께 있던 박경남 조타수가 CCTV 모니터를 통해 기관부 선원들이 해경에게 먼저 구조되는 장면을 보고 투덜거렸다는 것이었다. 해경 고무보트가 선체 좌현에 접근해 기관부 선원들과 승객들을 태운 시점은 오전 9시 42분쯤이었다.



이 세 명의 진술이 모두 사실이라면, 복원된 세월호 CCTV 영상들 속에는 배가 급격히 기울어지는 순간은 물론 해경이 도착해 선원들부터 구조하기 시작한 9시 40분대까지의 상황들이 남겨져 있어야 했다. 세월호 CCTV는 모니터가 켜져 있다면 동시에 녹화가 이뤄지는 시스템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의문을 풀지 못한 채 세월호 특조위는 2016년 9월 말 강제 해산되고 말았다.

그로부터 2년 뒤인 2018년 8월, 또 다른 의문이 추가됐다.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가 인양된 세월호 선체의 화물칸에서 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복원해 분석한 결과 세월호가 왼쪽으로 급격히 기울어 최대 횡경사에 이른 시점이 8시 49분 49초로 확정된 것이다. 이에 따라 세월호 DVR이 8시 48분 59초에 전원이 끊겼으며 그 이유는 선체의 급경사에 따른 충격 때문이라고 분석했던 2014년 뉴스타파 보도는 틀린 얘기가 되어 버렸다. 뉴스타파가 분석한 DVR 전원 차단 시각은 실제로 배가 크게 기울어진 시점보다 50초나 빠른데, 이때는 세월호가 평온하게 운항 중이었기 때문에 DVR 전원이 끊어질 만한 특별한 이유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바로 이같은 의문들이, 올해부터 활동을 시작한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가 CCTV 관련 조사에 집중해 왔던 근본 배경이었다. 9시 40분까지도 CCTV 화면을 봤다는 진술과 선체가 급격히 기울기도 전에 DVR 전원이 끊겼다는 기존의 분석은 양립할 수가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약 복원된 CCTV 영상이 편집 혹은 삭제됐다면 진술과 기존의 분석이 양립 가능하다. 이게 사참위의 가설이었다.

그러나 2014년 6월 22일 세월호 DVR 수거 이후로는 누구도 하드디스크에 함부로 손을 댈 수가 없었다. 유가족들의 증거보전 신청을 법원이 즉각 인용함에 따라 하드를 복원하는 모든 과정이 녹화되고 유가족들도 불침번을 서다시피하며 철저하게 감시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DVR이 6월 22일 이전에 미리 수거돼 내부 데이터가 조작됐던 것은 아닐까. 사참위는 바로 이 가능성이 착안해 조사를 이어갔고, 결국 ‘DVR 바꿔치기’라는 수법을 동원해 데이터의 사전 조작이 이뤄졌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2019년 3월 28일 사참위의 ‘세월호 DVR 관련 조사내용 중간발표’

정리하면, 세월호 CCTV 의혹의 핵심은 복원된 데이터에 남은 CCTV의 활동 종료 시점과 생존자가 목격했다는 CCTV 활동 시점, 그리고 실제로 선체가 급격히 기울어진 것으로 확정된 시점이 모두 일치하지 않고 있다는 데에서 출발하고 있다. 따라서 이 의문을 해결하지 않은 채 DVR 바꿔치기 의혹 자체에만 매달리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비껴가는 셈이 된다.

복원된 CCTV 파일 재분석...전원 차단 시각 새롭게 확인

뉴스타파는 이 의문들을 풀기 위해 다시 원점에서부터 취재를 시작했다. 먼저 416가족협의회의 협조를 얻어 2014년 8월 명정보기술이 복원했던 세월호 CCTV 하드디스크 파일 전체를 입수했다. 복수의 포렌식 전문가들에게 이에 대한 분석을 새롭게 의뢰했고, 그 결과 중요한 단서를 찾아냈다. 세월호 CCTV의 마지막 활동 시각이 담긴 새로운 데이터를 발견한 것이다.



▲복원된 세월호 CCTV 하드디스크 파일을 포렌식 전용 소프트웨어로 읽은 모습

지난 2014년 9월 김인성 당시 한양대 교수는 DVR의 활동 로그기록만을 분석해 장비 시각 기준 8시 33분 38초에 4번과 24번 카메라 작동을 끝으로 전원이 차단됐다고 분석했고, 뉴스타파는 이를 토대로 분석 보도를 내놨다. 김 교수는 그 직후 세월호 특조위에 제출한 용역보고서에도 이와 동일한 내용을 기재했다.



▲김인성 교수가 세월호 특조위에 제출한 ‘세월호 CCTV 감정보고서’

그런데 이번에 뉴스타파의 의뢰를 받은 고려대 이상진 교수팀은 복원된 데이터들 가운데 ‘달러로그파일($LogFile)’에 주목했다. 달러로그파일은 시스템이 종료되거나 전원이 차단된 뒤 다시 정상 상태로 돌아갈 때 연속성을 복원하기 위해, 시스템이 중단되는 마지막 순간까지 남겨놓는 모든 활동기록들이다.



이상진 교수팀이 복원된 파일들 중 시스템 파일이 담긴 C드라이브의 달러로그 영역을 모두 살펴본 결과, 세월호 CCTV의 마지막 활동 기록이 남겨진 시각은 장비 시각 기준 8시 34분 24.0625초로 확인됐다. (위 사진) 지난 2014년 김인성 교수의 분석보다 46초 늦은 시각이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민간 포렌식 전문가도 뉴스타파의 의뢰를 받아 분석한 결과 역시 같은 시각을 찾아냈다.

두 전문가들은 CCTV의 활동 중단이 갑작스런 전원 차단 때문이라는 분석도 동일하게 내놨다. ‘전원 끄기’나 ‘로그아웃’ 등 정상적인 조작을 했을 경우엔 그에 해당하는 활동 로그가 남아야 하는데 그런 흔적이 전혀 없기 때문에 외부적인 요인, 즉 플러그 이탈 등에 따른 강제적 전원 차단에 따라 시스템 활동이 중단됐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갑작스러운 전원 차단이 발생한 실제 시각은 언제였을까. 달러로그파일 영역에서 새롭게 찾아낸 시각인 8시 34분 24초에 과거 뉴스타파가 찾아냈던 지연시간 15분21초를 더하면 8시 49분 45초가 된다. 그런데 뉴스타파는 추가 취재 과정에서 세월호 CCTV 화면의 표시 시각이 계속해서 더 느려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새롭게 확인했다.

과거 보도에서 15분 21초의 시간 격차가 확인된 순간은 참사 전날인 4월 15일 밤 첫 번째 불꽃이 터지던 10시 2분 47초였다. 그런데 취재진은, 한 단원고 희생 학생의 휴대전화에서 복원된 4월 16일 오전 7시 30분 56초 촬영 사진에 담긴 순간이 61번 CCTV 카메라에도 포착돼 있음을 발견했다. 동일한 순간이 포착됐을 당시 61번 CCTV 화면의 시각은 오전 7시 15분 32초였다. 시간 차이는 15분 24초. 그러니까, 전날 밤 10시경부터 이때까지 약 9시간 반 사이에 CCTV 화면 시각이 3초 정도 더 느려진 것이다.



CCTV 화면 시각이 이 속도대로 계속 느려졌다고 본다면, DVR 전원이 끊긴 장비상 시각인 8시 34분 24초에는 15분 24초의 시각 격차가 발생하는 것으로 계산된다. 따라서 DVR 전원이 갑작스럽게 끊긴 실제 시각은 8시 49분 49초로 최종 정리된다. 그런데 지난해 세월호 선조위가 종합보고서에 기재한 선체의 최대 횡경사 시점 역시 8시 49분 49초로 DVR 전원 차단 시각과 정확히 일치했다. 결국 세월호 DVR 전원이 차단된 시점은 선체가 급격히 기울어진 바로 그 순간이었다는 뜻이다.



이 같은 분석은 세월호 DVR에 전원이 어떤 식으로 공급됐는지를 확인해 보면 상당한 타당성을 갖는다. 세월호는 알려진 바와 같이 일본에서 들여온 중고 선박이었다. 따라서 선내의 모든 전원이 110볼트로 공급됐다. 세월호 CCTV 배선업체로부터 입수한 아래 사진을 보면, 안내데스크 벽면에 110볼트 콘센트가 위치해 있고, 이를 220볼트로 승압하기 위해 변압기를 연결했다. 이 변압기에 멀티콘센트를 연결해 다시 벽면에 부착한 뒤, 이를 이용해 DVR과 노트북, 프린터 등 안내데스크에 사용되는 전자제품들에 전원을 공급하는 방식이었다.



▲세월호 3층 안내데스크 내부의 전원 연결 상태

눈여겨 봐야 할 것은 변압기다. 별도의 고정장치 없이 책상 위에 덩그러니 올려져 있어서 배가 왼쪽으로 급격히 기울면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질 수밖에 없는 상태였다. 결국 선체가 크게 기울 당시 변압기를 매개로 이어진 복잡한 연결선 등 중 하나가 뽑힐 가능성이 높고, 이에 따라 DVR 전원이 끊겼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뉴스타파가 새롭게 찾아낸 세월호 DVR의 전원 차단 시각은 사참위의 판단과는 달리 데이터 조작은 없었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설령 누군가 사전에 DVR 하드디스크에 손을 댔다손 치더라도, DVR의 활동 중단 시각이 담긴 데이터들을 배가 최대로 기울었던 시점과 초 단위까지 똑같이 맞춰서 바꿔놓는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배 기운 뒤에도 CCTV 모니터 켜져 있었다”... 신뢰할 수 있는 진술일까

그렇다면 배가 기울어진 뒤에도 CCTV 모니터가 켜져 있었다는 일부 생존자들의 진술은 어떻게 된 것일까.

앞서 언급했던 세월호 승무원 강혜성 씨와 승객 강병기 씨, 그리고 3등 항해사 박한결 씨의 진술이 모두 사실이라면 복원된 CCTV 파일에는 해경 보트가 기관부 선원들을 구조한 9시 42분까지의 영상들이 남아 있어야 한다. 그러나 뉴스타파 취재 결과, 3명 가운데 적어도 박한결, 강병기 씨의 진술은 객관적인 사실에 부합하지 않았다.



▲3명의 생존자가 CCTV 모니터가 켜져 있었다고 기억하는 시간대

먼저 박한결 3등 항해사의 진술 내용이 담긴 2014년 7월 15일자 검찰 수사보고서는 완전히 잘못 작성됐다. 수사보고서에는 조타실에 함께 있던 박경남 조타수가 CCTV를 통해 기관부 선원들이 먼저 구조되는 모습을 보고 투덜거린 것으로 되어 있지만, 이 보고서의 근거라고 기재한 6월 2일자 박한결의 조서에는 박경남이 CCTV를 봤다는 내용은 전혀 담겨 있지 않다.



▲2014년 7월 15일 검찰 수사보고서(위)와 그 근거가 된 6월 2일 박한결의 진술조서(아래)

당시 해경 123정에서 촬영된 영상을 통해 볼 때, 박경남은 조타실 입구 쪽에서 외부 상황을 계속 주시다하다가 해경 고무보트의 상황을 직접 목격한 것으로 봐야 한다. 따라서 9시 42분까지 CCTV 모니터가 켜져 있었다는 취지의 검찰 수사보고서는 사실과 다르다.



강병기 씨의 진술에도 모순이 존재한다. 지난해 세월호 선조위는 복원된 화물칸 차량 블랙박스 영상 속에서 형광등이 꺼지는 순간을 포착해 주발전기가 멈춘 시각을 확정했다. 오전 9시 21분 31초에 주발전기가 정지하고 13초 뒤 비상발전기가 작동한 것으로 종합보고서에 기재됐다.



▲세월호 선조위 종합보고서에 기재된 주발전기 정지 시점

그런데 뉴스타파가 세월호 CCTV 배선업체에 확인한 결과, DVR 전원은 주발전기에만 연결되고 비상발전기에는 연결돼 있지 않았다. 따라서 주발전기가 멈춘 9시 21분 31초 이후로는 DVR과 모니터에는 전원이 공급될 수 없었다. 해경 헬기 소리가 들린 9시 30분 무렵까지 CCTV 모니터가 켜져 있었다는 강병기 씨의 진술이 성립될 수 없는 이유다.



그렇다면 주발전기가 멈추기 전까지는 모니터가 켜져 있었을까. 뉴스타파는 CCTV 모니터가 달려 있던 3층 로비 안내데스크에서 승객들이 구조를 기다리는 상황이 촬영된 화물기사 한승석 씨의 짧은 동영상 속에서 이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 봤다.



▲3층 안내데스크 앞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승객들(한승석 씨 촬영)



▲참사 전날인 2014년 4월 15일 오후 촬영된 세월호 안내데스크 모습

한승석 씨의 동영상에 포착된 승객들은 20여 명. 그러나 이 가운데 안내데스크와 매점 사이 벽면에 달려 있던 CCTV 모니터를 볼 수 있는 각도에 위치하고 있던 사람들은 제한적이다. 강병기 씨와 강혜성 승무원, 단원고 생존 학생 임 모 양, 그리고 동영상을 찍은 한승석 씨 등 네 명으로 파악된다.



그런데 이 가운데 임 모 학생은 지난 2016년 세월호 특조위 조사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동안 CCTV 모니터가 켜진 것을 본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한승석 씨도 최근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매점 벽면 CCTV 모니터가 켜져 있었는지 안 켜져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매점 벽면 CCTV 모니터를 볼 수 있었던 이들 네 사람은 배가 기운 뒤 구조될 때까지 한 시간 이상 같은 자리에 머물렀다. 따라서 만약 모니터가 켜져 있었다면 시야에 포착됐을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이들 중 두 명은 전혀 기억이 없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켜진 모니터를 봤다는 강병기 씨의 진술 중에는 사실관계에 어긋나는 내용이 또 있다. 강 씨는 취재진과 만나 매점 벽면 모니터 뿐만 아니라 안내데스크 천장 모니터에서도 CCTV 영상을 봤다고 말했다. 그러나 2년 간 안내데스크에서 근무했던 강혜성 씨는, “천장 모니터는 안내사항이나 공지사항 게시용일 뿐 CCTV 화면을 노출시켰던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취재 내용들을 종합할 때, 배가 기운 뒤에도 CCTV 모니터가 켜져 있었다는 일부 승객들의 진술들을 완전한 사실로 받아들이긴 어렵다. 이들이 허위 진술을 하고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왜곡된 기억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 과거사 관련 조사위원회에서 조사관으로 일했던 한 인사는 “피해자나 참고인들이 과거의 경험에 대해 증언하는 과정에서 기억에 기억이 덧씌워져 왜곡된 내용을 진술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한 번 진술을 해버린 뒤 그것이 사회적으로 파장을 일으키게 되면 더 이상 수정하거나 부정하지 못하는 단계가 되어버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객관적 데이터’ vs ‘물증 없는 기억’… 어느 쪽을 신뢰할 것인가

지금까지 세월호 CCTV가 꺼진 시점에 대한 판단 근거는 두 가지였다. 복원된 CCTV 파일 속에 남겨진 데이터, 그리고 일부 생존자의 진술이다. 그런데 복원된 데이터는 실제 상황과 정확히 일치하고 있는 반면, 생존자 진술은 사실관계에 어긋나는 내용이 많고 무엇보다 물증이 존재하지 않는다.

데이터 포렌식 전문가인 이상진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사람의 기억은 정밀하지 않다. 과거의 기억이 자신의 확신에 의해 편집되기도 하고 외부의 인상으로 인해 바뀌기도 하며 여러 기억들이 조합될 수도 있다. 그래서 사람의 뇌 속에 담긴 기억은 불확실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중요한 사실관계에 대한 판단은 기억보다는 자동화된 기기에 남겨진 데이터를 취함으로써 정확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한다.

사참위는 올해 초 세월호 DVR 하드디스크의 복원 파일을 한 외국 포렌식 전문업체에 보내 정밀 분석을 의뢰했다. 뉴스타파는 분석 결과가 나왔는지 질의했지만 사참위는 조사 중인 사안이어서 답변이 어렵다고 알려왔다.

만약 이 업체의 DVR 전원 차단 시점 분석 결과도 뉴스타파 분석과 동일하게 나온다면 사참위의 최종 선택지도 둘 중 하나가 될 수밖에 없다. ‘객관적 사실관계에 부합하는 데이터’와 ‘왜곡 가능성이 존재하는 기억’ 사이의 선택이다.

취재: 김성수
촬영: 김기철
편집: 정지성
CG: 정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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