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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다" vs "편협하다"…'관크' 둘러싼 엇갈린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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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프라이드' 관람 연예인 비매너 논란

핸드폰·음식 금지 넘어 움직이는 것도 '안돼'

일반인-마니아 관객 사이 갈등 빚어지기도

"보다 유연해진 공연 관람 문화 만들어야"

이데일리

연극 ‘프라이드’의 한 장면(사진=연극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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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공연 관람하는데 옆 사람이 부스럭거리면 불편하다.” “꼼짝도 하지 못한 채 공연을 봐야 한다는 건 너무 하지 않나 싶다.”

연극·뮤지컬 공연 관람을 방해하는 행위, 일명 ‘관크’가 논란의 도마 위에 다시 올랐다. 최근 연극·뮤지컬 마니아들이 즐겨 찾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연극 ‘프라이드’를 관람하러 온 연예인들의 ‘관크’를 고발하는 글이 올라오면서 이를 둘러싼 의견이 분분하다.

네티즌들은 지난 15일 ‘프라이드’ 관람을 위해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을 찾은 배우 강한나·손석구·오혜원이 공연 도중 이유 없이 웃거나 조는 등 ‘관크’를 했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커지자 강한나, 오혜원은 16일 각자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사과의 글을 올렸다.

그러나 손석구는 이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연극을 즐기고 아끼는 사람으로서 부끄러운 관람을 하지 않았다”며 “몇몇 관객들의 그릇된 주인 의식과 편협하고 강압적이며 폭력적이기까지 한 변질된 공연 관람 문화가 오해를 넘어 거짓 양산까지 만드는 상황이 당황스럽다”고 사과를 거부했다.

‘프라이드’를 제작한 기획사 연극열전에 따르면 논란이 불거진 공연 당일 현장에서 관객들의 직접적인 불만 제기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연극열전 관계자는 16일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공연 당일 직원이 공연장 2층에 함께 있었으나 소음 같은 것은 느끼지 못했다”며 “당일 공연장 분위기가 어떤지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크’는 ‘관객 크리티컬’의 줄임말로 연극·뮤지컬 마니아들이 주로 쓰고 있다. 핸드폰을 이용하거나 음식을 먹는 것이 ‘관크’의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에는 몸을 움직여 소리를 내거나 시야를 가리는 행위까지도 ‘관크’로 분류되고 있다.

연극·뮤지컬 마니아들이 ‘관크’를 경계하는 것은 그만큼 공연을 제대로 관람하고 싶다는 바람에서다. 비싼 돈을 들여 티켓을 구매하고 시간을 쪼개 공연을 보러 온 만큼 공연을 보는 그 순간 만큼은 그 어떤 방해도 없기 바라는 것이다. 실제로 공연 도중 휴식 시간에 하우스매니저를 비롯한 공연 관계자들에게 ‘관크’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한 공연 관계자는 “연극·뮤지컬 마니아들이 즐겨 찾는 대학로 공연의 경우 최대한 움직이지 않고 공연을 관람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며 “이번 ‘프라이드’ 논란은 공연을 보러 온 연예인들이 이런 마니아들의 분위기를 미처 알지 못해서 벌어진 일이라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관객마다 스스로 생각하는 ‘관크’의 기준이 다른 점도 이번 논란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관크’에 대한 지나친 경계가 오히려 연극·뮤지컬의 관객 저변 확대를 방해한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특히 일반 관객도 많이 찾는 대극장 뮤지컬의 경우 ‘관크’ 문제로 관객들 사이에 갈등이 빚어지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지난 2월 막을 내린 뮤지컬 ‘마틸다’의 경우 아이들을 데리고 온 부모들과 아이들의 관람 매너를 지적하는 마니아 관객과의 갈등으로 하우스매니저가 곤혹스러운 상황을 자주 겪었다.

또 다른 공연 관계자는 “최근 2~3년 사이 대학로를 중심으로 마니아 관객층이 형성되면서 관람 문화가 더욱 엄격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과거엔 핸드폰을 이용하지 않거나 음식을 먹지 않는 것 등이 대표적인 ‘관크’ 행위였지만 지금처럼 공연을 보다 몸을 꼬는 등의 행위까지 ‘관크’로 보는 건 지나친 것 같다”며 “지금보다 조금 더 유연해진 공연관람 문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