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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히로히토 일왕, 냉전 시 재군비ㆍ개헌 필요성 언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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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K "구 군벌 부활에는 강하게 거부"

한국일보

히로히토 일왕. NHK 홈페이지 캡처


태평양전쟁의 책임이 있는 히로히토(裕仁ㆍ재위 1926~1989) 일왕이 냉전 초 소련을 위협으로 인식해 재군비와 개헌의 필요성을 자주 언급했다고 NHK가 18일 보도했다. 일본은 패전 후 미 군정이 주도해 제정한 평화헌법에 따라 교전권과 군대보유를 부정하고 있다. 이번 보도는 군대를 갖춰 이른바 ‘정상국가화’하겠다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개헌 드라이브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다지마 미치지(田島道治) 초대 궁내청(왕실 담당부처) 장관이 히로히토 일왕과의 대화를 기록한 ‘배알기’에 따르면 히로히토 일왕은 냉전 초기 소련의 침략을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이에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조인 이후 1952년 2월 11일 “나는 헌법 개정에 편승해서 바깥의 여러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고 생각해 부정적이었으나, 이제 와서는 다른 개정을 일절 다루지 않고 군비 부분만 공명정대하게 당당히 개정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같은 해 5월 8일에도 “나는 재군비에 따라 군벌이 다시 대두하는 것은 절대 싫지만, 침략 받을 위협이 있는 이상 방위적 성격의 새로운 군비가 없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히로히토 일왕은 같은 해 3월 11일 “침략자가 없는 세상이 된다면 군비가 필요하지 않겠지만 침략자가 인간사회에 있는 이상 군대가 부득이하게 필요하다는 것은 유감스럽지만 일리가 있다”고 했다. 이에 다지마 장관은 “그 말씀대로지만, 헌법 앞에서는 그런 일은 있을 수 없고, 최근 전쟁으로 일본이 침략자로 불리게 된 직후라 그것(재군비)은 피해야 하는 말”이라고 진언했다.

요시다 유타카(吉田裕) 히토쓰바시(一橋)대 특임교수는 “자료를 보면 히로히토 일왕이 헌법을 개정해 재군비를 하는 것을 반복해 말하고 있어 독립국가라면 군대 보유를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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