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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조기만 있나? 민어·부세·연잎·누룩 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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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앞두고 굴비의 무한변신

원조 '밥도둑' 굴비가 진화하고 있다. 명절 차례상에 빠지지 않고 오르는 굴비는 전통적으로 참조기를 소금에 절인 후 바닷바람과 햇볕에 꾸덕꾸덕하게 말려서 만든다. 하지만 최근 굴비를 찾는 소비자는 줄고 있다. 이마트에 따르면, 굴비 매출 증감률(전년 대비)은 2017년 -10.4%, 2018년 -9.5%로 내림세다. 참조기 어획량이 감소하면서 가격이 크게 오른 데다, 젊은 세대가 조리 과정에서 냄새가 나는 굴비를 잘 찾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유통업체들과 수산물 가공업체들이 참조기 이외에 굴비를 만드는 어종을 확대하고, 굴비 가공 방법도 다양화하고 있다.

다양해진 굴비 어종

굴비는 전남 영광 법성포산(産)을 최고로 친다. 하지만 서해에서 참조기를 구경하는 게 쉽지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참조기 어획량은 1363t으로 평년(2411t)에 비해 43.5% 줄었다. 참조기 시세는 전년 대비 10~20% 상승했다. 이 때문에 참조기 대신 같은 민어과(科) 물고기를 이용한 굴비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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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어종인 민어를 말려서 만든 굴비. 값이 저렴할 때 민어를 구입해 급속 냉동했다가 추석을 앞두고 해동해서 굴비로 만든다. 최근 값비싼 참조기 대신 부세와 긴가이석태 등 다양한 어종으로 만든 굴비가 나오고 있다. /홈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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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참조기를 대신하는 가장 일반적인 어종이 부세다. 조기와 비슷하지만 주둥이 끝이 둥글고 몸이 더 통통하다. 참조기에 비해 크고 살이 많다. 주로 중국에서 잡은 부세를 법성포 등 국내에 들여와 가공한다. 부세 굴비는 비슷한 크기의 참조기와 비교해 가격이 3분의 1 수준이다.

부세보다 더 저렴한 어종도 있다. 아프리카 서부 해안 기니·세네갈 부근에서 잡은 '긴가이석태'로 만든 굴비다. 뒷지느러미에 '침(針)'처럼 뾰족한 가시가 달렸다고 해서 '침조기'라고도 불린다. 예전엔 '민어조기'라는 이름으로 팔리기도 했다. 부세 굴비와 비교해도 30% 정도 저렴하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냉동으로 들여와 국내에서 가공하기 때문에 맛은 참조기 굴비에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참조기 대체 어종으로 값싼 생선만 쓰는 건 아니다. 대표적인 고급 어종인 '민어'로 굴비를 만들기도 한다. 여름철 대표 보양식으로 꼽히는 민어는 시기에 따라 가격이 50% 이상 차이가 난다. 수요가 적어 값이 쌀 때 민어를 대량으로 매입해 급속 냉동했다가 추석에 맞춰 해동한 뒤 굴비로 가공한다. 일반 참조기와 비교해 씨알이 굵다. 롯데백화점·이마트·홈플러스 등에서 판매하는 '민어 굴비'는 5마리(약 1.5~2.0㎏)에 12만~13만원 선. 비슷한 중량의 참조기와 비교해 30% 정도 싸다.

20·30세대 겨냥해 진화하는 가공법

어종만 다양해지는 게 아니다. 가공법도 여러 가지다. 현대백화점은 일반 소금이 아닌 누룩장으로 염장(鹽藏)한 굴비를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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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린 부세를 연잎으로 싸서 만든 '연잎 굴비'. 조리할 때 굴비 특유의 잡내가 덜하고 연잎 향이 난다. /이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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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과 천일염, 정제수를 넣어 자연 발효시킨 누룩장에 조기를 10시간 정도 담갔다가 70여 시간 건조 과정을 거쳐 만든다. "일반 굴비와 비교해 염분이 적고 비린내가 덜 난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이마트는 말린 부세를 연잎으로 싼 '연잎 굴비'를 내놓았다. 연잎 밥을 만들 때처럼 굴비를 연잎으로 감싼 것으로, 그대로 찌거나 오븐에 구우면 연잎 특유의 향이 난다. 롯데백화점은 보통 송편을 찔 때 넣는 모싯잎을 굴비에 넣은 '모싯잎 부세 세트'를 판매 중이다.

굴비를 굽거나 찔 때 나는 냄새를 줄이고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도록 가정간편식(HMR) 형태로 만든 것이다. 이마트의 '찐 부세굴비 세트'는 증기에 찐 굴비를 영하 40도에서 급속 동결해 진공 포장했다. 최근 많이 보급된 에어프라이어를 이용하면 간편하게 먹을 수 있다. 현대백화점의 '영광 바로 굴비 세트'도 비슷한 방식으로 가공한 제품이다. 신세계백화점 등은 굴비 살만 발라낸 '굴비채'를 선보였다. 오징어 진미채처럼 생겨 프라이팬 등에서 간단하게 데워 먹을 수 있다. 설봉석 이마트 바이어는 "비싼 가격과 특유의 냄새 때문에 굴비를 꺼리던 20·30대도 쉽게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재료와 가공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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