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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땅값도 공시지가로?…분양가상한제의 재건축 ‘이중폭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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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감정평가액 깐깐하게 바꿔

시세와 비슷했던 땅값 대폭 인하

로또 넘어 ‘반값 아파트’ 가능성

공공택지 공급가와 형평성 논란

정부가 10월부터 요건을 강화하기로 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논란이 상한제 가격을 구성하는 땅값으로 번지고 있다. 분양가에 반영하는 땅값을 현행 기준보다 내려가기 때문이다. 상한제 분양가가 예상보다 더 낮아져 도심에 ‘로또’를 넘어 ‘반값 아파트’가 나올 전망이다.

정부는 상한제 시행에 맞춰 민간택지 택지비 산정 기준을 대대적으로 손본다. 상한제는 택지비(택지가격+가산비용)와 건축비(기본형 건축비+가산비)를 합쳐 분양가를 계산한다.

상한제 분양가는 분양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건축비보다 큰 택지비에 달렸다. 민간택지가격은 매입가격으로 결정됐다. 택지비 부풀리기 등을 방지하기 위해 감정가격 120% 이내라는 단서가 달렸다. 매입가격 인정 범위는 2012년 감정가격 120% 이내나 개별공시지가 150% 이하로 넓어졌다. 당시 정부가 추진하던 민간택지 상한제 폐지가 지지부진하자 규제 완화를 한 것이다.

조합원의 현물 출자 방식인 재건축·재개발 택지가격은 매입가격이 없어 처음부터 감정평가금액으로 정해졌다. 감정평가는 자치단체장이 정하는 감정평가기관 두 곳이 맡는다. 두 기관의 산술평균금액이 감정평가금액이다. 감정평가 방식은 별다른 제한 없이 일반적인 토지 감정평가 방식을 따랐다.

그런데 이번에 정부는 상한제 가격 산정 기준을 바꿔 감정평가 절차와 방식을 까다롭게 할 계획이다. 감정평가기관 두 곳에 시·도지사가 추천한 기관을 포함하게 하고 한국감정원이 감정평가금액을 검증하도록 했다. 봐주기식 감정평가를 못 하게 하겠다는 뜻이다.

여기다 감정평가 방식을 원가 기준으로 한다. 사업부지를 조성하는 데 필요한 원가를 산출해 평가하고 개발이익을 반영하지 못하게 했다. 재건축·재개발 개발 기대감을 뺀 땅 가치만 평가하라는 것이다. 감정평가금액이 공시지가와 많이 차이 나면 재평가한다. 정부는 “민간택지의 감정평가 절차를 명확히 해 감정평가 금액이 과다하게 산정되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감정평가금액은 시세와 비슷했다. 앞으로 원가 중심으로 감정평가하고 공시지가와 차이가 크게 나지 않게 하면 감정평가금액이 시세보다 공시지가에 더 가까워진다. ‘준시세’가 아닌 ‘준공시지가’가 되는 셈이다. 정부는 올해 공시지가가 시세의 64.8%라고 지난 2월 밝혔다. 한 감정평가사는 “공시지가보다 30% 넘게 비싸면 재평가 대상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택지가격 감정평가금액이 깎이면 재건축·재개발 조합이 받는 상한제 충격은 2007년 상한제보다 더 클 전망이다. 강남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상한제를 하더라도 그동안 땅값이 많이 올라 감정평가금액이 그나마 좀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기대를 버려야겠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재건축·재개발 감정평가를 많이 해온 감정평가기관이 조합에 우호적으로 감정평가할 수 있는 여지가 없어진다”고 전했다.

일부에선 공공택지 공급가격과 형평성 문제가 나온다. 무주택 서민을 위한 공공택지에선 택지공급가격을 올려 분양가를 높이면서 민간택지 감정평가금액은 누른다는 것이다. 2015년 공공택지 전용 85㎡ 이하 용지 공급가격 기준이 조성원가의 1.1배 이하에서 감정평가금액으로 바뀌면서 분양가가 뛰었다. 고분양가 논란이 일어 분양이 미뤄지고 있는 경기도 과천시 과천지식정보타운 택지공급가격은 조성원가의 3배에 가깝다. 과천 도심 아파트 단지 공시지가보다 50% 더 비싸다. 2017년 공급된 위례신도시 공동주택용지 가격은 조성원가의 1.8배였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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