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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갤노트10’이 벌써 공짜폰?…불법보조금에 멍드는 단통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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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시행 5년 만에 사실상 유명무실화 왜?

이통사 5G 출혈경쟁서 비롯…‘성지’선 장려금 일부 얹어 박리다매

방통위 솜방망이 처벌도 영향…완전자급제로 ‘막장’ 개선 필요성

경향신문

유행이 된 ‘공짜폰 성지’ 좌표 찾기 18일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한 휴대전화 판매점 유리판에 위약금 지원, 공짜폰 전문점 등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광고 문구가 적혀 있다. 김창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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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좌표 알려주세요.” “성지가 어딘가요.”

요즘 정보통신(IT) 인터넷 커뮤니티에 많이 등장하는 질문들이다. 삼성전자 새 프리미엄폰 갤럭시노트10을 거의 공짜에 가깝게 살 수 있다는 말들이 떠돌면서 너도나도 ‘성지’가 어딘지 ‘구매 좌표’를 알려달라는 내용이다.

지난 16일 인터넷 커뮤니티에 등장하는 ‘성지’ 중 한 곳인 서울 동대문구의 한 휴대전화 대리점. 이곳의 갤럭시노트10(256기가) 가격은 8만9000원짜리 요금제 6개월을 쓰는 조건으로 7만원에 불과했다. 제품 출고가(124만8500원)와 비교하면 6% 수준이다.

인근에 있는 다른 휴대전화 매장에서도 성지와 비슷한 가격에 줄 수 있다고 했다. 사전예약 기간 마감을 사흘 앞둔 이날까지 갤럭시노트10(256기가)을 8만9000원짜리 요금제 6개월을 쓰는 조건으로 7만~12만원에 팔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직은 통신사들의 공시지원금이 100% 확정되지 않아서 가격이 유동적이라고 덧붙였다.

근처의 이동통신사 공식 대리점은 2년 뒤 기기를 반납하는 조건으로 단말기 가격을 절반 지원하는 프로모션이 나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성지에서 말한 똑같은 요금제를 2년 쓰고 2년 뒤 기기까지 반납해도 갤럭시노트10(256기가)을 사려면 62만4250원이 필요했다. 직원에게 인터넷 등에 나온 가격을 묻자 “여기서는 성지 가격을 따라갈 수 없다”고 말했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은 휴대전화를 구입할 때 불투명하게 지급되는 불법 보조금을 없애자는 취지로 2014년 만들어졌다. 하지만 지난 4월 출시된 삼성전자 갤럭시S10 5G폰을 시작으로 LG전자 V50씽큐, 갤럭시노트10에 이르기까지 불법 보조금이 기승을 부리면서 단통법 존재가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소비자들이 공짜폰을 얻는 구조의 출발점은 이동통신사들에서 찾을 수 있다. 국내 이동통신시장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3곳이 나눠 갖고 있다. 기존 업계 순위를 뒤집을 변수가 바로 올 상반기 출시된 5G 요금제였다.

단통법상 이동통신사들은 대리점에 공시지원금만 보조해줄 수 있다. 그러나 이동통신사들은 공시지원금을 뛰어넘는 리베이트를 다양한 형태로 대리점에 지급하고 있다. 서울 테크노마트처럼 대형 대리점에 가는 판매 장려금, 대리점을 관할하는 지역 마케팅팀에서 주는 보조금, 일정 대수 이상 많이 팔면 주는 인센티브 등 다양하다. 업계에서는 이를 ‘보조금을 태운다’ ‘정책을 준다’고 표현한다.

여기에 성지로 불리는 일부 판매점은 판매 장려금에서 일부를 떼어 박리다매 형태로 팔기 때문에 100만원이 넘는 고가의 스마트폰이 10만원 안팎의 가격으로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똑같은 물건을 누구는 1000원에 사고 누구는 1만원에 사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도입된 단통법이 무력화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발품을 팔지 않으면 호구가 되기 쉬운 곳이 스마트폰 시장인 셈이다.

실제 이통사들의 올 2분기 마케팅 비용을 보면 5G 가입자 유치를 위해 얼마나 출혈 경쟁을 했는지 알 수 있다. SK텔레콤의 2분기 마케팅 비용은 7286억원, KT 7116억원, LG유플러스 5648억원이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7%, 20.2%, 11.2%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방송통신위원회가 단속에 적극적이란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으며 처벌한다고 해도 솜방망이 수준이다.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이 지난달 내놓은 방통위 자료를 보면 이통3사가 최근 3년간 평균 7~8개월에 한 번씩 단통법을 위반했다. 하지만 방통위는 시정명령만 반복했을 뿐 ‘3회 이상 위반 시 신규영업 금지’라는 조항을 적용한 적이 없었다.

현재 시장이 ‘막장 드라마’ 수준인 만큼 이를 개선하기 위해선 ‘완전 자급제’로 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단말기 판매와 통신 서비스 가입을 분리하자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동통신시장이 포화된 상태에서 가입자를 끌어모으려다보니 과열 경쟁이 빚어지고 있다”며 “단말기 제조사가 직접 판매하도록 나서면 불법 보조금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임지선 기자 vis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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