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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이슈 자율형 사립고와 교육계

지역자사고 폐지 현실화 되자…영재학교·전국자사고 인기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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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정부의 재지정 평가에서 탈락한 자사고가 일반고 전환을 앞둔 가운데, 평가를 통과한 전국단위 자사고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달 21일 전북 전주 상산고 정문 앞을 시민이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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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3 아들을 둔 김모(48·서울 노원구)씨는 올해 고입 때 자녀를 상산고·하나고 등 전국단위 자율형사립고(자사고)에 지원하게 할 계획이다. 김씨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아이를 집 근처에 있는 자사고에 보내려고 했었다. 하지만 해당 학교가 지난달 서울시교육청의 재지정평가에서 탈락하면서 급히 계획을 변경했다. 김씨는 “아이가 기숙사 생활하는 것을 꺼려 전국단위 자사고보다 집 근처 학교를 보내고 싶었다. 하지만 이 학교가 내년부터 일반고로 전환된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전국단위 자사고의 문을 두드려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의 자사고 재지정평가가 마무리된 가운데, 김씨처럼 전국단위 자사고를 선호하는 학부모들이 늘고 있다. 올해 정부에서 평가한 자사고 24곳 중 전국에서 학생을 선발하는 자사고 8곳은 모두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지역단위 자사고는 평가대상 학교 16곳 중 6곳이 자사고 지위를 유지하게 됐고, 나머지 10곳이 탈락했다.

학부모들 사이에서 전국단위 자사고의 인기가 올라간 것은 설문조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입시업체 종로학원하늘교육이 지난 5~17일 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4573명을 대상으로 선호 고교를 물은 결과, ‘재지정평가를 통과한 전국단위 자사고’를 선택한 학부모가 22.5%로 가장 많았다. 광양제철고·김천고·민사고·북일고·상산고·포항제철고·하나고·현대청운고 등이다. 이는 지난해 8월 조사(19.7%)보다 2.8%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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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진선여자고등학교에서 열린 '자사고 재지정 여파 현 고1부터 수능 대폭변화 상위권 학생 고교선택전략 설명회'에서 참석자들이 관련 자료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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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고·영재학교에 대한 선호도 높아졌다. 학교유형별로 살펴보면 전국단위 자사고에 이어 외국어고(15.6%)·영재학교(15.3%)·과학고(13.4%)순으로 인기가 높았다. 다만 외고를 선호하는 학부모 비율은 지난해보다 2.2%포인트 줄어들었지만, 영재학교·과학고 선호하는 학부모 비율은 각각 4.3%포인트, 1.8%포인트 증가했다.

자사고 폐지에 따라 과학고·영재학교 인기가 높아지는 건 예견된 일이다. 실제로 지난 4월 원서접수를 마감한 영재학교 8곳의 평균 경쟁률은 15.32대 1로 전년도(14.43대 1)보다 높아졌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8월 중에 원서접수를 진행하는 과학고도 경쟁률이 이전보다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며 “과학고·영재학교는 자사고와 달리 교육정책 변화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고 면학 분위기와 대입실적이 좋아 당분간 인기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올해 상당수가 평가에서 탈락해 지정취소 된 지역 자사고를 선호하는 학부모는 지난해 10.3%에서 올해 3.1%로 크게 낮아졌다. 경희고·배재고·세화고·숭문고·신일고·안산동산고·이대부고·중앙고·해운대고·한대부고 등의 학교가 여기 해당된다. 임 대표는 “학부모들이 불안감이 커지면서 지정 취소된 자사고에 대한 선호도가 낮아졌다”며 “하지만 법원이 학교 측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 당분간 자사고 지위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이들 학교에 자녀를 보내려는 학부모들이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국단위 자사고와 과학고·영재학교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서울의 한 자사고 교장은 “현 정부의 정책으로는 수월성 교육을 실시하는 일부 학교와 강남지역으로 쏠림현상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며 “초등학교 때부터 사교육을 받아야 합격 가능하다고 알려진 과학고·영재학교와 전국단위 자사고를 그대로 두고 지역 자사고만 없애서 일반고가 살아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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