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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넥쏘 ‘수소탱크’ 이르면 2020년 말 국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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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버원 코리아!… 기술독립 위해 뛴다] 핵심원료 ‘탄소섬유’ 일본에 의존… 현대차·효성 자체개발 테스트중

탄소소재는 ‘산업의 쌀’인 철을 대신하는 신(新)소재다. 철에 비해 무게는 4분의 1, 강도는 10배, 탄성은 7배이면서 초고온에서도 변형되지 않는다. 탄소소재의 원료는 석탄에서 쉽게 구할 수 있으면서도 부가가치는 매우 크다. 탄소소재 대표 격인 탄소섬유(CFRP)는 골프채(스포츠·레저)에서 로켓·미사일(우주·항공)에 이르기까지 쓰임새가 광범위하다. 정부가 미래 먹거리로 선언한 ‘수소(경제)산업’만 해도 탄소섬유 없이는 발전하기 어렵다. 수소 저장용기를 탄소섬유로 만들기 때문이다.

바로 이 탄소소재를 일본이 장악하고 있다. 한국을 상대로 무역전쟁을 도발한 일본이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다음으로 노리는 수출규제 대상이 탄소섬유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업체의 탄소섬유 국산화 행보에도 가속이 붙었다. 그 주역은 효성첨단소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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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섬유 강화 플라스틱(CFRP). 출처=Scuttlebutt Sailing News


◆“이르면 내년 말 넥쏘용 수소탱크 공급”

우리나라는 2012년까지만 해도 탄소섬유를 전량 수입에 의존했다. 이 무렵 효성, 태광산업 등이 시장에 진출하면서 자체 생산이 시작됐다. 지금은 효성첨단소재가 전북 전주, 도레이첨단소재가 경북 구미에서 각각 상업생산 중이다. 도레이첨단소재는 일본 도레이가 출자하고 기술을 이전한 일본 투자기업이다. 현대자동차가 만드는 수소전기차(FCEV) ‘넥쏘’에 탑재되는 수소탱크는 국내 중견기업 ‘일진복합소재’가 독점 공급 중이며, 원료인 탄소섬유는 전량 도레이첨단소재 제품이다. 업계 관계자는 “도레이 제품이 사실상 실질적 표준이고 대부분 수소탱크 제품이 도레이 탄소섬유를 기초로 개발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본이 탄소섬유를 무기화하고 우회수출까지 막는다면, 넥쏘는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 정부의 수소사회 청사진도 늦춰질 수밖에 없다. 언제쯤 수소탱크 국산화가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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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수소전기차 넥쏘. 현대자동차 제공


이 사정에 정통한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현대차와 효성첨단소재는 일찌감치 국산화 테스트에 돌입했다. 다만 아직 품질인증, 물성실험, 상용화실험 등에서 꽤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한 관계자는 “아직 통과하지 못한 시험이 한두 개 있다“면서 “큰 문제가 없다는 전제 아래 이르면 내년 말쯤 넥쏘용 수소탱크가 공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고압용기는 안전이 최우선이어서 충분한 시간을 갖고 테스트해야 한다. 인증, 상용화 이런 것들은 시간이 걸리게 마련이고 그렇게 하는 것이 맞다”며 “현대차에서도 이에 대한 우려가 있고, 무작정 서두를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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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화, 포기·재도전 30년 걸렸다”

‘탄소섬유 국산화’. 시작은 한국도 빨랐다. 1980년대 초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국내 한 대기업이 뛰어들었다. 당시 탄소섬유는 100% 항공·우주 등 국방 분야에 사용된 전략물자였다. 원천기술 개발이 쉽지 않았다. 결국 국내 개발진은 착수 20년 만에 두 손을 들었다. 이후 산업계에선 10년 넘는 공백이 이어졌다. 침묵을 깬 건 효성과 한 지자체였다. 2003년 전북 전주시가 전주기계산업리서치센터를 설립하고 2008년 효성과 함께 탄소섬유 개발에 나섰다. 화학, 섬유산업에서 오랜 노하우와 기술력을 갖춘 효성 경영진은 ‘탄소섬유도 섬유다. 도전해보자’고 결심했다. 한국 탄소산업의 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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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과 전주시는 우여곡절 끝에 2011년 국내 첫 탄소섬유인 ‘탄섬’ 개발에 성공했고, 이후 중앙정부도 국책사업으로 선정해 힘을 보탰다. 미래를 내다본 민관, 리더십의 포기하지 않은 투자가 빛을 발했다는 측면에서 현대차의 수소연료전지 개발사(史)와 흡사하다. 업계 관계자는 “현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 선정돼 산업통상자원부 안에 관련 과와 팀도 생겼다”고 말했다. 2013년부터 상업생산을 시작한 효성은 2020년까지 연산 1만4000t 생산을 목표로 한다. 작년 6월 신소재사업 부문을 효성첨단소재 법인으로 재편성했고, 올해 2월에는 전주공장 생산량을 2배로 늘리기로 했다. 6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석유기업 아람코와 생산시설 검토를 위한 MOU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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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섬유. 효성 홈페이지 캡처


탄소섬유는 제조방법에 따라 크게 팬계(PAN)와 피치계(PITCH) 2종으로 나뉜다. 효성이 확보한 팬계 기술은 ‘중합-방사-소성’ 세 단계를 거치는데 가래떡을 뽑아 굽는 것 같은 개념이다. 아크릴로나이트릴(AN)이란 화학제품 분말에 높은 열과 압력을 가해(중합) 만든 고분자중합체를 직경 5㎜ 속 1만2000개 구멍으로 통과(방사)시키고, 이렇게 뽑은 원사 PAN(Poly-Acrylonitrile)을 고온에서 탄화(炭化)해 제조(소성)하는 것이다. 피치계는 석유·석탄 정제과정에서 남은 잔류물(Pitch)을 방사한 뒤 고온에서 탄화한다. 탄소섬유는 탄성률에 따라 표준탄성-중탄성-고탄성-초고탄성으로 구분되며, 사용처에 따라 범용-중성능-고성능으로 구분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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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약점은 단가다. 가격이 알루미늄의 4배, 철의 9배에 이른다. 느린 화학반응과 에너지 다소비 구조인 지금의 생산기술이 단기간에 혁신으로 발전할지도 예단하기 어렵다. 큰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우주·항공, 슈퍼카, 전기차 등 제한된 영역에서 ‘유의미한’ 확산을 보이는 이유다. 특히 선진국에 비해 후방산업이 빈약한 한국은 기초소재인 탄소섬유는 국산화했지만 이를 복합재료화하고 부품화하는 단계에서 큰 취약점을 드러낸다. 쉽게 말해 탄소소재를 적용할 수소전기차 넥쏘, 현대차 같은 제품과 기업이 태부족하단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원천기술에선 효성이 일본을 맹추격 중이지만 이를 활용하는 부품가공 기술에선 격차가 무척 크다”며 “섬유산업을 사양산업으로 취급한 한국과 첨단 화학소재산업으로 접근한 일본의 차이”라고 말했다.

조현일 기자 con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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