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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빚 급증→소비 위축…성장률 추가하락 `악순환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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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계부채 다시 급증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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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제조업체에 근무하는 직장인 B씨는 주변 권유로 지난 4월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서울 성동구에 있는 아파트를 구입했다. 정부 규제로 한동안 주춤했던 집값이 다시 오를 조짐을 보이자 서둘러야겠다는 생각에 다소 무리를 했다. "시세가 기대만큼 오르지 않아 조바심이 난다"는 B씨는 "이자 상환 부담이 만만치 않은 게 사실이지만, 월급이 오를 걸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소비를 줄이는 것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고 토로했다.

자영업자 C씨는 지난 6월 2금융권에서 자영업 대출을 받아 생계비에 활용하고 있다. 창업 후 10년 가까이 버텨왔지만 최근에는 경기가 워낙 좋지 않아 대출을 받지 않고서는 생계 유지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1분기 2조9000억원이었던 전기 대비 가계부채(예금 은행+비은행 기준) 증가 폭이 2분기 들어 15조4000억원으로 크게 확대된 가장 큰 이유는 일단 부동산 거래 증가 때문으로 파악된다. 1분기만 해도 정부 규제와 계절적 요인 등으로 인한 주택 매매 거래 감소가 겹쳤지만 2분기에는 서울 아파트 매매량이 1분기(5450가구)의 배 이상인 1만3919가구로 확대됐다.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건 지난 1분기 전기 대비 3조6000억원 감소했던 저축은행·새마을금고 등 비은행 예금 취급기관 대출이 2분기에는 5000억원 증가로 돌아선 점이다. 이에 대해 한국은행 관계자는 "비주택 부동산 담보대출과 더불어 신용대출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금융권에 따르면 C씨처럼 한계 상황에 내몰린 자영업자가 갈수록 늘어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 지역 신용보증재단 관계자는 "경기 상황이 악화되면서 자영업 대출을 찾는 소상공인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며 "빚을 갚지 못하는 소상공인들도 점차 증가하고 있어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는 모습"이라고 털어놨다.

늘어나는 빚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건 민간소비다. 금융권 관계자는 "무리해서 부동산을 구입한 가계 입장에서는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고, 한계 상황에 내몰린 가계는 다른 대출처를 찾다 보면 금리 부담이 높아질 수 있어 역시 소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홍성일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팀장은 "투자와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그나마 민간소비는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었는데, 이것마저 안 좋아지면 경제 불황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재고율 증가→생산·투자 위축→일자리 감소 및 불확실성 확대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더해 우리 경제에 큰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재작년과 작년에 전년 대비 2.8% 증가했던 민간소비는 올해 2.3%로 떨어질 전망(한은 분석)이다. 이마저도 상반기 2.0%·하반기 2.5%를 가정한 수치라 가계대출 증가세가 당초 예상보다 가파를 경우 소비 위축은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국내총생산(GDP)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민간소비가 감소할 경우 억지로 정부소비를 확대해 GDP 목표치를 맞추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 2분기 때도 민간소비 성장률이 전기 대비 0.7%에 그친 반면 정부소비는 2.5%로 소비 불균형이 큰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은 떨어지는데 빚 부담은 커지는 부채 디플레이션 가능성도 제기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아직 한국은 자산 디플레이션을 걱정할 정도의 상황은 아니라고 평가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과거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정도 되는 상황이 와야 부동산 가격이 하락한다. 현재로서는 그럴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분석했다. 정부도 경기 침체로 인한 자산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미국 국채의 장·단기 금리 역전을 반드시 경기 후퇴의 전조로 여길 필요는 없다. 과거와는 다르게 장기물 수요가 더 강해졌기 때문에 일어난 현상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외국인의 국채 수요는 여전하다. 한국 펀더멘털은 아직 높게 평가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아직 자산 디플레이션 국면에 진입하지 않았을 뿐 일본의 경우를 비춰볼 때 자산 디플레이션과 산업 침체가 맞물린다면 장기 불황에 접어들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의 핵심 원인은 자산 디플레이션과 산업 공동화"라며 "부동산 버블이 꺼지면서 자산이 3분의 1 토막 났고, 특히 플라자 합의 이후 엔화 절상으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자 일본 제조업이 해외로 이탈한 게 회복을 어렵게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직 한국의 경우 자산 디플레이션 우려가 크지 않지만 일본 무역 규제가 한국의 산업 공동화를 초래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는 30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있는 한은 입장에서는 일본 무역 규제 등 여파로 경기가 급격히 악화될 경우 현재 기준금리 1.50%에서 추가 금리 인하를 단행해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가계부채 증가 폭이 다시 커질 경우 결단을 내리기 더 힘들어지게 된다.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금융 불안정성 확대 요인은 금리 인하를 어렵게 하기 때문이다.

[최승진 기자 / 이유섭 기자 /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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