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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단독]장애인 학대 폭로 후 센터 폐쇄, 그리고 남겨진 이들···이게 복지고 보호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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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베데스다장애인복지센터

전 센터장 검찰 송치·시설 폐쇄

경향신문

베데스다 장애인주간복지센터의 목사 ㄱ씨가 책으로 장애인 ㄴ씨를 때리고 있다(왼쪽 사진). ㄱ씨는 ㄴ씨를 책상으로 막고 위협한 뒤 폭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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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부평구 베데스다장애인주간복지센터의 목사 ㄱ씨가 장애인 폭행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전직 근무자들과 장애인 보호자들은 ㄱ씨 등이 장애인들을 자주 학대했다고 증언했다. 이들은 ㄱ씨가 센터를 가족기업처럼 운영하며 회계 부정도 저질렀다고 전했다. ㄱ씨는 지난 1월까지 센터장으로 일했다. 현 센터장은 ㄱ씨 아내다.

보호자들은 재단의 시설 폐쇄 결정을 두고 불안해한다.

인천 삼산경찰서는 ㄱ씨를 장애인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18일 밝혔다. 경찰은 “시설 내 폐쇄회로(CC)TV 영상 등에서 ㄱ씨의 폭행 혐의를 명확히 확인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 송치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이 입수한 영상을 보면 ㄱ씨는 한 사무실에서 20대 남성 원생 ㄴ씨를 위협하고, 폭행한다. ㄱ씨는 도망가는 ㄴ씨 쪽으로 책상을 밀어 움직이지 못하게 한 뒤, 책으로 ㄴ씨를 쳤다. ㄱ씨는 이후 ㄴ씨를 사무실에 딸린 방으로 끌고 갔다. 이 방의 CCTV는 가려져 있었다. 경찰과 재단 측은 이 방에서도 ㄱ씨가 ㄴ씨를 폭행한 것으로 추정한다. 폭행 영상을 확인한 베데스다복지재단이 ㄴ씨 가족의 동의를 받아 ㄱ씨를 장애인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재단 측은 그간 ㄱ씨가 여러 차례 장애인들을 폭행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했다.

폭행 영상을 재단에 건넨 이는 장애인 박정훈씨(34·가명)의 누나 박지영씨(37·가명)다. 박씨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훈이도 센터 사람에게 부당하게 폭력을 당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센터 부정과 폭행을 알리고 싶었지만, 시설이 폐쇄되면 15명의 원생이 갈 곳이 없어 그간 사건을 외부에 알려야 할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는 장애인주간보호센터가 부족해 보호자들이 부정과 폭행을 알면서도 눈을 감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재단은 ㄱ씨를 고발한 뒤 이사회를 거쳐 시설 폐쇄를 결정했다.

■ “동생이 맞은 사실 알고도 폐쇄 땐 갈 곳 없어 고발 망설여”

‘베데스다 폭행’ 원생 보호자

센터장 목사 부정·구타에도

‘을’인 보호자들 눈감기 일쑤

‘우리 애 어쩌나’ 되레 원망

성인장애인 시설 확충돼야


박지영씨는 2014년부터 지적발달장애 2급인 동생 박정훈씨를 인천 베데스다 장애인주간보호센터에 보냈다. 동생은 오전 9시에 통학버스를 타고 센터에 갔다 오후 4시 집에 돌아왔다. 동생을 센터에 보낸 뒤 박씨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한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동생이 돌아오면 저녁밥을 챙겨주고 저녁 7시부터 밤 12시까지 다른 가게에서 일했다. 동생을 돌보려면 밤낮 일해야 한다. 박씨는 주간보호센터가 있어 아르바이트라도 하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돌아보면 동생이 센터에 가는 걸 마냥 좋아하진 않았다. 박씨는 “동생은 불안한 상황이 오면 제자리에서 콩콩 뛰거나 멀리 도망가는 성향이 있지만 전반적으로 온순한 편이었다”며 “같이 살기 시작한 지 11년째지만 화를 내는 일이 거의 없었는데, 센터를 다닌 뒤 어느 날 ‘나 베데스다 가기 싫어, 누나 죽여버릴 거야’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동생이 나름대로 신호를 보냈는데 내가 무시한 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박씨가 센터의 폭행을 처음 의심한 건 2017년이다. 센터에서 돌아온 동생의 옆구리와 배에 멍이 들었다. 박씨는 “센터에 함께 다니는 원생이 동생을 괴롭히는 줄 알았다. 센터에 지속적으로 말했지만 같은 일이 여러 차례 반복됐다”고 말했다.

어느 날은 발목이 심하게 부어 왔다. 박씨는 우연히 센터 직원이 수업 참여를 하지 않는 동생을 의자에 끈으로 묶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전 센터장인 목사 ㄱ씨와 부인인 현 센터장이 직원들에게 원생들이 말을 듣지 않으면 무력을 사용하라고 자주 말했다는 것도 들었다. 직원들이 동생을 폭행했으리라는 의심이 들었다. 박씨는 생활일지부터 보려 했다. 센터장은 생활일지를 보여줄 수 없다며 화를 냈다. 우여곡절 끝에 확인한 일지에는 사실과 다른 내용이 적혀 있었다. 올봄 센터는 동생을 잃어버린 뒤 걸어서 한 시간이 걸리는 곳에서 찾아놓고도 센터 내부에서 금방 찾은 것으로 기록했다. 박씨는 이 사실을 인천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 신고했다. 부평구청 등의 조사로 센터장 등에게 과태료 200만원 결정이 내려졌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ㄱ씨와 센터장은 폭행 사실 등을 증언한 전·현직 직원들에게 ‘사실을 알리지 말라’고 협박하기도 했다.

박씨는 동생을 이 시설에 보내기로 한 결정을 후회했다. 당시 부평의 19개 장애인주간보호센터에는 모두 빈자리가 없었다. 보호를 받아야 할 성인 장애인 수는 넘치지만 시설은 부족했다. 그나마 베데스다장애인주간보호센터가 대기시간이 짧았다. 박씨는 “장애인보호센터는 학원처럼 마음에 안 든다고 그냥 옮길 수가 없다. 다른 시설을 구하는 일이 더 지옥 같다”고 했다.

박씨를 비롯해 몇몇 보호자들이 센터의 부정을 재단에 알렸다. 다른 보호자들도 ㄱ씨와 직원들의 폭행에 분개했다. 재단은 이사회를 열어 폐쇄를 결정했다.

보호자들은 폐쇄 결정에 어쩔 줄을 모른다. 한 보호자는 박씨에게 ‘정훈씨는 제 아들보다 상대적으로 장애가 경증이라 다른 시설 갈 곳이 많아 걱정이 덜하겠지만 우리 애는 어떡하냐’는 원망의 문자를 보냈다. 박씨 동생은 현재 다른 주간보호센터를 찾았지만, 같은 시설을 이용하던 14명의 원생은 다른 센터로 옮기지 못했다.

동생을 외면한 부모를 대신해 박씨는 11년째 정훈씨를 보살핀다. 서울에서 대기업에 근무했지만, 동생을 돌보느라 회사를 관뒀다. 10년 세월이 지나자 경력단절 여성이 됐다. 안정된 일자리를 찾기 힘들다. 박씨는 “장애가 있는 동생과 함께 사는 걸 내가 아름답고 쉽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냥 같이 살면서 밥이나 같이 먹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하루하루 살기가 벅차다”고 말했다. 박씨는 법적 보호자가 아니라서 동생 일로 은행, 관공서 등을 이용하는 것도 힘들다. 남동생의 공공화장실 이용을 돕기도 어렵다.

박씨는 “주간보호센터는 성인 장애인과 함께 생활하는 보호자들에게 꼭 필요한 곳이다. 센터도 장애인을 맡긴 보호자들이 ‘을’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보호자들 의견을 무시했을 것”이라며 “단순히 센터의 부정을 고발하는 것을 넘어 갈 곳 없는 성인 장애인들의 처지를 개선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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