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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에 700년만에 사라진 '빙하 추모비'…"기후변화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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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소멸 판정받은 '오크예퀴들' 빙하, 다큐멘터리로 재조명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오크(오크예퀴들 빙하)는 아이슬란드에서 처음으로 빙하의 지위를 잃었다. 앞으로 200년 사이 아이슬란드의 주요 빙하가 같은 운명에 처할 것이다. 우리는 이 추모비를 세움으로써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우리가 인식하고 있음을 알린다."

아이슬란드 서부 '오크(Ok)' 화산에서는 18일(현지시간) 이런 문구가 새겨진 '미래로 보내는 편지'라는 제목의 추모비 제막식이 열린다고 BBC방송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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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 오크 화산 정상에 설치된 '빙하 추모비'
[라이스대학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약 700년의 역사를 지닌 '오크예퀴들(Okjokull)' 빙하가 기후 변화 탓에 더는 이동할 수 없을 정도로 녹아내려 공식적으로 '사망 선고'를 받은 것을 아쉬워하는 행사다.

추모비 아래에는 날짜와 함께 최근 관측된 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인 415ppm이 새겨졌다. 이는 1년 전보다 대폭 상승한 수치다.

본래 오크예퀴들 빙하는 오크 산 정상을 상당 부분 덮을 만큼 규모가 컸었다. 이름도 화산 이름인 오크와 빙하를 뜻하는 예퀴들을 합성해 지었다.

하지만 지금은 화산 정상에 덩그러니 놓인 얼음 더미 정도로 작아졌다.

오크예퀴들 빙하가 지난 2014년 소멸 판정을 받았을 때만 해도 대중의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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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9월 촬영된 오크예퀴들 빙하의 현재(2019년 8월) 모습. 대부분이 녹아 사라진 상태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제공·EPA=연합뉴스]



이후 지난해 미국 텍사스주 라이스대학 소속 인류학자인 시멘 하우, 도미닉 보이어가 사라진 빙하를 소재로 '낫 오케이'(Not Ok)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면서 추모비 건립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보이어는 "사람들은 동판에 업적이라든지 대단한 사건을 새긴다. 빙하의 죽음 역시 좋다고 할 순 없지만, 인간이 이룬 일"이라며 "이 빙하를 녹게 한 것은 인간이 만들어낸 기후 변화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크예퀴들이) 세상에서 맨 처음 녹은 빙하는 아니고 더 작은 빙하 덩어리들도 많이 녹았지만, 오크예퀴들 크기 정도의 빙하가 녹기 시작했다는 점에 비추어볼 때 다른 유명 빙하들도 곧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2000년 당시 아이슬란드에는 300개가 넘는 빙하가 있었지만 2017년까지 작은 빙하를 중심으로 56개가 녹아 사라졌다.

빙하 추모비 제막식에는 카트린 야콥스도티르 아이슬란드 총리, 구드문두르 잉기 구드브랜손 환경부 장관과 메리 로빈슨 전 아일랜드 대통령이 참석한다.

참가자들은 야콥스도티르 총리의 개회사 뒤 오크 화산 정상에 올라 추모비를 설치할 예정이다.

추모비 문구를 작성한 아이슬란드 작가 안드리 스나이어 마그나손은 BBC에 "동판에 글씨를 새겨넣으면 종이에 쓸 때와는 다른 단위의 시간이 보인다"며 "누군가 300년 뒤에 찾아와 비문을 읽는 상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제막식이 "아주 상징적인 순간"이라며 "이 추모비는 역사적인 사건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우리에게 상기해주며, 우리가 이런 일들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를 보낸다"고 평했다.

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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