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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몰랐다"… 영화 '주전장' 본 日의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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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주동 기자] [편집자주] 고령화 등 문제를 앞서 겪고 있는 일본 사회의 모습을 '타산지석' 삼기 위해 시작한 연재물입니다. 당분간 '지피지기'를 위해 일본에 대해 다뤄보려고 합니다.

[日산지석]
미키 데자키 다큐, 대립된 인사들 발언 담아
獨 "여기선 정치인이 역사적 사실 부정 못해"
日관객 "몰랐던 것 알았다" "이제 다 이해돼"
우익들, 국가의 사과를 자존감 붕괴로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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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주전장'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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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화 '주전장'을 봤습니다. 일본계 미국인 미키 데자키 감독이 만든 위안부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입니다. 그는 지난 2015년부터 3년간 일본, 한국, 미국에서 위안부 문제 관련한 여러 사람을 만나 인터뷰했습니다. 국가 문서도 찾아 자료로 썼습니다.

2007년부터 5년간 일본에서 영어교사로 살았던 데자키 감독은 일본 내 인종차별 문제를 다룬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가 우익세력의 공격을 당한 적이 있습니다. 이후 1991년 일본군 위안부 김학순 할머니의 사례를 처음 보도한 아사히신문 기자 우에무라 다카시가 자식에 대한 신변 위협까지 받은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일본 우익의 공격을 경험한 그는 이들이 왜 위안부 문제에 이렇게 예민해 하는지 궁금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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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주전장'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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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를 그만두고 대학원에 진학한 그는 졸업작품으로 이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주전장'에서 데자키 감독은 자신의 궁금증을 단계별로 풀어갑니다. 위안부 문제를 인권 차원에서 지적하는 전문가들의 얘기도, 위안부의 강제성을 부인하는 정치인 등 우익인사들의 얘기도 그대로 전합니다. 미군의 자료도 활용했습니다. 일본과 전쟁을 치르고 이후 그 우방국이 된 미국의 자료여서 의미가 있습니다.

영화에는 위안부 문제를 "증거 없는" 허위로 만들고 후손에게도 가르치지 않는 방식으로 국가의 자존감을 유지하려는 우익의 모습이 흐릅니다. 이들에게 국가의 사과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일본은 우월한 민족이고 한국은 일본에 의존해야 하는 어린애 같은 국가라는 한 우익인사의 극단적 생각도 나오고, 역사에는 관심이 없는 일본 젊은층의 모습도 반영됐습니다.

국내에서는 지난 7월25일 개봉이 됐지만, 일본에서는 이 영화가 이보다 빠른 4월부터 공개됐습니다. 이달 초 '소녀상'이 포함됐던 전시회가 논란 속에 중단된 것과 달리 '주전장'은 아직도 상영되고 있습니다. 독일에서도 공개됐습니다.

일본과 독일은 2차 세계대전의 패전국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많이들 아시듯 이후 태도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주전장'에 대한 반응도 조금 다릅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일본의 현재 모습도 엿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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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의 위안부 관련 문서. /사진='주전장' 일본어판 예고편 영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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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일본 교도통신은 '주전장'을 본 독일 대학생들의 의견을 기사화 했습니다.

어떤 독일 대학생은 "독일에서는 국회의원이 (영화에서 보이듯)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는 말을 하면 여론의 비난을 맞는다"고 놀라워 했습니다. 독일인-일본인 부모 사이 태어난 학생은 "한번도 본 적 없던 무서운 일본인의 행동에 혼란스럽다"고 반응했습니다. 그리고 "위안부 문제가 한일의 문제가 아닌 일본 우파가 이용하는 국내 문제라는 것을 알았다"고 밝혔습니다.

일본에 두 차례 유학한 적이 있다는 독일 학생은 "당시 일본 학생들과 역사, 사회 문제를 얘기하려 해도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어하더라"면서 일본 젊은층의 역사 교육 부재와 무관심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독일에서는 학교도 방송도 2차 세계대전 때 독일이 잘못한 점을 가르치고 보도하지만, 일본에서는 2006년 기본교육법을 고친 뒤 위안부 문제가 교과서에서 사라져갔습니다.

그러면 '주전장'에 대한 일본 내 반응은 어떨까요?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오히려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이 영화는 지난 4월20일 개봉됐지만 이후 우익인사 출연자들이 "개봉될 줄 몰랐다"며 상영중단을 요구하고, 아베 신조 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단행하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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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주전장'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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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에서는 내용이 한쪽으로 치우쳐 있다는 비판을 하고, 어떤 우파들은 영화를 보지 않은 채 "일본이 끔찍한 일을 했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자의적인 영화. 일본도 진실을 드러내는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 등의 반응을 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영화를 본 사람들의 평가는 다릅니다. 일본 최대 영화리뷰서비스 업체 '휘루마쿠스'(Filmarks)의 올해 상반기 영화 순위를 보면 중소 규모 흥행영화(리뷰가 500~9999개인 작품) 중에서 '주전장'은 별점(★) 4.12로 5위를 차지했습니다.

"모르는 게 많이 나와서 부끄러웠다", "혐한·반일로 감정을 자극하는 정보가 많은 지금, 꼭 봐야할 작품", "모든 것이 하나로 이어졌다.(이제 이해됐다는 뜻) 말로 할 수 없는 공포" 등 관객들은 몰랐던 사실을 알았다는 점과 최근 한일갈등의 뿌리에 무엇이 있는지 깨달았다는 평가를 내놓습니다. 주변에서 한국을 비난하는 목소리는 많이 들었지만 정작 무엇이 문제인지에 대해서 제대로 배워본 적은 없다는 얘기입니다.

데자키 감독은 "교육에서 지워졌다면 대중매체가 전하지 않는다면, 영화가 전할 필요가 있다"면서 "일본계 미국인인 나는 그걸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주전장을 만든 배경을 설명합니다.

한일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일부에서는 상대국에 대한 '혐오' 반응이 앞섭니다. 하지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호간 이해가 우선돼야 합니다. 이러한 영화가 상대를 이해하는 기회가 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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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주전장'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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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동 기자 news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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