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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강아지들 상할까봐”…그들도 개를 사랑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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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사지마 팔지마 버리지마: 반려산업의 슬픈 실체

6회. 반려동물을 대하는 그들의 방식

생산·판매자 단체 반려동물협회의 항변

“경매장 통해 품질 관리, 이력 추적...번식장은 줄어들 것”

“한국 강아지, 수출도 해야…동물복지? 강아지 없이 살자는 말”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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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회 이야기: 생후 40~50일 된 강아지들은 경매장에서 대략 30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 이상에 팔려나갔다 . 높은 가격의 조건은 외모였다 . 경매장에서 낙찰된 개는 펫숍으로 가거나 종 ·모견으로 쓰이기 위해 다른 농장에 팔려갔다 . 농장으로 다시 돌아가는 개들은 8~9년 혹은 평생 종 ·모견으로 살다 ‘폐견 ’으로 버려졌다 . 펫숍으로 가도 굶주림과 낙상 , 질병을 견디며 ‘가족 ’을 기다린다 . 인기 있는 견종일수록 더 많이 생산되고 , 더 많이 판매되는 현실을 목격했다 . 반려견 산업 구조에 갇힌 강아지들은 사랑받을수록 더 많이 버림받는 덫에 빠져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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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회. 반려동물을 대하는 그들의 방식

농장에서 태어난 강아지들은 생후 45일경이면 긴 여행을 시작한다. 번식장, 경매장, 펫숍으로 이어지는 경로마다 수많은 개들이 우르르 모였다가 뿔뿔이 흩어지곤 하지만 진짜 주인공은 따로 있다. 이 산업을 쥐고 흔들며 판을 짜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지난 두 달여 간 6곳의 경매장, 4곳의 번식장, 2곳의 펫숍에서 수많은 경매업자, 농장주, 펫숍업자들을 만났다. 현장에서 돌아온 다음에는 수의사, 현직 브리더 등의 이야기를 들었다. 기사가 나간 다음에는 반려동물 산업 관련 단체인 반려동물협회, 전국펫산업연합 등의 항의도 들었다.

그들 대부분은 개를 사랑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왜 그토록 많은 개를 생산하고 유통시킬까. 그들의 육성을 있는 그대로 알리는 것도 독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우리는 생각했다. 이 글은 한국 반려산업에 종사하는 이들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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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포르노식 편파보도”


1회 기사가 보도된 직후, 반려동물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이들의 단체인 ‘반려동물협회’가 전자우편을 보냈다. 〈애피〉의 보도에 대해 “언론의 기본적 소명조차 망각한 감성포르노식 편파보도”라며 “합법적임에도 모든 것이 불법적이고 폐륜적인 것처럼 미리 설정해놓은 익숙한 프레임에 억지로 꿰어 맞춘 가십성” 기사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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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시기, 전국펫산업연합은 “잠입 취재해서 녹취한 것은 불법“이라며 "펫산업에 부정적 기사를 내어 악영향을 끼친 부분에 관하여 사과 및 정정 보도를 내지 않으면 고발조치 하겠다"고 전화로 항의했다.

잠입 취재(Undercover Report)는 탐사보도의 하나다. 국내외 언론규범, 법률, 판례 등을 종합하면, 공공의 이익을 증진하려는 목적으로, 그 방법이 아니고서는 현장 또는 실체를 확인할 길이 없으며, (제보 또는 목격담 등) 상당한 의혹이 있으나 결정적 근거를 언론이 직접 확보하지 못했을 경우, 잠입 취재의 정당성이 인정된다. 〈애피〉는 사전 조사 및 법률 자문을 통해 이번 잠입취재가 공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고 또한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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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동물을 사랑한다”


8월2일, 반려동물협회 간부들이 〈애피〉 뉴스룸을 찾아왔다. 반려동물협회는 “(〈애피〉가) 지난 10여 년간 동물보호단체가 주장해온 것과 똑같은 프레임으로 편파적 보도”를 했기 때문에 “(반려동물 산업에) 30~40년 종사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실질적인 설명”을 하겠다고 말했다.

-반려동물협회(이하 협회): 그동안 열심히 사업하고, 일자리를 만들어 온 공이 큰데, 산업 자체가 코너에 몰리고 있다. 요즘은 정말 문 닫고 싶은 심정이다. 보도되는 것을 보면 눈물이 날 정도다. 지금 생산업을 하고 있는 분들 (대부분이) 60~80대다. 대부분 감수성이 예민하고, 그 분들이야말로 동물을 사랑해서 30년 동안 이 일을 하신 분들이다. 동물을 돈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여건 되면 데리고 가서 보여드릴 수 있다. (그 분들이) 매일 이야기한다. 이 (사)업 좀 잘 할 수 있게 만들어 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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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이하 애피): 우리는 반려동물이 생산, 유통, 판매되는 실태를 살펴 본 그대로 보도했고, 살아 있는 동물이 물건처럼 거래된다는 것에 주목했다.

-협회: (우리에 대해) ‘블랙 트라이앵글’이라는 표현을 쓰며 외부자의 접근을 철저히 막고 있다고 하는데, 농산물 거래하는 데 가보라. 들여보내주나. 못 들어간다. 경매사들만 입장이 가능하다. 그 이유가 뭔가. 시장질서가 있고 가격이라는 게 있는 거다. 이것은 유통의 기본이다. 법적인 제반 상황을 바탕으로 이뤄지는 현실 가운데 볼 건 보고, 또 그들의 노력이 어떤지, 그 진행 과정이 어떤지를 전체적으로 봐야지, 단순히 (반려동물들이) ‘살아 있다’, 그러면 슬픈 거다.

반려동물협회의 주장과 달리, 농수산물 경매장 등은 일반인들의 접근을 막지 않는다. 경매를 얼마든지 자유롭게 지켜볼 수 있다. 경매에 직접 참여해 물건을 사거나 팔 수 없을 뿐이다. 반면 한국의 반려견 경매장은 입구에서 일일이 자격증 또는 허가증을 확인하고 출입시킨다. 일반인의 진입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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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농장은 점차 줄어들 것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의 〈2018 반려동물보호, 복지 실태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의 비율은 2017년 28.1%에서 2018년 23.7%로 줄었다. 그런 까닭인지 협회 간부들은 ‘반려견 산업’의 붕괴를 걱정하고 있었다. 일자리를 창출하는 산업적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같은 자료를 보면, 반려동물 관련 영업을 하는 곳은 총 1만2491개, 종사자수는 1만6609명으로 추산된다. 이런 산업 구조 때문에 연간 46만 마리의 반려견이 생산·유통되고, 결국 버려진다는 지적에 대해 이들은 이렇게 설명했다.

-협회: 전체적으로 (생산량을) 줄이고 있다. (생산업자들의 연령대가 높아) 번식장이 노령화하고 있다. 60대(생산자)가 80%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새롭게 시장에는 들어오는) 신입자가 나타나지 않을 거다. 앞으로 줄어들 수 밖에 없다.

6월26일 김포 ◇◇ 경매장에서 만난 펫숍 컨설턴트 ㄱ씨도 비슷한 주장을 했다. 경매장이 수준 이하의 개농장을 도태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그는 말했다. “어느 경매장은 농장들 꼼짝 못하게 해요. ‘(강아지 건강 관리를) 이 따위로 해서 올 거면 오지 말라’고 그래요. 관리도 개판으로 하면서 돈만 받으려 하면 누가 좋아하겠어. 그런 농장들은 자연 도태가 되는 거야.”

다만 그도 산업의 관점에서 농장주의 처지를 설명했다. “(동물보호법에서) 사육두수를 관리 인원 1인당 75두로 제한하고 있어요. 동물보호단체에서는 이걸 50두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죠. 부부가 둘이서 한다면 100두 밖에 안돼요. 이걸로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겠어요? 예전에는 한 농장에서 모견 300두, 500두씩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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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장의 ‘순기능’


반려동물협회 간부들은 유통경로의 정비가 시급하다는 이야기도 했다. 특히 반려견 분양 방법 가운데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지인을 통한 분양’(50.2%, 농림축산검역본부 〈2018년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 결과〉)을 막아야 질서가 바로잡힐 것이라고 주장했다.

-애피: 많이 생산되니, 더 많이 버려질 수 밖에 없지 않은가.

-협회: 경매장에는 순기능이 있다. 예전에는 개를 개인적으로 소비자에게 연결했다. 원가나 마진은 부르기 나름이었다. 키우다 사고가 나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경매장을 통하면 판매자가 실명으로 거래하고, 어느 지점에서 사고가 났는지 역추적이 된다. 사고 난 농장은 경매장에서 거래를 하지 않는다. 생산자들이 거짓말을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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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피: 유기견 통계를 살펴보면 유행했던 품종이 몇 년 뒤 유기되는 추세가 보인다.

-협회: 반려동물 시장 때문에 유기동물이 많아졌다는 것은 오래 전부터 동물보호단체들이 말해 온 논리다. (동물보호단체들에 따르면) 경매장, 펫숍이 유기견을 만드는 온상지로 되어 있지만, 우리가 팔지 않은 개들이 거기(유기견보호센터)에 있다. 유기견 12만 마리 중에, 동물보호단체에서 버렸는지, 일반인들이 유기했는지 분명히 확인해야 한다.

이 대목에서 반려동물협회는 동물보호단체들과 정면으로 맞선다. 동물보호단체들은 번식장과 펫숍 등을 없애고 개인 간 분양을 남겨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반려동물협회는 오히려 개인간 분양을 법으로 막자고 반박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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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 시스템 덕분에 개들이 건강해졌다“


영국은 지난해 8월, 제3자(펫숍)의 6개월령 이하 강아지 및 고양이 판매를 원천 금지하는 계획을 처음 발표했다. 2020년 4월부터 시행될 예정인 해당 법은 영국의 한 번식장에서 새끼를 반복 출산하다 구조돼 2016년 사망한 개 ‘루시’의 이름을 따서 ‘루시법’으로 불리고 있다. 해당 법안은 번식장-펫숍-소비자로 이어지는 유통 고리에서 중간 단계인 펫숍을 없애고, 허가 받은 브리더-소비자 간 직거래를 유도한다. 반려동물협회 등의 제안과는 정반대다.

-애피: 펫숍 판매가 금지된 나라처럼 소규모 켄넬에서 직접 분양하는 방식은 어떤가.

-협회: 우리가 외국처럼 개를 키우면서 복지를 누릴 수 있는 국가가 아니지 않나. 예전엔 더했다. 경매장 시스템이 생기면서 개들이 병들 확률도 줄었다. 10년 전과 지금 비교하면 폐사율도 줄었다. 유통과정을 통해 개들이 더 건강해졌다는 방증이다.

협회 간부들은 독일, 영국 등의 사례에 대해 “예외일 뿐, 세계 대다수는 아직 펫숍 등을 허용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동물권단체 동물해방물결의 〈반려동물 판매 금지 해외 사례와 대안적 방향〉 보고서를 보면, 미국에서는 매년 1백만 마리 개가 생산되고, 매년 3백만 마리가 안락사되는 걸로 알려져 있다. 일본 또한 반려견 경매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

이들 나라에서도 한국과 유사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동물보호단체는 브리더 또는 지인간에 직접 분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업계는 유통 구조를 투명화하여 동물 건강 상태 등을 추적하면서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해 동물해방물결은 “번식장에서 ‘생산’된 동물의 판매를 단계적으로 금지 및 철폐하는 것이 동물권 선진 국가들의 추세”라고 말했다. 그 추세에 따라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올 1월부터 펫숍에서 상업적 번식장 출신의 개와 고양이 판매를 금지하는 법을 시행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 독일 등은 이미 펫숍에서 개를 사고 파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협회는 ‘세계 다수 국가의 사례’를 내걸어 경매장과 펫숍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동물단체는 ‘세계 동물 선진국의 추세’를 빌어 산업 구조의 해체를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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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주들이 보는 경매장은?


반려동물 협회 간부들은 유통 정비를 강조했지만, 농장주들의 이익단체인 반려동물생산판매협회의 생각은 달랐다. 이 협회 강대현 사무총장은 8월5일 〈애피〉와의 통화에서 “경매장에서 한 마리 설명할 때마다 ‘예쁘다, 안 예쁘다’ 하니까 농장주들은 거기(경매장의 기준)에 맞추려 애 쓰게 된다. 그러자면 어떻게 해야 하나. 종견, 모견을 더 많이 들여야 예쁜 개를 생산할 확률이 커진다.”

강 총장은 경매장의 경쟁 구조 때문에 농장주들이 더 많은 개를 생산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경매는 농장주들에게 마약 같은 거예요. 예쁜 강아지 데리고 나가서, 100만원까지 올라가고 그러면 눈 돌아가지 않겠어요?” 이 때문에 동물학대 논란까지 감수하면서 더 많은 개를 키우려고 뜬장 사육까지 감수한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생산자)도 강아지 수를 많이 해서 지저분하게 할 생각은 죽어도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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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사에 사람이 들어가 살 건가?”


반려동물협회 간부들은 그동안 개정을 거듭해온 동물보호법에 대해서는 복잡한 심경을 갖고 있는 듯 했다.

-협회: ‘동물보호법 만들어놓으면 (업자들이) 따라오겠지’라고 하지만, 이게 정말 어렵다. 이 법 하나 때문에 (사업을) 못하게 된, 몇십년 된 생산자들이 많다. (무허가 번식장이 불법화되는) 9월23일 뒤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업자들이) 셔터 내렸을 때 그 많은 개들은 어디로 가겠는가. 데리고 있지도 못하고, 판매도 못하고. 그래서 우리 협회에서 많이 노력하고 있다.

법이 ‘생업으로서의 산업’을 망치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번식장, 경매장 등의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설명했다.

-협회: 우리는 지난 10년간 자정 노력을 해왔다. 무허가 업체들을 제도권으로 들여오는 방법을 강구하고, 정부가 만들어놓지 않은 표준 견사 시설도 우리가 동물보호단체와 손잡고 논의하고 있다. 그런데 동물보호단체가 요구하는 건 아주 디테일하다. 뭐가 있고, 뭐도 있고…. 그대로 들어가면 사람 사는 것보다 낫겠더라. 뜬장은 내리고 강아지들이 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든다는 기조 하에 지난해 이맘 때 회원들에게 견사 사진 다 보내달라고 했다. 지저분한 곳도 있고 깨끗한 곳도 있더라. 이 속에서 답을 찾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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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식품부는 신고제였던 동물생산업을 2018년 3월 허가제로 전환하고, 불법 영업적발시 벌금을 100만원 이하에서 500만원 이하로 상향했다. 반려동물협회는 시설 개선 등이 가능한 무허가 농장에 유예 기간을 줘야한다고 주장해, 법 시행은 다가오는 9월로 늦춰졌다. 이와 관련해 이들이 정부에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도 대화 과정에서 알 수 있었다.

-협회: 우리는 농림축산식품부에 유통경로를 정리해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개인간 거래 금지는 이미 2018년 개정된 동물보호법 시행 규칙에 들어 있다. (문제 있는) 유기동물 보호소들도 큰 틀에서 같이 정비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개인간 분양 금지는 개인 번식업자의 온라인 분양 등을 막을 수 있는 근거가 되지만 한편으로는 유통 구조가 번식장-경매장-펫숍으로 단일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동물보호단체들은 2016년 ‘강아지 공장’ 사태 이후 동물보호법 개정을 논의하면서 인터넷 퍼피밀 규제를 위해 개인간 (상업적인) 거래 금지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애피: 유통 경로가 단일화되면 어떤 변화가 예측되나.

-협회: 수요와 공급을 맞추려고 협회 차원에서도 노력하고 있다. 우선 이력제라는 게 시행된다. 우리가 자체적으로 혈통서 같은 걸 만들어서, 모견이 강아지를 낳으면 바로 등록되도록 할 계획이다. 개가 유기되면 각 개가 가진 등록 번호로 어디서 어떻게 됐는지 추적이 가능해지는 구조다. 또 정부에는 (무허가 농장의) 폐업 조건으로 (정부가) 개를 위탁받아 생산업자들이 일정 기간 들어가서 사육하는 방안을 제안해뒀다.

‘반려동물생산이력제’는 2016년부터 동물보호단체 등이 주장해왔으나 아직 현실화되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동물자유연대 조희경 대표는 “모견 출산 이력 관리 등을 위한 전산화가 되어야 하는데, 아직 허가제도 미비한 상황이라 단계적으로 준비해나가야 하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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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 좋은 한국 개들, 수출해야”


그 와중에 협회 간부들은 이런 이야기도 했다.

-협회: (수요와 공급을 맞추는 차원에서) 수출의 길도 뚫으려 하고 있다. (한국 개들이) 품종 상태가 좋으니, 국내에서 키우는 것은 어느 정도 정비를 하고, 수출을 하자는 거다. 동물보호단체들이 파라다이스라고 동경하는 독일도 셰퍼드를 국가적 차원에서 수출하지 않나.

산업의 논리로 보자면, 내수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 수출의 길을 찾아보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반려견을 외국에 수출하겠다’는 이야기를 얼핏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런 일이 어떻게 가능할까?

기사가 연재되는 동안 이와 관련한 몇몇 제보를 받았다. 이를테면 캐나다 토론토의 경우, 펫숍을 통한 동물 거래가 금지돼 있다. 품종견의 경우, 적정 수만 번식, 판매하며 높은 수준으로 관리하는 켄넬에서만 분양받을 수 있다. 그런데 그 곳에서 최근 한국산 품종견들이 음성적으로 거래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반려동물협회는 이 같은 ‘음성적 시장의 수요’를 양지에서 본격적으로 충족시키겠다는 것일까.

협회 간부들은 여러 차례에 걸쳐 동물보호단체의 논리를 비판했다. 또한 〈애피〉의 기사가 그 논리를 답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협회: 동물보호단체들이 내세우는 논리를 보면, (사지 말고 입양하자는) 슬로건은 결과적으로 강아지를 다 없애자는 이야기다. 중성화를 하고 새끼를 내지 말아야 한다는 것. 그럼 우리 후세들은 강아지를 키우지 말자는 뜻인가. (〈애피>의) ‘사지마 팔지마 버리지마’ 제목만 봐도 어떤 기사가 나올지 유추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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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베이어벨트? 동물을 위해 설치”


산업화된 생산-판매-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동물 학대 논란에 대해선 이렇게 설명했다.

-애피: 일반인의 눈으로 보기에는 강아지를 컨베이어 벨트 위로 옮기는 등의 모습은 생명을 물건처럼 다룬다고 밖에 볼 수 없는데.

-협회: 최소한 동물 학대를 하지 않는 방향으로 하려고 준비한 것이다. 그런데 (기사) 제목으로 뽑은 “컨베이어 벨트로 ‘강아지 경매’...”를 보면, ‘강아지공장만이 아니라 경매도 공장식으로 움직이더라’, 이런 표현 아닌가. 외양상 안 좋을 수도 있으나, 바구니 경매 방식을 하다보면 옮기는 과정에서 충격이 발생한다. 들고, 옮기고, 흔들면 아무래도 강아지들이 상하지 않나.

-애피: 강아지의 외양만 설명하며 순식간에 개를 소개하기도 했는데.

-협회: (소개하는데 15초라고 기사를 썼는데) 경매장은 도매업자, 전문가들이 모인 곳이다. 거기서 개를 소개하면서 10분 동안 주물럭거리면서 소개한다고 생각해봐라. 존중한다고 하면서. 그럼 그 경매가 언제 끝나겠나. 이 (짧은) 시간이 오히려 그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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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포르노를 이용하는 동물 앵벌이”라며 강하게 항의했던 협회 간부들은 “우리가 옳다고만 하는 건 아니다. 대신 우리 입장도 반영된 보도, 틀림이 아닌 다름으로 표현된 기사가 나갔으면 좋겠다”고도 말했다. 반려산업이 ‘틀린 것’이 아니라, 반려동물을 대하는 ‘다른 시선’이라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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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10명 중 8명은 ‘동물 대량 생산’에 반대


번식장-경매장-펫숍 등에서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은 동물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들이 반려동물을 학대하려 작정한 사람들은 아닐 것이다. 동물을 사랑하는 자신들의 방식이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라고 그들도 생각할 것이다. 그들의 생각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생각은 어떨까.

반려 산업 종사자들의 ‘다른 방식’에 대한 여론을 알려주는 자료가 있다. 2017년 농촌경제연구원은 〈반려동물 연관산업 발전 방향 연구보고서〉를 발행했다. ‘반려동물의 상업적 대량 생산’에 대한 의견을 조사했는데, 찬성하는 사람은 7.3%였다.

반면 산업과 시장의 논리로 반려동물을 생산, 유통, 판매하는 일을 반대하는 사람은 응답자의 82.1%였다. 국민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은 반려산업 종사자들의 ‘방식’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신소윤 김지숙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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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지마 팔지마 버리지마: 반려산업의 슬픈 실체

1회: “A급 비숑, 18만원!”…15초만에 생명은 상품이 되었다

2회: 버려지거나 먹히거나…선택받지 못한 개들의 운명

3회: 하루 두 스푼, 펫숍 강아지의 목숨 건 기다림

4회: ‘상근이’들은 왜 유기견이 되었나…수요·공급의 비극

5회: 번식의 굴레…어미 개는 새끼 귀를 물어뜯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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